"상법개정 통과…'국장 탈출은 지능 순' 경시된 韓 자본시장의 역사적인 날"

거버넌스포럼 "경영자 측, 과장과 왜곡 심각…상법 개정은 교과서적 의무"
증권가 "주주 충실 의무는 시대의 요구…주식시장 신뢰·투명성 높아질 것"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23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상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가결되고 있다. 2025.3.13/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23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상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가결되고 있다. 2025.3.13/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신건웅 금준혁 기자 = 상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 대행에게 '키(Key)'가 넘어갔다. 개정안을 받아들일지, 거부할지 기로에 놓였다.

여당과 재계는 최 권한대행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요구하고 있다. 소송이 남발해 경영 마비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증권가는 상법 개정안을 거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상법 개정이 "주식회사라는 상식이 통하는 자본시장으로 가는 첫걸음"이라며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시작이라고 평가했다.

상법 개정안, 국회까지 넘었다…여당·재계는 "소송 남발 우려" 반발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회는 전일 본회의를 열고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회사와 주주'로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과거 한국 상법은 회사라는 법적 주체만을 중심으로 이사의 충실 의무를 규정해 왔으나, 이번 개정안 제382조의3(이사의 충실의무 등)은 '주주'를 명문화해 경영진과 지배주주가 일반주주의 이익을 훼손하지 못하도록 법적 책임의 범위를 명확하게 했다.

남은 변수는 최상목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 여부다. 만약 최 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법안을 공포하면 개정안은 1년 뒤 시행된다.

여당인 국민의힘과 재계는 최 대행의 거부권을 요구하고 있다. 이사의 충실의무를 과도하게 확장하면 소송이 남발해 경영 마비 사태를 초래할 수 있고, 해외 투기자본의 '먹튀조장법'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제조업이 주력인 우리 기업의 경우 중장기적 설비투자를 위한 정상적인 의사결정까지 소송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상법 개정안은 지배구조 개선, 소수 주주 권익 보호를 명분으로 하고 있으나 이는 자본시장법을 통해 실효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해외 주요국도 이사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로 직접 규정한 입법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만큼, 글로벌 스탠다드에도 부합하지 않는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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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거버넌스포럼 "상식 통하는 자본시장 첫걸음"…증권가도 "시대의 요구"

반면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최상목 대행에게 드리는 공개 서신을 통해 "상법 개정안 통과는 지배주주 이익을 위한 편법의 시대에 종지부를 찍고 전체 주주를 위한 주식회사라는 상식이 통하는 자본시장으로 가는 첫걸음"이라며 "전체 주주 이익 보호는 너무나 당연한 교과서적인 의무"라고 강조했다.

이어 "어떤 정당한 경영활동이 위축되는지 의문"이라며 "경영자 측의 반대는 추상적이고 과장과 왜곡이 심각하다"고 반박했다.

대표적으로 상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연구개발(R&D)과 인수합병(M&A) 등을 할 수 없다는 주장에 대해 "완전한 거짓"이라며 "일부 주주가 반대하더라도 상법상 절차에 따라 이사회나 주주총회가 결정하면 되고, 주주 충실의무 위반이 아니며 소송을 할 수도 없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주주 충실의무는 연구개발을 일부 지배주주의 개인회사나 친인척이 수행한다든지, 일부 지배주주가 인수합병 대상회사에 이미 투자해서 주주인 경우와 같은 '이익충돌' 상황에서 적용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거버넌스포럼은 또 "상법 개정안은 지극히 헌법적이고, 정치적 쟁점도 아니며, 대법원도 동의하는 내용"이라며 "만약 재의요구권 행사한다면 정부 밸류업 정책 진정성의 신뢰가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증권가에서도 상법 개정안에 찬성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수현 DS증권 연구원은 "'국장 탈출은 지능 순'이라고 경시되던 한국 자본 시장의 역사적인 날"이라며 "주주 충실 의무는 시대적 요구"라고 평가했다.

이경연 대신증권 연구원 역시 "상법 개정안의 핵심은 단순한 주주 중심주의가 아니라 지배주주의 사적 이익 극대화로 인한 일반 주주의 피해 문제를 해결하고 시장을 정상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개정안을 통해 이사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일반주주 권익이 충분히 고려되고, 주식시장 전반의 투명성과 신뢰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나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가 당장 국내 증시 상승에 기여할 것이라 기대한다면, 그건 다소 과하다"면서도 "장기적으론 상장 기업의 분할이나 합병, 주식관련사채의 발행, 자사주를 활용한 거래, 쪼개기 상장 등과 같이 주주 간 이해 상충 가능성이 높은 자본거래 감소에 기여할 것"이라고 봤다.

이어 "해당 의사 결정이 지배주주의 사익 편취를 유발하지 않는지, 지배주주의 지배권 강화만을 위한 결정은 아닌지, 일반주주의 지분을 희석하는 형태는 아닌지 등에 주목하는 감시의 눈이 많아질 것"이라며 "이러한 흐름은 우리나라의 기업 거버넌스에 대한 인식 개선과 자본시장 선진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k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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