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베이징=뉴스1) 조소영 기자 정은지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일(현지시간) 시작된 올해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여러 차례 언급됐다.
트럼프가 참석하지 않은 상황에도 그의 이름이 계속 거명된 것은 2기 행정부 운영에 본격 돌입한 트럼프의 '예측 불가 행보'를 전 세계 리더들이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는 오는 23일 온라인을 통해 다보스포럼에 참석, 원격 연설에 나선다. 그는 2018년과 2020년 두 차례 다보스포럼에 직접 참석한 바 있다.
당초 24일까지 스위스 휴양도시 다보스에서 열리는 다보스포럼에 트럼프는 대통령 취임일과 개최일이 겹치면서 불참할 것으로 전망된 바 있으나 '온라인 참석'으로 최종 정리됐다.
흥미로운 것은 트럼프가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다보스포럼에서 여러 차례 트럼프가 언급되고 있다는 점이다.
21일 AFP 통신은 하버드대 케네디 스쿨(정치행정대학원)의 교수인 그레이엄 앨리슨이 이러한 상황을 가리켜 "올해는 코끼리가 방 안에 있다"고 농담을 던졌다고 전했다.
미국의 소리(VOA)는 "월요일(20일)에 백악관으로 돌아온 트럼프가 다보스포럼 현장에 참석하진 않았으나 이곳에서 교류하는 경영진과 지도자들에게 있어서는 존재감이 크다"고 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 타임스(FT)에 따르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이날(21일) 연설을 통해 트럼프에게 경고를 던졌다.
그는 트럼프가 EU에 포괄적 관세 부과를 위협한 후 세계 경제가 "새로운 경로를 따라 분열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 경제의 유대를 끊는 것은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폰데어라이엔은 무역 문제에 있어선 미국과 EU 모두 많은 것이 걸려 있다면서 "우리의 최우선 과제는 조기에 관여하고 공통의 관심사에 대해 논의하고 협상할 준비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는 실용적이지만 항상 우리의 원칙을 지킬 것"이라며 "우리의 이익을 보호하고 우리의 가치를 옹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폰데어라이엔은 "중국과 건설적 관계를 맺고 상호 이익을 위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트럼프가 파리 기후변화 협정(파리협정)에서 탈퇴한다고 발표한 데 있어서는 "유럽은 그 길(파리협정)을 계속 갈 것"이라고 말했다.

딩쉐샹 중국 부총리 또한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움직임을 겨냥해 "진정한 다자주의를 공동으로 수호하고 실천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보호주의는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하며 무역 전쟁에서 승자는 없다"고 말했다. 딩 부총리는 트럼프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이런 가운데 알렉산더르 더크로 벨기에 총리는 트럼프의 관세 정책에 있어 유연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다보스포럼 연설에서 "미국은 무역 적자에 문제가 있다. 우리는 이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아마도 우리는 미국 측에서 더 많은 것을 구매할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에게 경제적으로 유익한 것과 미국의 동맹국들에 지정학적으로 유익한 것을 연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중동 지역 인사들은 트럼프에게 대체로 긍정적인 입장을 취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파이살 빈 파르한 알 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외무장관은 이날 다보스포럼에서 트럼프 2기 출범은 이스라엘과 이란 간 분쟁의 위험을 높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친(親)이스라엘 성향이자 이란에 대해서는 배척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파이살은 "나는 트럼프가 전쟁의 위험에 기여하는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오히려 트럼프는 갈등을 선호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밝혔다"고 했다.
최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의 휴전 협정을 중개한 카타르의 모하메드 빈 압둘라흐만 알 사니 카타르 총리 겸 외교장관도 트럼프에 우호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는 트럼프의 중동 특사인 스티브 윗코프의 개입이 협상 타결에 상당한 진전을 가져왔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의 복귀는 중동을 안정과 안보의 지역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중요한 협력 기회를 제공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트럼프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마가) 구상은 매우 중요한 것"이라며 "우리는 중동도 다시 위대해지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cho1175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