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휴전' 트럼프에 푸틴 지연술…정상 담판서 '힘겨루기' 결론

美-우크라 임시휴전안에…푸틴 "원칙적 동의하나 심각한 의문점 많아"
쿠르스크 전황 러 유리…트럼프, 제재 카드 만지면서 "푸틴과 통화 의향"

본문 이미지 -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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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미국이 우크라이나와 '30일 임시휴전안'을 도출하면서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이 러시아의 '애매한 태도'에 막혀 다시 미국으로 되돌아왔다. 종전 협상 입구를 찾기 위한 미·러 양국의 힘겨루기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결국 조만간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직접 대화'가 종전 협상의 진전을 가를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시간은 내 편' 푸틴 "휴전 동의하지만 심각한 의문점 많아"

푸틴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적대행위 중단 자체에는 동의하지만 장기적인 평화로 이어져야 한다며 "갈등의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30일 휴전안'에 대해 "왜 필요한가? 우크라이나의 추가 병력 모집이나 신규 군사 훈련, 무기 공급을 위해서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일시적인 전투 중단은 우크라이나가 재무장할 시간만 벌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푸틴은 또 "심각한 의문점이 있다"며 적대행위 중단을 명령할 주체도 불명확하며, 전선 후 2000km에 달하는 전선 관리 책임도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들었다.

휴전안에 직접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서 추가 협상 필요성을 주장한 푸틴의 대응을 놓고는 '협상 지연 전술'이라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가 휴전을 지연시키거나 아예 성사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건을 마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최근 러시아군이 쿠르스크 지역 탈환에 속도를 올리고 있는 전황과도 무관치 않다. 쿠르스크 지역은 우크라이나가 지난해 처음으로 국경을 넘어 점령한 러시아 영토다. 이대로 휴전이 이뤄지면 쿠르스크는 영토 교환 등으로 우크라이나의 중요한 협상 카드가 된다.

반면 푸틴은 3년 넘게 전쟁을 통해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을 차지하면서 크림반도까지 이어지는 육로 회랑을 완성한 상황에서 영토를 다시 내줄 생각이 없다. 오히려 쿠르스크를 완전 탈환해 휴전 협상에서 압도적 우위에 서겠다는 의도다.

푸틴은 전날(12일) 군복을 입고 직접 쿠르스크를 방문해 장병들을 격려하고 조속한 쿠르스크 탈환을 명령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1300㎢ 이상의 쿠르스크 영토를 점령했지만, 현재 그 중 약 3분의 2를 다시 빼앗겼다. 푸틴은 러시아군이 쿠르스크 지역을 완전히 통제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군은 쿠르스크에서 완전히 고립된 상태라고 주장했다.

본문 이미지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군에 반격하고 있는 접경지 쿠르스크의 전투 사령부에 녹색 군복을 입고 방문하고 있다. 2025.03.13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군에 반격하고 있는 접경지 쿠르스크의 전투 사령부에 녹색 군복을 입고 방문하고 있다. 2025.03.13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트럼프 "러 휴전 동의하길"…푸틴과 통화에서 담판 전망

신속한 종전을 바라는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이 '30일 휴전안'을 수용하기를 바라고 있다. 트럼프는 이날도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과 백악관 집무실에서 회담하며 기자들과 만나 "러시아가 휴전에 동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푸틴이 아주 희망적인 발언을 했지만 그게 완전하지는 않았다"며 "나는 푸틴과 통화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푸틴도 "우리는 이 문제와 관련해 미국과 이야기해야 한다"며 "휴전 자체는 옳은 일이고 우리는 그것을 지지하지만 논의해야 할 쟁점들이 있고, 아마도 내가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통화에서 이런 저런 조건을 다는 푸틴의 지연 전술에 어떻게 대응할지가 관심이다. 트럼프는 전날에는 러시아가 휴전을 거부할 경우 "러시아에 매우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재정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며 제재 카드가 살아 있음을 시사했다.

미국 CBS 방송은 이날 트럼프 행정부가 러시아의 원유·가스·은행 부문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재무부가 러시아 은행이 일부 에너지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60일간의 제재 면제 기간을 종료해 러시아 은행들은 에너지 관련 거래시 미국 결제 시스템에 더 이상 접근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다만 트럼프가 푸틴을 상대로 '채찍'만을 통해 원하는 바를 이루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러시아는 이미 미국과 유렵 등 서방의 충분한 제재를 받고 있어 효과적인 추가 제재를 찾기가 어렵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이에 현재 러시아에 방문 중인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특사가 접촉을 마치고 돌아온 뒤 트럼프와 정확한 상황을 공유한 뒤 트럼프와 푸틴이 직접 대화를 통해 종전 협상의 진전 여부가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두 정상은 지난달 12일 전화 통화를 갖고 협상을 시작하기로 합의하면서 종전 논의가 본궤도에 오른 바 있다. 트럼프의 복귀 후 미러 관계 회복에 뜻을 맞춘 두 사람인 만큼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해낼 가능성도 있다.

푸틴은 이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분쟁에 관심을 가져준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잊지 않았고, 트럼프는 "러시아가 미국의 동맹국을 공격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푸틴에 대한 여전한 신뢰를 드러냈다.

본문 이미지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 회담을 하고 있다. 2025.03.14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 회담을 하고 있다. 2025.03.14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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