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브해 아이티에 韓서 세운 학교가? '글로벌세아'와의 특별한 인연

2013년 세아학교 처음 세워, 10년 넘게 무상 교육 진행
아이티서 뿌린 씨앗, 졸업생 중 신입사원 채용까지 결실

"어느 날 차를 타고 마을을 지나는데 주민들이 도로를 점거하고 시위하고 있었다. 이유를 물어보니 정부에서 학교설립 약속을 했는데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길로 학교를 가보니 건물은 낡아 무너진 채로 방치돼 있었고 학교는 낡은 건물과 흙먼지뿐이었다. 1950년대 후반 내가 기억하는 대한민국을 생각했다. 나는 아이티 카라콜에 초등학교를 설립하기로 했다."

본문 이미지 - 글로벌세아가 아이티에 세운 세아학교 (글로벌세아 제공)
글로벌세아가 아이티에 세운 세아학교 (글로벌세아 제공)

(서울=뉴스1) 이재상 기자 = 중남미 카리브해에 위치한 섬나라 국가 아이티(Haiti)에 한국 기업이 세운 학교가 있다.

"거기에 도대체 왜?"라는 의문 부호도 붙지만, 아이티를 찾았던 김웅기 '글로벌세아' 회장은 2013년 처음 세아학교(S&H School)를 설립했고, 그 인연이 13년째 이어지고 있다. 김 회장이 뿌린 교육이라는 '씨앗'은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웠고, 그들은 아이티 미래를 이끌 인재로 성장하고 있다.

카리브해 중앙에 위치한 아이티는 2023년 IMF 기준 1인당 GDP가 1761달러(약 253만 원)에 그칠 정도로 가난한 나라로 꼽힌다. 우리에게는 2010년 1월 '아이티 대지진'으로 잘 알려졌다.

당시 아이티 수도 포르토플랭스 인근에 규모 7.0의 대지진이 발생했고 아이티 전체 인구의 ⅓에 달하는 300만명 가깝게 피해를 보았다. 사망자만 22만명이 넘었고 부상자도 30만명 이상이었다. 말 그대로 나라가 쑥대밭이 됐다.

김웅기 글로벌세아 회장은 아이티 카라콜 산업공단 건설 현장에 갔다가 우연히 학교를 방문하게 됐고, 1950년대 전쟁 후 한국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피폐했던 시설에 큰 충격을 받았다.

본문 이미지 -  여전히 최빈국 중 하나로 꼽히는 아이티. ⓒ AFP=뉴스1
여전히 최빈국 중 하나로 꼽히는 아이티. ⓒ AFP=뉴스1

김 회장은 곧바로 학교 설립을 추진했다. 2013년 아이티 재건 사업의 일환으로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지원을 받아 아이티 북부 카라콜에 세아학교를 세웠다. 그해 9월부터 유치원과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이 전액 무상으로 교육을 받으며 성장했다. 유치원 2년, 초등학교 6년 과정이었다. 한 학년은 두 학급으로 50명씩 구성했다.

세아상역 미국 거래처인 '콜스'와 장태순 장금상선 회장 등 주변인들의 도움도 받으면서 학교는 형태를 갖춰갔다. 학생들에게 무상으로 점심을 제공하기 위해 주방과 식당 건물을 세웠고, 학교 운영비는 세아재단에서 전액 부담했다.

그러던 중 2017년 5월 초등학교 6학년 과정을 마친 학생들이 졸업을 앞둔 상황에서 새로운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많은 공을 들여 세아 초등학교 과정을 이수한 학생들이 아이티 교육부에서 운영하는 중학교에 입학할 수밖에 없다는 것.

결국 김 회장은 고심 끝에 중학교와 고등학교 건물까지 동시에 신축하기로 결심했다.

본문 이미지 - 글로벌세아가 아이티에 세운 세아학교의 학생들의 모습. 다양한 교육을 무상으로 받으며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세아 제공)
글로벌세아가 아이티에 세운 세아학교의 학생들의 모습. 다양한 교육을 무상으로 받으며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세아 제공)

발 빠른 움직임 속에 2017년 초 세아 중·고교 건물이 완공됐다. 세아 초등학교 졸업생 전원이 세아 중학교에 진학할 수 있었다. 현지 세아 공장에 출근하는 근로자들의 자녀도 세아학교에 다닐 수 있었다.

꾸준한 투자와 관심 속에 어엿한 교육 전문기관으로 자리매김한 세아학교에는 지난해 12월 기준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총 28개 학급 700여 명의 학생들이 다니고 있다.

학생들은 자국 엘리트 출신 교사들에게 모국어인 크레올어와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를 정규과목으로 채택, 다양한 과목을 교육받고 있다.

깨끗하고 질 높은 교육 환경을 갖추고 있고 학생들에게 학비와 식사를 무료로 제공하는 세아학교는 이제는 아이티에서 가장 입학하고 싶은 학교로 꼽힌다.

실제로 프랑실롯 호텔이 2024년 말 주관한 '레드카펫 어워드' 교육 분야에서 세아학교는 '최우수 교육기관'으로 선정되며 가치를 인정받았다. 레드카펫 어워드는 매년 지역 내에서 다양한 활동과 업적을 남긴 기관을 선정해 발표한다.

2013년 처음 뿌렸던 씨앗은 조금씩 결실도 보고 있다.

본문 이미지 - 2023년 열린 세아학교의 첫 졸업식에 참석한 김웅기 회장(가운데)이 학생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글로벌세아 제공)
2023년 열린 세아학교의 첫 졸업식에 참석한 김웅기 회장(가운데)이 학생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글로벌세아 제공)

2023년 세아학교 제1회 졸업생 중 6명이 글로벌세아 그룹 계열사인 의류 섬유 수출기업인 세아상역에 채용됐다. 첫 졸업생 47명 중 세아상역에 입사를 원했던 졸업생 8명 중 절반 이상이 꿈을 이뤘다. 또한 지난해 2회 졸업생 중 4명은 현재 인턴십으로 근무하고 있다.

세아상역에 입사한 제시카(Jessica)는 "아이티에서 세아는 가장 취업하고 싶은 회사로 손꼽힌다"며 "세아상역이 아이티에서 더욱 성장할 수 있도록 열심히 근무하겠다"고 전했다.

김웅기 회장은 2023년 세아학교 첫 졸업식에서 "10년 전 뿌린 작은 씨앗이 아이티의 미래를 이끌 인재로 성장해 대견하고 자랑스럽다"고 했다.

그의 바람처럼 한국 기업의 지원을 받은 아이티의 미래 인재들이 중남미를 넘어 전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을지 흥미롭다.

본문 이미지 - 아이티의 세아학교에서 수업을 받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 (글로벌세아 제공)
아이티의 세아학교에서 수업을 받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 (글로벌세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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