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황보준엽 기자 = 서울 잠실·삼성·대치·청담동 아파트에 대한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이후 몇 주 사이에 호가가 수억 원 이상 뛰는 등 과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상승세가 확산하며 그동안 잠잠하던 집값을 끌어올리며 토지거래허가제 해제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맷값은 전주보다 0.11% 올랐다. 상승 폭은 전주(0.06%)의 두배 수준이다.
가격 오름세는 강남권이 주도했다. 지역별로 송파구는 전주 대비 0.58% 올랐다. 같은 기간 강남구(0.27%→0.38%)·서초구(0.18→0.25%)는 상승 폭을 확대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해제된 주요 단지에서는 상승 거래가 잇따르고 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트리지움 전용 84㎡는 지난달 17일 직전 거래가 대비 1억 2000만 원 오른 26억 원에 거래됐다.
예상보다 부동산 시장이 과민하게 반응하자 정부도 당황하는 눈치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최근 강남3구 등 서울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 상승 폭이 확대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관계부처 합동으로 시장 동향을 철저히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말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제도는 개발예정지 또는 투기가 우려되는 지역을 대상으로 투기적 거래를 막기 위한 규제다. 투기적 거래가 우려되면 지정했다가 그 우려가 소멸하면 해제한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제도는 토지거래계약 체결 시 허가를 받도록 한 것으로, 지정되면 2년 실거주 시에만 매매가 허가되기 때문에 전세를 끼고 주택을 구입하는 갭투자를 할 수 없다.
그러나 본래의 취지와 달리 오히려 희소성이 부각되면서 집값이 상승하는 일도 적지 않다.
실제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있을 당시 대치동 '래미안 대치 팰리스' 전용 114㎡는 1월 2일 52억 9000만 원에, 전용 94㎡는 지난해 12월 9일 43억 8000만 원에 각각 최고가 거래됐다.
특히 지금처럼 눌려있던 집값이 한꺼번에 오르면서 시장 불안을 자극하는 역효과도 발생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투기 방지와 가격 안정이라는 취지지만 그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며 "역효과가 오히려 많은 실효성이 낮은 제도"라고 말했다.
불명확한 지정 및 해제 기준도 논란거리다.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에선 '토지의 투기적인 거래가 성행하거나 지가(地價)가 급격히 상승하는 지역과 그러한 우려가 있는 지역'이라고 규정할 뿐 정량적 지표는 포함하지 않고 있다.
일반적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해제 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등을 진행해 결정하게 되는데, 사실상 지자체장의 의중에 달린 셈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일관되는 정량적 지표가 필요하다"며 "지금처럼 이념에 따라 특정 지역에 따라 달라진다면 정책적인 혼란으로 시장의 불안만 가중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진형 교수도 "지금은 정책적 판단에 따라서 지정을 하고 해제를 하는데, 명확히 조건이 규정돼야 한다"며 "그래야만 제도에 대한 신뢰성을 가질 수 있게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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