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뉴스1) 류정민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측이 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정권 교체' 필요성까지 언급하며 광물협정 테이블을 박차고 나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프랑스·영국을 주축으로 한 유럽 국가들은 1개월간의 부분적 휴전을 제안하며 중재에 나서고 있지만, 러시아 측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고 있는 미국만을 중재자로 삼고 있어 유럽 측 제안이 수용될지는 미지수다.
마이크 왈츠 미국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이날 CNN과의 인터뷰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의 사임을 원하느냐'라는 질문에 "우리는 우리를 상대할 수 있고, 결국 러시아와 거래를 통해 전쟁을 끝낼 수 있는 지도자가 필요하다"라고 답했다.
왈츠 보좌관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개인적·정치적인 동기가 그의 자국 내 전투를 끝내는 것과는 다른 것으로 드러난다면, 우리는 정말로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왈츠 보좌관의 발언은 전쟁을 끝내기 위해 중재에 나선 트럼프 행정부가 기존 구상을 수정할 계획이 매우 낮음을 시사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전 조 바이든 행정부와 달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측에 시종일관 유화적인 제스처를 보냈다.
트럼프는 '러시아가 침략국'이라는 기존 서방세계의 원칙 대신 '우크라이나의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은 실익이 없다'는 푸틴 대통령 측 주장에 가까운 태도로 이번 전쟁 중재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3주년을 맞은 지난달 24일 전쟁의 신속한 종전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제출했는데, 여기에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는 표현이 빠져 우크라이나와 프랑스, 영국 등의 반발을 샀다.

이날 미국을 제외한 나토 주요 국가들은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의 제안으로 런던에서 긴급 정상회의를 열고 미국에 제안할 중재안을 논의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회담 전 르피가로와의 인터뷰에서 프랑스와 영국이 지상전을 포함하지 않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1개월의 부분적 휴전을 제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단 하늘과 바다에서 전쟁을 멈추자는 제안인데, 이를 미국이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더구나 러시아가 이를 받아들일지는 또 다른 문제인데, 러시아는 자신들에게 유리한 조건을 내걸고 있는 미국만이 중재자가 될 수 있다는 태도를 보인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상원 외교위원회 위원장인 콘스탄틴 코사체프는 이날 텔레그램 메시지에 "유럽은 (중재에 대한) 계획이 없으며, 우크라이나가 기대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며, 러시아-미국 간 관계의 진전일 것"이라고 적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달 말 트럼프 대통령과 고성을 주고받는 설전 끝에 맞은 파국 수습에 나서고 있다.
젤렌스키는 이날 런던 회의 뒤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광물협정에 서명할 준비가 됐고, 미국도 준비됐다고 믿는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젤렌스키는 러시아의 침공이 거듭되는 불안한 안보와 러시아의 침략으로 시작된 전쟁에 대해 할 말을 했다며 사과할 게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측 인사들은 우크라이나 대통령 교체도 고려해야 한다는 생각을 스스럼없이 밝히며 재차 젤렌스키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보인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이날 CBS 뉴스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와의 광물협정을 재추진하는 방안이 현재는 협상 테이블 올려져 있지 않다면서 "평화 협정 없이는 경제 협정을 맺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젤렌스키)가 전투를 계속하길 원한다면 무의미해질 경제협정을 맺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라면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해야만 했던 건 들어와서 이 경제협정에 서명하는 것이었고, 다시 한번 우크라이나와 미국 국민 간에 이견이 없다는 점을 러시아에 보여주는 것이었다"라고 주장했다.
마이크 존슨 하원 의장도 이날 NBC와의 인터뷰에서 "뭔가 변화가 필요하다'면서 "젤렌스키가 정신을 차리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거나, 아니면 그 일을 위해 누군가가 국가를 이끌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해 "선거를 치르지 않은 독재자"라면서 젤렌스키를 흔들었었다. 2019년 취임한 젤렌스키 대통령의 임기는 지난해 5월까지이긴 하지만, 전쟁으로 인한 계엄 상태로 법에 근거해 선거를 치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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