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뉴스1) 이성덕 기자 = 26일 낮 12시 경북 영양군 석보면 답곡2리. 메케한 냄새가 코를 찔렀고, 답곡2리 주민들은 새까맣게 탄 집을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었다.
답곡2리는 관내에서 집이 모두 소실돼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는 곳이다.
의성에서 시작된 불은 전날 오후 5시쯤 태풍급 바람을 타고 직선거리 50여㎞를 달려 영양까지 도달했다.
'지난 1월 대구에서 경북 영양으로 귀농했다'던 남상호 씨(71)는 "영양에서 나고 자랐다"며 "어릴 적 추억이 그리워 귀농해서 배추와 고추 농사를 지으려고 왔는데 몇개월 만에 꿈이 날아가 버렸다"고 토로했다.
그는 "순식간에 불똥이 날아다녀 양말도 못 신고 집 밖으로 뛰쳐나와 인근 초등학교에 몸을 숨겼다"며 "비닐하우스와 집이 걱정돼 잠시 들렸는데 눈앞에서 집이 불타고 있었다"고 말했다.

'한평생 영양에서 살았다'는 최영국 씨(72)는 "전날 진통제 없이는 잠을 못 이뤘다"며 "이런 불은 난생처음 봤다"고 했다.
최금식 씨(64·여)는 "답곡2리에서 가장 늦게 나왔다"며 "대피를 제때 하지 못해 나갈 곳을 헤매고 있던 순간 순찰차가 와서 목숨을 구했다. 그때 못 나왔으면 나는 오늘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건조한 날씨와 강풍이 다음 날에도 이어져 산불 피해 확산이 우려된다.
대구기상청에 따르면 오늘 오후부터는 대구와 경북 대부분 지역에 순간풍속 초속 15m(시속 55㎞)의 강풍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영양군 직원들은 주민에게 일일이 전화해 "오후에 강한 바람이 예상돼 대피해야 한다"고 안내를 하고 있다.
한 직원은 "전날 영양군민회관에서 몸을 피했다가 집이 걱정돼 이른 아침에 복귀하신 분들이 많다"며 "인명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계속해서 대피하라는 안내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날 영양 석보면 화매리 일대는 의성 산불이 확산한 산불이 민가 등을 덮쳐 사망자 6명이 발생하는 등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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