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안영준 기자 =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홋스퍼와 팀 핵심 공격수 손흥민이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토트넘은 18일 오전 4시 독일 코메르츠방크-아레나에서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독일)를 상대로 8강 2차전을 치른다. 안방서 열린 1차전을 1-1로 비긴 토트넘은 2차전서 반드시 이겨야 4강에 진출, 우승 희망을 이어갈 수 있다.
이를 위해 토트넘은 주중 울버햄튼전에서 주축에게 휴식을 주며 프랑크푸르트전에 대비했다.
토트넘과 손흥민에겐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가 이번 시즌 남은 유일한 희망이자,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일어나기 위한 마지막 열쇠다.
토트넘은 EPL에선 부진을 거듭하며 11승4무17패(승점 37)로 20개 팀 중 15위에 자리, EPL 출범 후 구단 역사상 최저 순위를 기록할 위기에 처해 있다. 아울러 EFL컵과 FA컵 등 다른 국내 대회도 모두 탈락해 우승 기회가 소멸했다.
순위 하락의 부담이 있음에도 EPL에 힘을 빼고 UEL에 '올인'하는 이유다.

◇ 17년 이어진 무관…팬들은 인내심 바닥
토트넘은 유럽에서 가장 인기가 많다는 EPL에서도 팬이 많은 팀 중 하나다. 6만2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최신식(2019년 완공) 대형 스타디움도 보유했다.
하지만 성적은 영 아니다. 2007-08 리그컵 우승 이후, 17년 동안 크고 작은 대회에서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다.
'빅6'의 다른 팀들이 저마다 트로피를 챙기는 동안 토트넘만 성과를 내지 못하자, 팬들의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냈다.
팬들은 지휘봉을 잡고 있는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뿐 아니라 팀 방향성을 우승이 아닌 실리적 운영에만 맞추는 다니엘 레비 구단주에게도 불만이 많다.
매 홈경기마다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이제는 바뀌어야 할 시간" "우리는 영광을 원하지만 구단주는 이익을 원한다"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성난 민심을 달래고 우승을 향한 팀의 의지를 보여주려면, 올해만큼은 무관의 역사를 끊어야 한다.
다음 시즌 유럽대항전 출전을 위해서라도 UEL 우승이 절실하다.
선수단 규모가 8억3600만유로(약 1조3620억원)에 달하는 매머드 클럽 토트넘은 유럽대항전에 출전해야 중계권료와 승리 상금 등으로 그에 걸맞은 수입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현재 토트넘은 EPL 7위까지 주어지는 유럽대항전 출전권을 따내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마지막 남은 희망은, 결국 UEL이다.
UEL 우승 팀에게 주어지는 유럽대항전 출전권을 따내는 게 마지막 남은 방법이다.
무관을 끊고, 다음 시즌 유럽대항전도 나가고 싶은 토트넘에는 UEL이 절대 놓칠 수 없는 동아줄인 셈이다.

◇ "아직 유럽에서 이루고 싶은 게 남아있다"는 손흥민, 어쩌면 '마지막' 기회
손흥민 개인에게도 UEL 우승은 절실하다.
손흥민은 2020-21시즌 아시아 선수 최초로 EPL 득점왕을 거머쥐었고, 2020 국제축구연맹(FIFA)푸스카스 상을 수상하는 등 개인 타이틀은 많이 챙겼다. 하지만 프로 커리어 통산 팀으로서의 우승은 전무하다.
더 큰 문제는 손흥민의 전성기가 서서히 끝나간다는 점이다.
1992년생의 손흥민은 최근 '에이징 커브'가 왔다는 현지 매체의 비판을 받고 있다. 실제로 이번 시즌 손흥민은 특유의 폭발적 드리블과 장점인 감아차기 등이 많이 줄었다.
동료를 활용하는 영리한 움직임과 경험을 앞세워 중요한 때마다 제 몫을 하고는 있지만 냉정히 말해 예전만큼의 경기력은 나오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토트넘이 손흥민과 재계약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그래서 UEL서 험난한 과정을 뚫고 8강까지 오른 이번 시즌이 어쩌면 유럽에서 우승을 일굴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다음 시즌 손흥민이 토트넘에 남을지도, 토트넘이 다시 이 정도로 우승과 가까워질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손흥민은 그동안 공개적으로 우승을 향한 열망을 표출해 왔다. 1~2년 전부터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오일 머니'의 러브콜을 받고 있지만, "아직 유럽에서 할 게 남아있다"며 매번 이적을 고사해 왔다.
손흥민이 언급한 '남아있는 과제'란 두 말할 필요도 없이 그동안 한 번도 이루지 못했던 유럽 무대에서의 우승이다.
손흥민은 주중 울버햄튼과의 경기에서 발등 타박상을 이유로 결장했지만, UEL 8강 2차전만은 반드시 출전하겠다며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우승 도전'이라는 걸 너무도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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