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용한의 역사 크루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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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연세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를, 경희대학교 대학원에서 한국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전쟁과 역사’ 등 많은 저서를 출간했고, 유튜브 누적 조회수 8000만이 넘는 국방TV 〈토크멘터리 전쟁사〉에 출연했다. 현재 KJ인문경영연구원 대표로 활동하며 유튜브 채널 〈임용한TV〉와 〈인문채널휴〉를 운영하고 있다. 동서양을 넘나드는 해박한 역사지식을 토대로 통찰력 있는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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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타이아 전투…페르시아 전쟁의 마지막 전투

이번에 팀을 이끌고 그리스 답사를 하면서 플라타이아를 다녀왔다. 현장에 와 보니 기록으로는 이해가 안 되던 이 전투에 대한 여러 가지 궁금증이 한 번에 풀렸다. 그리스-페르시아 전쟁 중에서 최대 규모의 침공은 기원전 480년 크세륵세스의 침공이었다.그리스 역사가 헤로도투스는 페르시아군 규모가 100만 명이었으며, 이 숫자는 과장이 아니라 절대로 올바른 정보라고 단언했다. 그래도 현대 역사학자들은 믿지 않고 있지만, 사상 유례없는 대군이었던 건
이번에 팀을 이끌고 그리스 답사를 하면서 플라타이아를 다녀왔다. 현장에 와 보니 기록으로는 이해가 안 되던 이 전투에 대한 여러 가지 궁금증이 한 번에 풀렸다. 그리스-페르시아 전쟁 중에서 최대 규모의 침공은 기원전 480년 크세륵세스의 침공이었다.그리스 역사가 헤로도투스는 페르시아군 규모가 100만 명이었으며, 이 숫자는 과장이 아니라 절대로 올바른 정보라고 단언했다. 그래도 현대 역사학자들은 믿지 않고 있지만, 사상 유례없는 대군이었던 건

증오의 시작, 플라타이아 공성전

그리스 아테네에서 테베로 가는 길에 플라타이아라는 작은 마을이 있다. 산과 평원이 만나는 지점, 2, 3부 능선 산기슭에 자리 잡은 조용하고 소박한 마을이다. 2019년 평일 점심 무렵에 방문했는데, 어찌나 조용한지 사람이 살지 않는 곳 같았다. 마을 중앙 부분 도로 양쪽으로 식당이 몇 개 있었다. 그중 한 곳을 방문했는데, 주인 내외가 커피와 브레드란 단어를 알아듣지 못했다. 즉 관광객은 한 명도 안 온다는 의미다.하긴 전사적으로는 훨씬 유명
그리스 아테네에서 테베로 가는 길에 플라타이아라는 작은 마을이 있다. 산과 평원이 만나는 지점, 2, 3부 능선 산기슭에 자리 잡은 조용하고 소박한 마을이다. 2019년 평일 점심 무렵에 방문했는데, 어찌나 조용한지 사람이 살지 않는 곳 같았다. 마을 중앙 부분 도로 양쪽으로 식당이 몇 개 있었다. 그중 한 곳을 방문했는데, 주인 내외가 커피와 브레드란 단어를 알아듣지 못했다. 즉 관광객은 한 명도 안 온다는 의미다.하긴 전사적으로는 훨씬 유명

'바닷속의 악마'

◇ 전장의 확대고대부터 사람들은 하늘과 바닷속을 전장으로 만드는 상상을 했다. 이카로스의 전설이 탄생한 곳은 이탈리아에 있던 그리스 식민도시 쿠마에였다. 이곳은 모든 그리스 식민지 중에서 최북단에 위치한 곳으로 그만큼 위험했다.그리스인들은 바위산으로 막힌 산 안쪽 지역에 터널을 파서 거주지를 세웠다. 바위산과 바다로 막힌 요새도시, 해안 바깥쪽 섬에 또 하나의 식민도시가 있었다. 하늘을 날아서 그곳으로 갈 수는 없을까? 그것이 이카로스의 전설이
◇ 전장의 확대고대부터 사람들은 하늘과 바닷속을 전장으로 만드는 상상을 했다. 이카로스의 전설이 탄생한 곳은 이탈리아에 있던 그리스 식민도시 쿠마에였다. 이곳은 모든 그리스 식민지 중에서 최북단에 위치한 곳으로 그만큼 위험했다.그리스인들은 바위산으로 막힌 산 안쪽 지역에 터널을 파서 거주지를 세웠다. 바위산과 바다로 막힌 요새도시, 해안 바깥쪽 섬에 또 하나의 식민도시가 있었다. 하늘을 날아서 그곳으로 갈 수는 없을까? 그것이 이카로스의 전설이

