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유엔참전국②] 에티오피아, 이길 때까지 싸운 '강뉴 부대'

아프리카 대륙서 유일하게 육군 파병…6일 부산항 도착한 날
생전 처음 겪는 추위 견디며 활약…대한민국 정부 부대표창

편집자주 ...6·25전쟁 당시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유엔참전국 22개국에서 195만7733명이 참전했다. 참전용사들의 용기와 활약 덕분에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을 수 있었다. 은 유엔평화기념관과 함께 2023년 정전협정 70주년을 앞두고 한 달에 한번 총 21회에 걸친 ‘이달의 유엔참전국’ 연재를 통해 유엔참전국과 참전용사의 활약상을 조명하고 기억하고자 한다.

6·25전쟁 당시 에티오피아군 모습.(유엔평화기념관 제공) ⓒ 뉴스1
6·25전쟁 당시 에티오피아군 모습.(유엔평화기념관 제공) ⓒ 뉴스1

(부산=뉴스1) 이유진 기자 = “Kagnew.”

‘격파하다’라는 뜻을 지닌 이 단어는 6·25전쟁 당시 참전한 에티오피아군 대대의 이름이다.

셀라시에 에티오피아 황제는 1951년 4월13일 출정식에서 “이 싸움은 세계평화와 자유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것이다. 이길 때까지 싸워라”고 말하며 에티오피아 대대에 ‘Kagnew(강뉴)’라는 이름을 부여했다.

6·25전쟁이 발발했을 무렵 에티오피아는 이탈리아군의 침략을 받아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황실근위대를 중심으로 1개 대대를 대한민국에 파병하기로 결정했다.

에티오피아는 6·25전쟁 유엔참전국 중 아프리카 대륙에서 육군을 파병한 유일한 국가다. 5월6일은 71년 전 에티오피아군 강뉴 대대가 이역만리 한국 부산항에 도착한 날이다. 에티오피아군은 1951년 4월13일 출정식 후 수도 아디스아바바를 떠나 긴 항해 끝에 같은해 5월6일 부산항에 상륙했다.

8주간의 현지 적응 훈련을 마친 에티오피아군은 바로 경기도 가평 중동부전선에 배치됐다.

에티오피아군은 6·25전쟁 기간 동안 3개 대대가 1년씩 교대하며 참전했다. 1952년 3월28일까지는 1진, 1953년 4월30일까지 2진, 1953년 7월27일 정전협정이 체결될 때까지는 3진이 한국에 머물렀다.

1진은 강원도 철원과 화천 사이에서 발생한 적근산·삼현 전투에서 크게 활약했다. 1951년 8월12일부터 한달 넘게 이어진 이 전투에서 에티오피아군은 대치하고 있던 중공군의 전초기지를 공격해 두차례에 걸친 격전 끝에 고지를 점령했다.

2진은 1952년 10월21일부터 닷새간 강원도 평강군, 철원군, 김화군을 잇는 철의 삼각지대에서 펼쳐진 삼각고지 전투에서 중공군을 격퇴시켰다.

3진은 1953년 5월19일 연천 북방 천덕산 전방의 주저항선을 방어하던 중 그 전초기지인 요크·엉클고지에서 중공군의 공격을 받았다.

에티오피아군은 소규모 병력에 궂은 날씨까지 겹쳐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매복 작전을 실시해 대규모 병력을 갖춘 중공군을 격퇴시켰다.

이틀간 이어진 이 요크·엉클고지 전투에서 에티오피아군은 끝까지 진지를 사수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부대표창을 받았다.

에티오피아군이 훈련 받고 있는 모습.(유엔평화기념관 제공) ⓒ 뉴스1
에티오피아군이 훈련 받고 있는 모습.(유엔평화기념관 제공) ⓒ 뉴스1

하지만 이렇게 용감하고 강인한 에티오피아군도 이겨내기 힘든 것이 있었다. 바로 생전 처음 겪어보는 혹독한 겨울 추위였다. 방한모와 방한복으로 무장했으나 매서운 추위에 손이 얼어 총 방아쇠를 당기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더구나 눈을 처음 보는 에티오피아군은 눈 덮인 길을 걷는 것도 쉽지 않았다. 눈이 내리던 밤 수색에 나섰다가 하얀 옷으로 위장해 숨어 있던 중공군에게 습격을 당하기도 했다. 에티오피아군은 적뿐만 아니라 처음 겪어보는 낯선 나라의 환경도 이겨내야 했던 것이다.

6·25전쟁 기간 중 253회에 달하는 수많은 전투와 작전을 수행한 강뉴 부대는 그 이름처럼 강인한 전투력과 용기를 보여줬다.

6·25전쟁에 참전한 에티오피아군 3518명 중 121명이 전사하고 536명이 부상을 당하는 희생을 치렀으나 단 한명의 포로도 발생하지 않았다.

에티오피아군에게는 ‘전사한 영웅들의 시신은 반드시 수습한다’는 전통이 있었기 때문이다.

전쟁에서 포로는 부상으로 낙오됐다가 적에게 잡히면서 발생한다. 하지만 에티오피아군은 부상당한 동료를 포기하지 않고 전사한 동료의 시신까지도 모두 진지로 옮겨왔다. 실종자는 반드시 찾아내 자대로 복귀시켰다.

에티오피아군은 대한민국 대통령 부대표창 2회, 미국 대통령 부대표창 1회, 대한민국 태극무공훈장 2회 등 무공훈장 58회, 미국 은성훈장 1회 등 각종 훈장 20회를 받으며 공로를 인정받았다.

oojin7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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