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뉴스1) 한송학 기자 = "군홧발로 짓이겨서 잔불 다 끄라고 하세요."
경남 산청 주불 진화가 완료되기 3시간 전인 30일 오전 10시께 남송희 산림청 국제산림협력관이 지리산 천왕봉 방화선 사수를 위해 산림청 진화대원들에게 다급히 지시했다.
남 협력관은 "주불 진화도 중요하지만, 천왕봉 화선을 완전히 제거해야 한다"며 "2중, 3중으로 방화선을 쳐 천왕봉 방향으로의 확산 방지에 주력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남 협력관의 방화선 사수 지시는 3시간이면 지리산 화선이 바람과 급경사를 타고 천왕봉까지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남 협력관은 "천왕봉까지의 거리는 4.5㎞지만 정상까지는 급한 경사가 있어 3시간이면 불이 번질 수 있어 방화선을 지켜야 했다. 경사는 바람의 영향과 같다"며 "다행히 바람 방향이 바뀌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지리산 권역으로 산불이 번진 건 산불 발생 6일째인 26일 오전 10시께다.
당시 지리산국립공원 경남사무소 김종식 소장은 공원으로의 산불 확산을 막기 위해 전 직원이 현장에서 진화 작업을 펼쳤지만, 산불이 바람을 타고 구곡산 능선을 넘었다고 밝혔다. 구곡산 정상을 넘으면 바로 지리산국립공원 권역이다.

산불이 지리산을 넘으면서 산림청, 경남도, 경남사무소 직원 등 모두가 비상이 걸렸다. 강풍도 불어닥치면서 결국 27일 산불은 천왕봉 4.5㎞까지 접근했다.
천왕봉 4.5㎞ 지점은 험준한 지형에 임도도 없다. 대나무류가 많아 진화 대원들의 진입을 더디게 했고 강풍과 건조주의보는 최악의 상황을 만들었다.
이런 악조건 속에 당국은 3중 방화선을 구축했다. 낮에는 헬기 55대로 물을 쏟아붓고, 산불 지연제 수십톤을 들이부었다. 야간에는 공중진화대, 특수진화대를 투입했다. 군인도 동원해 대규모 진화 작전을 펼쳤다. 기존 산림청과 지자체 헬기에 미군 헬기, 국방부 헬기, 경찰 헬기 등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총동원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산불은 꺼졌다가 되살아나기를 반복했다. 최대 1m에 이르는 활엽수 낙엽층과 바위 아래, 땅속에 숨어 있는 불씨가 바람만 불면 다시 살아났다. 낙엽층은 물을 뿌려도 불까지 도달하지 못하고 주변으로 흘러버렸다. 낙엽이 방수포 기능을 한 것이다.
천왕봉 4.5㎞까지 접근한 불을 끄기 위해 낮에는 헬기, 밤에는 인력을 총동원해 5일간의 사투를 벌여 결국 천왕봉 방화선을 지켜냈다.
주불 진화가 완료된 30일까지도 지리산 권역 진화 작업에 집중했다. 산청 산불의 마지막 화선 400m 중 200m도 지리산국립공원 화선이었다.
이번 산불로 지리산 권역 화선은 4.8㎞다. 피해 면적은 132㏊, 축구장 184개 규모다. 전체 화선은 71.2㎞, 산불 피해 면적은 1858㏊(산청 1158·하동 700㏊)로 추정된다. 축구장 2602개 규모다.

ha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