쿠르스크 악몽의 전차전②

◇ 지옥으로 뛰어들라고소련이나 독일이나 합리적 지휘관들은 독일군이 쿠르스크를 점령한다고 해도 모스크바로 달려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독재자가 아니라고 해도 독일 기갑부대 앞에 특별한 방어지형이 없는 평원이 무방비 상태로 놓여 있는 길이 편안할 수는 없다. 2023년 프리고진과 바그너 반란군이 모스크바 행진을 시도했던 루트가 바로 이 길이다.스탈린은 쿠르스크 돌출부 방어에 총력을 기울이게 했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사건이 이 결정에
◇ 지옥으로 뛰어들라고소련이나 독일이나 합리적 지휘관들은 독일군이 쿠르스크를 점령한다고 해도 모스크바로 달려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독재자가 아니라고 해도 독일 기갑부대 앞에 특별한 방어지형이 없는 평원이 무방비 상태로 놓여 있는 길이 편안할 수는 없다. 2023년 프리고진과 바그너 반란군이 모스크바 행진을 시도했던 루트가 바로 이 길이다.스탈린은 쿠르스크 돌출부 방어에 총력을 기울이게 했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사건이 이 결정에

쿠르스크 악몽의 전차전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보다 보면 2차 세계 대전 당시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진 독일군과 소련군의 전투 양상이 데자뷔처럼 오버랩된다. 격전지, 진격 방향, 전투 방식이 신기할 정도로 되풀이된다. 이 전쟁을 보면서 역사라는 학문은 인간이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게 하기 위해 존재하는 학문이 아니라, 인간은 과거의 실수를 반복할 뿐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에 불과하다는 회의가 반복해서 필자를 괴롭히고 있다.그런데 과거 격렬했던 전장에서 완전히 벗어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보다 보면 2차 세계 대전 당시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진 독일군과 소련군의 전투 양상이 데자뷔처럼 오버랩된다. 격전지, 진격 방향, 전투 방식이 신기할 정도로 되풀이된다. 이 전쟁을 보면서 역사라는 학문은 인간이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게 하기 위해 존재하는 학문이 아니라, 인간은 과거의 실수를 반복할 뿐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에 불과하다는 회의가 반복해서 필자를 괴롭히고 있다.그런데 과거 격렬했던 전장에서 완전히 벗어나

'진정한 팀플레이'

◇ 러시아의 힘은 대지에서 나온다1941년 초여름, 약 290만 명의 독일군이 독-소국경을 넘어서 진군을 시작했다. 독일과 소련은 서로 불가침조약을 맺고 있었는데, 소련은 이 조약을 믿고 전쟁 대비를 소홀히 했다. 조약을 믿었다기보다는 소련의 국내 사정 때문에 전쟁을 늦추고 싶었다. 절실한 소망이 눈앞의 증거를 무시했던 것이다.그 결과를 참담했다. 초전에서 독일군은 무섭게 승리를 거두었고, 빠르게 진격했다. 늦가을까지는 모스크바를 함락하고 전쟁
◇ 러시아의 힘은 대지에서 나온다1941년 초여름, 약 290만 명의 독일군이 독-소국경을 넘어서 진군을 시작했다. 독일과 소련은 서로 불가침조약을 맺고 있었는데, 소련은 이 조약을 믿고 전쟁 대비를 소홀히 했다. 조약을 믿었다기보다는 소련의 국내 사정 때문에 전쟁을 늦추고 싶었다. 절실한 소망이 눈앞의 증거를 무시했던 것이다.그 결과를 참담했다. 초전에서 독일군은 무섭게 승리를 거두었고, 빠르게 진격했다. 늦가을까지는 모스크바를 함락하고 전쟁

여인천하…측천무후②

◇ 측천무후, 남편 고종과 함께 묻히다 중국 시안에서 좀 떨어진 외곽에 당 고종의 건릉이 있다. 넓은 평원에 말 안장처럼 솟아오른 2개의 양산 봉우리를 연결해서 산 전체를 능으로 조성했다. 능의 규모, 조경, 조각, 당나라 전성기의 능력과 재력을 보여주는 걸작이다.능 위라고 해야 할지, 산 정상이라고 해야 할지, 정상에 올라가면 중국의 전형적인 황토지형이 만든 대지가 광활하게 펼쳐진다. 아래에서 봐도 위에서 봐도 황제의 권력과 위용이 절로 느껴
◇ 측천무후, 남편 고종과 함께 묻히다 중국 시안에서 좀 떨어진 외곽에 당 고종의 건릉이 있다. 넓은 평원에 말 안장처럼 솟아오른 2개의 양산 봉우리를 연결해서 산 전체를 능으로 조성했다. 능의 규모, 조경, 조각, 당나라 전성기의 능력과 재력을 보여주는 걸작이다.능 위라고 해야 할지, 산 정상이라고 해야 할지, 정상에 올라가면 중국의 전형적인 황토지형이 만든 대지가 광활하게 펼쳐진다. 아래에서 봐도 위에서 봐도 황제의 권력과 위용이 절로 느껴

