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뉴스1) 오현지 기자 = 정부가 내년도 의대 정원 '증원 0명'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제주에서도 의대생 복귀 움직임은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24·25학번 의대생이 동시에 수업을 듣는 '더블링'만으로도 이미 시설 포화 상태에 처한 제주대학교는 학장을 중심으로 복귀 설득전을 벌이고 있다.
10일 오전 찾은 제주대 의과대학 1호관 강의실은 신입생 증원에 맞춰 시설 공사가 끝난 상태였지만, 강의실 한쪽에 포장도 뜯지 않은 모니터와 전자 칠판이 쌓여 있었다.
신입생이 수업을 듣는 1호관의 시간은 사실상 '2023년'에 멈춰 있다. 24학번의 수업 거부로 강의실 문에는 2023학년도 수업 시간표가 붙어 있고, 1학년 사물함에도 여전히 '23학번' 이름이 붙어 있다.

본과 학생들이 수업받는 2호관은 건물을 샅샅이 뒤지고 나서야 수업 중인 강의실을 찾을 수 있었다. 이곳에서는 7명만이 본과 2학년 수업을 듣고 있었다. 수업을 마치고 나온 학생들은 이들을 향한 싸늘한 분위기를 보여주듯 모두 인터뷰를 거절했다.
지난달 25일 기준 제주대 본과생 161명 중 수강 신청을 한 학생은 8명에 그쳤다. 신입생은 1학기 휴학이 불가능하지만,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은 한 자릿수에 그치고 24학번의 수강신청은 전무했다. 제주대 측은 수강정정 기간이 남아 있어 정확한 인원 파악은 어렵다고 밝혔다.
제주대 한 의대 교수는 "1학년은 휴학이 안 되니 어쩔 수 없이 등록은 했지만, 수업에 참여하는지는 확인이 안 된다"며 "사실상 한 학년당 1~2명, 수업을 안 들으면 안 되는 학생들을 중심으로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주대 입장에서는 올해가 정상 수업의 '마지노선'이다. 학생들이 복귀하지 않으면 2026학년도 제주대 의대 신입생 정원은 이미 확정된 100명이 된다.
24학번과 25학번이 겹치면서 올해 예과 1학년만 103명으로 이미 100명을 넘겼고, 내년 26학번이 가세해 200명을 넘는다면 지금 시설로는 수업이 불가능하다.
증원 전 제주대 학년당 정원은 40명에 불과했던 만큼 강의실은 물론 실습실 규모가 넉넉하지 않다. 증원에 대비해 시설 확충 공사를 거쳐 예과 강의실 2개를 120명 규모로 확충했지만, 올해 1학년을 수용하기에도 빠듯한 규모다.

제주대 의대 관계자는 "증원에 맞춰 교수진도 충원한 만큼 24·25학번의 동시 수업은 가능하겠지만, 학년이 중복될수록 학생은 물론 학교도 힘들어지는 상황"이라며 "현재 40명만 수용할 수 있는 해부학 실습실 확충 공사는 이번 학기 중 마무리된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정부가 의대생 복귀를 전제로 의대 모집정원 동결을 발표한 이후 학장을 중심으로 학생들을 직접 접촉하며 설득전에 나선 상태다.
제주대는 학생들이 복귀만 한다면 의예과 2년 과정을 1.5년으로 단축할 수 있게 학사일정을 조정하고 있다.
의대 관계자는 "복귀만 한다면 2학기에 온라인 수업 등을 통해 1학기를 포함한 1년 과정을 이수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 있다"며 "4학기가 아닌 3학기로 예과를 수료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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