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1억 수표' 입금에 "잠시만"…보이스피싱 막은 은행 직원

전화기 너머 ATM 소리에 '직감'…경찰 신고로 범죄 막아
'아르바이트' 속여 중간책 모집…"피해 금액 커져 주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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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를 받자마자 전화기 너머로 현금인출기(ATM) 소리가 났어요. (보이스피싱) 피해 자금인 것 같았죠."

(서울=뉴스1) 김종훈 기자 = 지난달 13일 농협중앙회 금융사기 대응팀 직원 김지혜 씨는 다른 은행으로부터 비정상적인 자금 흐름이 있어 확인이 필요하다는 연락을 받았다. 수표로 큰 금액이 일시에 빠져나가 범죄에 연루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2일 경찰 등에 따르면 수표의 흐름을 쫓던 김 씨는 당일 농협은행의 한 지점에서 중년 남성 A 씨가 1억 원 상당의 수표를 다른 계좌로 입금하려고 하는 사실을 포착했다.

김 씨는 곧바로 A 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은 A 씨 목소리 옆으로 ATM 소리가 또렷하게 들렸다. 김 씨는 입금만은 막아야겠다는 생각으로 A 씨에게 ATM에서 나와 영업점으로 가달라고 수차례 부탁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은행 직원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당황한 A 씨는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더 늦어지면 안 된다고 판단한 김 씨는 해당 영업점에 연락해, A 씨의 입금을 잠시 멈춰달라고 부탁한 뒤 곧바로 경찰에 이 사실을 알렸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현장에서 A 씨를 붙잡았다. 경찰 조사 결과, A 씨는 보이스피싱 피해자로부터 수표 1억 원을 건네받고 이를 계좌에 입금하는 중간책 역할을 했다.

A 씨는 금융기관을 사칭해 대출을 해준다는 말을 믿고, 중간 전달책 역할을 했다. 범죄 조직에서는 대출받기 위해서는 거래 내역이 필요한데, 수표를 입금해 내역을 만들라고 종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가 근무하고 있는 금융사기 대응팀은 실시간으로 은행 자금을 모니터링하며 자금 흐름이 수상한 경우, 은행 영업점이 경찰과 연계해 범죄 예방 활동을 한다.

김 씨는 보이스피싱을 막기 위해서는 은행 본사·영업점·수사기관의 '삼위일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은행에서 범죄 정황을 인지하면 이를 경찰이 현장에 신속히 출동해 조치하는 과정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그는 요즘도 하루에도 10번은 보이스피싱 범죄를 접한다며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최근에는 물건을 옮기는 아르바이트로 가장해 구인·구직 사이트를 통해 중간 전달책 역할을 모집하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설명했다.

범죄에 연루된 이들 중에는 50대 후반·60대 초반에 퇴직한 뒤 소일거리를 찾다가 속은 경우가 대다수이고, 범죄 피해금도 과거에 비해 커지는 추세라고 한다.

김 씨는 "피해 금액 단위가 예전에는 1000만 원대였다면 요즘은 억대로 쉽게 넘어간다"며 "한순간에 가정을 무너뜨릴 수 있는 보이스피싱이 조금이나마 예방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 관악경찰서는 지난달 27일 보이스피싱 범죄를 예방한 김 씨에게 감사장을 전달했다. 경찰은 중간책 역할을 한 A 씨를 사기 등 혐의로 입건해 불구속 상태로 수사 중이다.

본문 이미지 - 지난달 27일 서울 관악경찰서에서 열린 보이스피싱 범죄 예방 감사장 수여식(서울 관악경찰서 제공)
지난달 27일 서울 관악경찰서에서 열린 보이스피싱 범죄 예방 감사장 수여식(서울 관악경찰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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