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금단의 영역' 텔레그램 공조 통해 성 착취 검거

텔레그램으로부터 범죄 정보 공식 회신…강도 높은 위장 수사도
"지인 능욕하고 싶다" 가해자가 피해자로…"사이버 성폭력 반드시 검거"

경찰이 해외 수사 기관과 회의하는 모습. (서울경찰청 제공)
경찰이 해외 수사 기관과 회의하는 모습. (서울경찰청 제공)

(서울=뉴스1) 유수연 기자 = 경찰이 '자경단'이라는 이름으로 텔레그램에서 피해자 234명을 상대로 성 착취 범행을 벌인 33세 남성을 검거했다. 지난해 9월 텔레그램으로부터 범죄 자료를 회신받아 수사한 첫 사례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지난 17일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 제작·유포 △아동·청소년에 대한 강간(치상) △협박 △강요 △강제추행 △유사 강간 등 19개 혐의를 받는 '자경단'의 '목사' A 씨(남·33)를 구속했다고 23일 밝혔다. A 씨는 드라마 '수리남'을 보고 영감을 받아 자신을 목사라고 불렀다.

"수사 헛고생 마라" 자신감, 텔레그램 공조에 덜미…지난해 10월부터 범죄 정보 공식 회신

A 씨는 범죄자의 검거 과정을 분석하며 추적·회피 수단을 연구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저질렀다. 검거 전 "사수과 아재(아저씨)들 저 잡을 수 있어요?", "수사하러 헛고생 마시고 푹 쉬세요" 등 잡히지 않는다는 자신감을 드러냈지만, 경찰의 국제 공조 수사에 덜미를 잡혔다.

경찰은 지난해 8월 텔레그램 운영자에 대해 성 착취물 제작·유포 방조 혐의로 입건 전 조사(내사)에 착수하는 등 텔레그램을 상대로 협조의 필요성을 요구해 왔다. 지속해서 설득한 끝에 지난해 9월 24일 처음으로 범죄 관련 자료를 텔레그램으로부터 회신받았다.

이를 계기로 경찰청은 지난해 10월부터 텔레그램과 회의를 거쳐 수사 협조 체제를 구축했다. 경찰은 범죄 관련 정보를 텔레그램으로부터 공식적으로 회신 받는 상황이다.

지난 7일 공개된 텔레그램 공식 봇채널 '투명성 보고서'에 따르면 텔레그램은 한국 수사당국의 요청에 따라 지난해 4분기 한국 이용자 658명의 IP 주소 또는 전화번호를 제공했다.

또 서울경찰청은 초국가적인 사이버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국토안보수사국(HSI)과 상시 협력 체계를 구축해 해당 사건 접수 초기부터 국토안보수사국 본부, 샌프란시스코지부, 한국지부와 실시간으로 협력해 수사 정보를 확보했다.

오규식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2대장은 23일 브리핑에서 "텔레그램이 경찰청과 회의에서 대한민국 법령을 준수하며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밝혔다"며 "향후 범죄 척결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경찰은 성범죄에만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범죄 수사에 텔레그램과 협력할 계획이다.

'지인 능욕' 가해자가 피해자로…"가해자도 범죄 표적, 중한 범죄 피해자로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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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A 씨가 운영한 '자경단'의 피해자 수는 234명으로, 조주빈이 운영한 '박사방(피해자 73명)'과 '서울대 N번방(피해자 48명)'보다 많았다. 범행 기간도 2020년 5월부터 올해 1월까지로 장기간에 걸쳐 이뤄졌다.

여성 피해자를 중심으로 이뤄졌던 기존 텔레그램 성 착취 범죄와 달리 '자경단'은 성별과 연령대를 불문하고 대상이 다양해졌다. 피해자 234명 중 10대가 159명, 20대 이상이 64명이었으며 남성 성 착취 피해자는 총 84명이었다. 여성 성 착취 피해자 54명 중 10대 여성 10명은 A 씨에게 강간 피해를 봤다.

피해를 본 남성들은 '지인 능욕'에 관심을 보인 이들로, A 씨에게 합성 영상물을 의뢰한 '가해자'들이었다. A 씨는 지인 합성물에 관심을 보이는 남성들에게 가입을 시켜주겠다며 유인해 신상 정보를 확보했다.

A 씨는 "지인의 허위 영상물 유포를 시도한 행위는 불법적 행위"라며 신상 정보를 유포하겠다고 협박했다. 협박을 당한 남성 중 A 씨에게 포섭당한 이들은 조직원으로 활동하며 추가 피해자를 물색했다. 조직원 중에는 30대 여성 1명도 포함됐다.

오 사이버수사대장은 "지인 합성물은 중대한 범죄일 뿐 아니라 가해자도 범죄 표적이 돼 더 중한 범죄 피해자로 전락할 수 있다"며 "신상 공개 협박을 받을 경우 자기 잘못을 빨리 인정하고 즉시 수사기관에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사방' 검거 팀이 수사…하루 종일 텔레그램 하는 A 씨 따라 강도 높은 위장 수사도

'박사방'을 검거한 수사팀이 A 씨의 수사를 맡았다. 이들은 2023년 12월 21일 수사에 착수해 압수수색 영장 200회 이상 집행, 텔레그램 및 미국 연방 수사기관과의 공조 수사, 텔레그램 위장 수사를 등 각종 수사기법을 총동원해 A 씨를 체포했다.

A 씨는 대학을 졸업한 평범한 회사원으로 취직 전에는 하루 종일 텔레그램만 하고 취직 후에도 업무시간을 제외하면 텔레그램만 했다. 경찰 수사관들도 그에 걸맞게 많은 시간을 할애해 텔레그램 위장 수사를 진행했다.

오 사이버수사대장은 "사이버 성폭력 범죄자는 반드시 검거된다. A 씨도 검거되지 않는다고 호언장담했다가 결국 검거됐다"며 "사이버 성폭력 범죄 근절하려는 경찰의 단호한 의지를 보여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A 씨는 경찰 진술에서 "특별한 성적 지향을 가졌다"고 주장하면서 피해자에 대한 죄의식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A 씨를 반사회적 인격 소유자로 보고 송치 전 프로파일러를 통해 심리 분석을 진행할 예정이다. 추가로 전날 A 씨에 대한 신상공개심의위원회를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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