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 결제 확대가 불편한 사회…부작용 어쩌나[현금의 종말]③

'현금 없는 사회' 다가오면서 '현금접근성'·'선택권' 문제 대두
"현금 결제 거부 늘면서 금융 소외 계층 불편 확대돼"

지난해 10월 31일 오후 서울 성동구의 한 극장을 찾은 어르신들이 키오스크(무인단말기) 이용에 앞서 한참 바라보고 있다. 2024.10.31/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지난해 10월 31일 오후 서울 성동구의 한 극장을 찾은 어르신들이 키오스크(무인단말기) 이용에 앞서 한참 바라보고 있다. 2024.10.31/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편집자주 ..."현금? 그게 뭐예요?" 미래의 아이들에게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어떨까? 그럴 리 없겠다 싶지만 현금이 종말을 고할 날이 머지않았다. 2018년 기준 전체 결제 중 현금 결제의 비중은 14%에 그친다. 7년 전 통계인데도 10명 중 1명 만이 거래 시 현금을 쓴 셈이다. 지난해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사용액은 18년 11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현금을 든 노인과 외국인을 위한 나라는 없는 걸까. 뉴스1은 '현금 없는 사회'의 자화상과 대안을 추적해 봤다.

(서울=뉴스1) 이기범 유수연 기자 = 결제는 일종의 문화다. 결제 방식은 한 사회의 소비·생활 문화를 집약해 보여준다. 한국은 카드가 소비의 첫 관문을 책임지면서 현금을 대체해 왔다. 현금 결제 비중이 작아지는 현상은 전 세계적으로 보편화됐다. 카드 결제를 넘어 각종 'OO페이'와 QR코드 등 디지털·간편 결제의 비중이 늘면서 현금 없는 사회는 현실로 다가왔다.

문제는 접근성과 선택권이다. 한 가지 통로로만 결제가 허용된다면 특정 계층은 소비 및 생활 문화로부터 소외될 수 있다. 특히 현금을 주로 사용하는 고령층, 저소득층, 장애인, 외국인 등의 소비 활동을 제약할 수 있다.

"돈은 주조된 자유다"(Money is coined liberty)라는 러시아 대문호 도스토옙스키의 말처럼 '현금 사용 선택권'이 주어지지 않을 경우 '금융 접근성'이 떨어지는 '금융 소외 계층'의 자유가 박탈될 우려가 있는 셈이다. 지난해 6월 대구 달서구 대곡동의 지역 은행 ATM기가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동네 주민들이 기기를 없애지 말아 달라고 손 글씨로 호소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갈수록 줄어드는 현금 비중에 늘어나는 현금 거부

한국은행이 3년마다 발표하는 '경제주체별 현금사용행태 조사결과'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체 지출액에서 현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38.8%에서 2021년 21.6%로 줄었다. 현금 결제를 거부당한 경험이 있는 응답자 비중은 2018년 0.5%에서 2021년 6.9%로 늘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은행 점포 수와 ATM 설치 대수는 각각 2018년 6766개, 11만 9899대에서 2021년 6094개, 11만 7282대로 줄었다. 은행 점포는 약 9.9%, ATM은 2.2% 줄어든 수치다.

특히 지역별 편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서울에는 ATM이 단위 면적당 33.9대로 가장 많았고, △부산 8.9대 △광주 6.7대 △대전 6대 △대구 5.8대 △인천 5.7대 순으로 나타났다. 가장 적은 강원도의 경우 0.3대로 서울과 100배가 넘는 격차를 보였다.

'현금 없는 버스'도 늘고 있다. 서울시는 2023년 3월 현금 없는 버스를 108개 노선 1876대로 늘렸다. 전체 서울 버스 중 25% 비중이다. 지난해 11월 기준 서울시 현금 없는 버스는 120개 노선, 1916대로 확대됐다.

카드가 없는 승객에 대한 승차 거부도 잇따르고 있다. 서울시는 카드가 없는 승객에게 버스 회사 계좌번호를 안내하도록 했지만, 뉴스1 취재 결과 승차 거부 사례(현금만 쥔 일본인이 타자 버스기사님이 말했다…"노"[현금의 종말]①)가 쉽게 확인됐다.

이에 대해 버스 운전기사인 이 모 씨(50·남)는 "계좌 이체로 결제하라고 안내하라는 지침이 있지만, 그걸 확인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운전 중에 위험하기 때문에 승차 거부가 있을 수 있다"며 "버스 시간을 맞추느라 바쁜데 일일이 안내하는 것도 힘들다. 특히 외국인 손님일 경우 설명하는 데 시간이 더 걸려 불편하다"라고 토로했다.

17년간 버스를 운전한 김 모 씨(51·남)도 "계좌 이체하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며 "정류장에서 멈추는 시간이 몇 초 정도밖에 안 되는데 그걸 언제 다 확인하나. 시간도 늦어지고 다른 승객한테 피해도 있다"고 말했다.

본문 이미지 - 2023년 3월 1일 서울 종로구 버스정류장에서 현금 없는 버스 안내 현수막이 붙은 버스가 운행되고 있다. 이날부터 서울시는 '현금 없는 버스'를 기존 18개 노선 436대에서 108개 노선 1876대로 확대해 운행한다. 2023.3.1/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2023년 3월 1일 서울 종로구 버스정류장에서 현금 없는 버스 안내 현수막이 붙은 버스가 운행되고 있다. 이날부터 서울시는 '현금 없는 버스'를 기존 18개 노선 436대에서 108개 노선 1876대로 확대해 운행한다. 2023.3.1/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현금 거부 늘면서 소외 계층 불편 집중돼

이처럼 현금 결제를 거부하는 서비스가 늘면서 현금 의존도가 높고 디지털 이해도가 낮은 소외 계층에게 불편이 집중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경태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금융통화연구실 연구위원과 박재빈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가 지난해 10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 디지털 이해도와 현금 수요 간의 관계'(BOK 경제연구) 보고서에서 "현금 결제를 받지 않는 상점·서비스의 등장으로 인해 디지털 이해도가 낮을수록 소비자 후생 감소가 더 클 것으로 예측됐다"며 "특히 여타 연령층에 비해 현금 의존도가 높고 디지털 이해도가 낮은 고령층의 소비자 후생 감소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현금을 거부하는 상점 및 서비스의 비중이 2%라고 가정했을 때, 디지털 이해도가 낮은 40대 미만에선 0.6%, 50대에서는 0.8%, 60대에서는 1%, 70대에서는 2.4% 소비자 후생이 감소한다고 했다.

이 같은 금융 소외 문제가 대두되면서 실제 노르웨이, 덴마크, 프랑스 등 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현금 결제 선택권'을 법적으로 의무화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이경태 연구위원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효율성 측면에선 현금을 취급하면서 발생하는 비용이 있기 때문에 디지털 결제 수단이 훨씬 효율적이지만, 현금 의존도가 높고 디지털 이해도가 낮은 분들은 현금 결제를 거부당할 경우 그만큼 시간과 자원을 더 쓰게 된다"며 "현금처럼 간편하게 쓸 수 있는 디지털화 된 결제 수단이 나오지 않는 한, 현금 선택권을 제공하는 게 맞다"고 밝혔다.

또 현금 사용 선택권 의무화와 관련해선 "법으로 강제하는 건 부작용 우려가 있고, 사회적 합의도 필요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현금을 거부하지 말라는 캠페인과 함께 중장기적으론 기술적으로 디지털 이해도가 낮은 사람도 손쉽게 쓸 수 있는 결제 수단을 보급하는 게 필요하다"고 짚었다.

K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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