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트럼프 관세 충격 후 이틀 동안 뉴욕 증시가 급락하면서 서학개미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서학개미 톱10 종목의 보관 금액만 이틀 새 12조 2000억 원 넘게 증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금융지주 시가총액(12조 2082억 원)에 버금간다.
특히 서학개미가 사랑한 종목인 테슬라는 보관 금액 증발 규모가 4조 원을 넘어 가장 컸다. 수익률로는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수익률이 처참했다. 이틀 동안 46% 넘게 빠진 ETF도 있었다.
증권가에서는 관세로 인해 미국 증시 변동성이 커지고, 경기 침체 우려가 불거질 수 있는 만큼 투자에 유의할 것을 당부했다.
7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2일 서학개미의 미국 주식 보관 금액은 1002억 9024만 달러(약 146조 5742억 원)에 달한다. 그중 보유 상위 10개 종목은 499억 2628만 달러(72조 9672억 원) 규모로, 전체의 약 절반을 차지했다.
지난 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 관세 부과 발표 후 이틀 동안 상위 10개 종목 보관 금액은 83억 4873만 달러(12조 2017억 원) 증발했다. 지난 이틀간 나스닥종합지수가 11.4%, S&P500지수가 10.5% 급락했기 때문이다.
보관 금액이 가장 많이 줄어든 곳은 테슬라다. 3~4일 주가가 15.32% 하락하면서 서학개미의 테슬라 보관 금액은 추가 매수, 매도가 없을 경우 28억 7601만 달러(4조 2033억 원) 증발한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기간 엔비디아도 주가가 14.95% 내리면서 보관 금액이 14억 7301만 달러(2조 1528억 원) 줄었을 것으로 보인다.
보유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지만, 레버리지 ETF 성적은 더 처참하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를 3배로 추종하는 SOXL(DIREXION DAILY SEMICONDUCTORS BULL 3X SHS) ETF는 이틀 동안 주가가 46.31% 급락하면서 보관 금액이 8억 6368만 달러(1조 2623억 원)나 증발했다.
나스닥100지수를 3배로 추종하는 TQQQ(PROSHARES ULTRAPRO QQQ) ETF도 같은 기간 주가가 31.44% 내리면서 보관 금액이 8억 508만 달러(1조 1766억 원) 사라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어 애플(6억 6435만 달러), 테슬라 주가를 2배로 추종하는 TSLL(DIREXION DAILY TSLA BULL 2X SHARES) ETF(6억 1744만 달러), 팔란티어(4억 6631만 달러), QQQ(INVESCO QQQ TRUST SRS 1) ETF(2억 5850만 달러), 마이크로소프트(1억 6596만 달러), 알파벳 A(1억 5839만 달러) 순이다.
증권가에서는 미국의 관세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투자에 유의할 것을 당부했다. 미국 물가 상승과 경기 둔화 우려가 확대하면서 당분간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허진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예상을 뛰어넘는 미국 상호 관세율 발표의 후폭풍이 지속되고 있다"며 "최대 피해국은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이어 "예상을 뛰어넘는 상호 관세 부과와 이에 따른 증시 급락은 소비 심리를 예상보다 더 악화시켰을 가능성이 높다"며 "미국은 현재의 실효 관세율이 3~6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 경기 침체 확률이 40% 이상으로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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