여인천하…측천무후①

◇ 당 태종의 실수당태종 이세민은 중국 역사에서도 눈에 띄는 걸출한 황제였다. 그도 평생에 두 가지 실수를 했다. 고구려 원정의 실패와 무후의 위험성을 간파하지 못한 것이었다. 무후에게만 뒤집어씌우는 건 미안한 일이고, 여인천하의 위험성을 간과했다는 말이 더 정확할 것이다.이세민은 탁월한 군사 지도자였고, 리더로서는 무서운 인물이었다. 황후 문덕황후 장손씨는 이세민이 황제도 아니고 황태자도 아닌 시절에 이세민과 결혼했고 평생 조심하면 살았다.
◇ 당 태종의 실수당태종 이세민은 중국 역사에서도 눈에 띄는 걸출한 황제였다. 그도 평생에 두 가지 실수를 했다. 고구려 원정의 실패와 무후의 위험성을 간파하지 못한 것이었다. 무후에게만 뒤집어씌우는 건 미안한 일이고, 여인천하의 위험성을 간과했다는 말이 더 정확할 것이다.이세민은 탁월한 군사 지도자였고, 리더로서는 무서운 인물이었다. 황후 문덕황후 장손씨는 이세민이 황제도 아니고 황태자도 아닌 시절에 이세민과 결혼했고 평생 조심하면 살았다.

독일군 최악의 패전, 스탈린그라드 전투

1943년 1월 30일, 소련군에게 포위되어 스탈린그라드에서 항전을 계속하던 독일 제6군 사령관 프리드리히 파울루스 대장은 히틀러의 친서를 받는다. 자신을 원수로 진급시킨다는 진급 명령서였다. 이것은 소련군에게 항복하지 말고 자살하라는 의미이기도 했다.파울루스는 자살을 거부했고, 다음날 사령부를 습격한 소련군에게 생포되었다. 2월 2일, 독일군 마지막 수비대가 무너졌고, 파울루스는 항복문서에 서명했다. 독일군과 주축국 병사 60만 명 이상이 투
1943년 1월 30일, 소련군에게 포위되어 스탈린그라드에서 항전을 계속하던 독일 제6군 사령관 프리드리히 파울루스 대장은 히틀러의 친서를 받는다. 자신을 원수로 진급시킨다는 진급 명령서였다. 이것은 소련군에게 항복하지 말고 자살하라는 의미이기도 했다.파울루스는 자살을 거부했고, 다음날 사령부를 습격한 소련군에게 생포되었다. 2월 2일, 독일군 마지막 수비대가 무너졌고, 파울루스는 항복문서에 서명했다. 독일군과 주축국 병사 60만 명 이상이 투

'댐 버스터'와 가이 깁슨 그리고 혐오

물수제비 폭탄필자가 중학교 2학년 때 일이다. 당시 나는 역사책을 좋아해서 구할 수 있는 이야기책은 다 찾아서 읽었다. 당시에는 헤로도토스의 '역사'도 아마도 발간되지 않았던 시대였다. 읽을 수 있는 역사책이 없어서 역사소설도 마다하지 않고 역사를 소재로 한 책은 구할 수 있는 대로 읽었다.그러다가 수십 권짜리 시리즈물을 발견했는데, 2차세계대전의 전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시리즈였다. 그중에 1943년 5월16일, 영국 공군의 루르 지역 댐 공습
물수제비 폭탄필자가 중학교 2학년 때 일이다. 당시 나는 역사책을 좋아해서 구할 수 있는 이야기책은 다 찾아서 읽었다. 당시에는 헤로도토스의 '역사'도 아마도 발간되지 않았던 시대였다. 읽을 수 있는 역사책이 없어서 역사소설도 마다하지 않고 역사를 소재로 한 책은 구할 수 있는 대로 읽었다.그러다가 수십 권짜리 시리즈물을 발견했는데, 2차세계대전의 전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시리즈였다. 그중에 1943년 5월16일, 영국 공군의 루르 지역 댐 공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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