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산=뉴스1) 강교현 기자 = 동료 선원 등 지인들에게 북한을 찬양하는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옥살이했던 납북 어부 48년 만에 누명을 벗게 됐다.
전주지법 군산지원 제1형사부(백상빈 부장판사)는 3일 신명구 씨(73)의 반공법 위반 재심사건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동림호 선원이었던 신 씨는 지난 1972년 2월께 연평도 근해에서 조업 중 북한 경비정에 납치돼 나흘간 북에서 생활한 뒤 귀환했었다.
귀환 후 신 씨는 1973년~1976년 조업에 나선 다른 선원들이나 주변 지인들에게 북한을 긍정적으로 표현하고 김일성 찬양 발언을 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검찰은 신 씨가 '쌀밥과 고기를 주고 대우를 잘해 주더라', '이북 사람들은 옷을 잘 입고 못 입은 사람 없이 평등하게 잘 입더라', '김일성 대학은 참 크고 시설이 좋더라' 등의 발언을 했다고 판단했다.
결국 반공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신 씨는 징역 5년에 자격정지 5년을 선고받아 옥살이했다.
신 씨는 "당시 경찰에 의해 강제로 연행돼 구속영장 없이 불법 구금됐다. 고문과 강압에 못 이겨 허위 자백했다"며 지난해 재심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당시 피고인에 대한 신문조서는 불법 구금된 상태에서 고문이나 협박 등으로 이뤄졌다"면서 "따라서 허위로 자백한 피고인의 진술 등은 증거능력이 없어 공소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어 재판부는 "피고인 오랜 세월 동안 고생이 많았다"고 위로의 말을 건넸다.
한편 무죄를 선고받고 나온 신 씨는 전주지검 군산지청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진정서에는 신 씨로부터 납북 이야기를 듣고 신고하지 않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전달해 처벌받은 이들 모두가 누명을 벗을 수 있도록 검찰이 직권으로 재심을 청구해 달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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