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정재민 박종홍 기자 = 서울 양천구 탁구장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하면서 생활체육시설에선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특히 이 탁구장을 방문한 확진자 한 명은 세 곳이나 탁구장을 옮겨다닌 것으로 확인됐다. 코로나19가 불러온 생활체육시설 부족 현상이 또 다른 확진의 주범이 됐다는 지적이 따른다.
9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첫 확진자가 발생한 서울 양천구 탁구장 관련 코로나19 확진자는 이날 정오까지 22명을 기록했다.
방역당국 조사결과 이 탁구장 초발 환자는 세 군데 탁구장을 방문한 것으로 확인됐고, 탁구장 특성상 실내체육시설에서 운동으로 마스크를 쓰기 어려웠기 때문으로 확진 원인이 꼽혔다.
생활체육시설은 그동안 코로나19의 직접적인 타격을 받았다. 축구, 농구, 야구, 탁구, 테니스, 배드민턴 등 구기 종목의 경우 특히 그 강도가 심했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체육시설은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때 이미 다 막혔고, 생활 방역 체계로 전환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아직도 운동장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이 때문에 자신이 다니던 동호회에서 운동하지 못하자 이른바 '용병'으로 나서는 이들도 적잖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운동장 대여, 양도, 용병 구하기, 용병 팀 매치 등 서울 근교 수도권 내에서도 활발히 인원을 구하고 있다. 이번 양천구 초발 환자 역시 그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각 운동장에서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시설 입장 시 체온을 측정하고 인적사항을 적는 경우도 있지만, 실제 운동에 들어가면 평상시보다 숨이 가쁠 수밖에 없고 마스크를 벗기 일쑤다.
여기에 격한 운동을 할수록 음료수나 물 등도 함께 마시게 되고 공, 라켓 등 용품을 통한 전파 위험 가능성도 쉬울 수밖에 없다.
서울시는 서울 소재 탁구장 350여개소에 대해 운영 자제 권고 및 감염병 예방수칙 준수 명령을 내렸지만, 이들이 경기도 등 인근 수도권 지역으로 가지 말란 법도 없다.
아직까진 탁구장, 줌바, 에어로빅 등 실내체육시설 위주로 확진자가 발생했지만 야외체육시설도 안전하진 않다.
야구의 경우 동호회 역시 시즌(리그)별로 운영을 하고 있어 이미 리그에 돌입한 이들이 있고, 축구 역시 운동장 계약 때 1년 단위 계약을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동호인들 사이에서는 설마설마하던 시설 내 확진자 발생에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다. 어느 누가 확진 판정을 받아도 이상하지 않으리란 걸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한 조기 축구회 총무 강모씨(33)는 "코로나19로 1년 계약한 운동장이 폐쇄조치 되면서 외부 시합으로 팀을 꾸렸는데 이마저도 불안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결국 터질 것이 터졌다. 실내체육시설뿐 아니라 실외체육시설의 참석률도 많이 떨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생활체육시설 이용에서도 마찬가지로 개인 스스로가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켜야 하는 수밖에 없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일반인이 방역용 마스크를 착용한 채 장시간 운동하기는 어렵다"며 "체육시설을 이용해야 한다면 마스크 착용을 철저히 하고, 숨이 차 마스크를 벗어야 할 정도로 운동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김탁 순천향대 감염내과 교수 역시 "마스크를 잘 착용하고 음료수나 물 같은 것들도 나눠 마시지 않아야 한다"며 "전반적으로 코로나19에 대한 경각심이 떨어져 발생하는 일들인데 경각심을 다시 높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ddakbo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