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형기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적으로 무차별 관세 폭탄을 퍼붓는 것은 단순한 무역 적자 개선을 위해서가 아니다.(사실 무역 적자는 오히려 늘고 있다)
관세 폭탄을 퍼부음으로써 미국 기업의 리쇼어링(미국으로 돌아오는 것)을 유도하기 위함이다.
세계화로 애플 등 미국 기업들은 인건비가 싼 중국 등지에 생산 기지를 건설, 사상 유례없는 호황을 구가했다.

애플의 시총은 3조 달러를 넘는다. 이는 세계 12위 경제 대국 한국의 연간 국내총생산(GDP) 1조 6465억달러(2024년 기준)보다 두 배 정도 많은 것이다.
세계화로 글로벌 기업들은 사상 유례없는 호황을 구가했지만, 미국인들은 직업을 뺏겼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 반세계화 운동이 일며 트럼프 같은 보수주의자가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다.
따라서 트럼프는 미국 기업의 생산 시설을 다시 미국으로 이전하기 위해 막대한 관세 폭탄을 퍼붓고 있다.
그런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트럼프 정책이 성공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마침 미국의 경제 전문 매체 CNBC가 미국 최고경영자(CEO)들을 상대로 리쇼어링과 관련, 설문조사를 한 결과가 나왔다.
CNBC는 14일(현지시간) 모두 380명의 CEO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이 리쇼어링에 관심이 없다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그중 57%가 비용 문제, 21%는 숙련된 노동력의 부족을 그 이유로 꼽았다.
미국의 거대 기업들은 트럼프의 관세 폭탄에 잇달아 리쇼어링을 발표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미국에 슈퍼컴퓨터 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했고, 애플은 국내에 5000억 달러 투자를 약속했다.
이들 기업은 투자 여력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같은 거대기업 이외의 대부분 기업은 천문학적 비용으로 생산 시설 이전을 엄두도 못 내고 있다.
공급망 재구축에 관심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 중에서도 41%는 리쇼어링이 최소 5년이 걸릴 것이라고 답했으며, 33%는 5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에 따라 대부분 기업들은 리쇼어링을 포기하고 미국의 관세가 낮은 제3 지역을 찾고 있다고 CNBC는 전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제조업 공급망을 재구축하는 데 최소 5년이 걸릴 것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트럼프의 임기는 4년이다. 그는 벌써 3선을 염두에 두고 있지만, 3선을 추구할 때쯤이면 그의 나이도 83세다. 3선에 성공할 가능성도 크지 않지만, 성공해도 치매를 걱정해야 할 나이인 것이다.
만약 정권이 민주당으로 교체된다면 자유 무역을 선호하는 민주당의 특성상 트럼프의 정책이 중도 폐기될 가능성이 크다.

만약 트럼프가 중국 시진핑처럼 영구 집권이 가능하다면 정책의 연속성이 유지돼 이 같은 ‘우공이산’이 성공할 수도 있을 터이다. 그러나 그가 영구집권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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