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서상혁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2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당선무효형을 기대했던 국민의힘은 큰 충격에 빠졌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탄핵 기각으로 모처럼 여론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지만, 다시 수세에 몰리게 된 모습이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6-2부(부장판사 최은정·이예슬·정재오)는 이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대표에게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지난해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 판결이 나온 만큼, 국민의힘은 이번 2심에서도 최소 일부 유죄 판결을 기대했다. 하지만 정반대의 결정이 나오면서 침통한 분위기에 빠졌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선고 직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항소심 법원 논리를 잘 이해할 수 없다"며 "대법원에서 바로잡힐 수 있다고 생각하며 바로 잡혀야 한다"는 짤막한 입장만 밝혔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1심에서 유죄로 나온 사안이 항소심에서 무죄로 나와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판결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해온 국민의힘은 다시 여론전에서 수세로 몰리게 됐다. 몇몇 의원들 사이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과 연계한 결정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국민의힘 모 의원은 "한 권한대행 기각으로 민주당과의 여론전을 잘 해왔는데, 이번에 이재명 대표가 무죄를 선고받았으니 얼마나 우리 당을 공격하겠나"라고 말했다.
여권 관계자는 "매일 아침마다 이재명 대표를 형사 피고인이라고 공격했는데, 법원이 사실상 면죄부를 줬다"며 "아직 남은 사건이 있지만, 국민의힘을 믿어온 유권자들이 당을 어떻게 생각하겠나"라고 했다.
그간 국민의힘은 지난 24일 헌법재판소가 한덕수 권한대행 탄핵소추안을 기각한 것을 고리로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줄탄핵' 공세를 펴왔다. 민주당이 요구하는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도 어려워지게 된 만큼, 윤 대통령 탄핵 심판도 여권에 유리한 구도로 흘러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여당의 사법부를 향한 공격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간 국민의힘은 사법부 압박을 최대한 자제해왔다.
모 재선 의원은 "정치인의 공식적인 거짓말에 대해 면죄부를 준 판단"이라며 "국민이 앞으로 정치인이 하는 이야기를 거짓말이라고 감안하고 들어야 한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당 법률자문위원장인 주진우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백현동 발언까지 단순한 의견 표명으로 보고, 후보자들에게 허용해 준다면 우리 선거제도는 송두리째 망가질 것"이라며 "허위사실 유포죄는 의미가 없어진다. 대법원에서 오늘 2심의 법리적 오류를 즉시 시정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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