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 아닌 '위험교사'에 초점 맞춘 대책 나와야 [박남기의 미래 나침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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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이미지 -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 ⓒ News1 홍예나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 ⓒ News1 홍예나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 = 상상하기도 힘든 참혹한 사건 앞에서 재발 방지를 위해 정부와 국회, 언론과 교직단체가 머리를 모으고 있다.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거두려면 제도 설계 과정에서 유념해야 할 점이 몇 가지 있다.

재발 방지 대책의 일차적 대상 명확히 해야

이번 사건은 일반교사의 문제가 아니라 극단적인 교사가 저지른 사상 초유의 사태다. 이러한 예외적인 사건을 막기 위해서는 거기에 상응하는 제도와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새로운 정책의 일차적 대상은 우울증 등의 정신질환을 가진 보통의 교사가 아니라 심각한 폭력적 증상을 보이는 위험 교사를 포함한 학교 구성원, 혹은 긴급한 대처가 필요한 구성원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

이 교사가 보이는 발현 증상이 위중하다고 판단될 경우 교내 관련 위원회에서 긴급 심의 후 발현 증상을 의사에게 전달하고, 직권으로 검사를 의뢰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나아가 학교와 교육청 그리고 의료기관과 경찰이 협의해 해당 교사를 일정 기간 곧바로 분리 조치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본문 이미지 - 학교에서 교사가 찌른 흉기에 살해된 김하늘 양(8)이 다니던 대전 한 초등학교 입구에 국화꽃과 메모가 놓여 있다. /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학교에서 교사가 찌른 흉기에 살해된 김하늘 양(8)이 다니던 대전 한 초등학교 입구에 국화꽃과 메모가 놓여 있다. /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제도 실효성 조건: 복잡계 관점의 설계

이들을 직권 휴·면직시킬 수 있는 '질환교원심의위원회' 제도가 있지만 별로 실효성이 없었다. 제도 설계자들이 범하는 오류 중의 하나는 제도 내부 구성원들이 자신들의 의도대로 움직일 것이라고 가정하며 엉성하게 만드는 것이다.

기존의 위원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이유는 위험 교사를 교육청에 보고해야 하는 교장들이 앙갚음을 우려해 보고하기를 주저하기 때문이었고, 보고해도 속 시원하게 해결해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긴급 대처의 목적은 참사를 예방하는 것만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으로 해당 교사를 돕기 위함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 이 과정을 거쳐 정신과 의사를 비롯한 전문가의 판단을 바탕으로 치료가 필요한 상태로 밝혀지면 당사자에게 치료 지원, 업무 경감, 유급 휴직 등의 도움을 주기 위함임도 명시해야 한다.

업무 중에 발생한 정신질환을 치료하고 학교에 복귀하도록 돕기 위함임을 명확히 할 때 해당 교사의 반발도 작고, 검사를 의뢰하는 사람들의 심리적 부담도 줄어들 것이다.

직권으로 검사를 의뢰하는 과정에서 인권침해와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를 세심하게 설계해야 한다. 만일 부당하게 긴급 분리된 것으로 판단될 경우에는 손해 배상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관해서도 규정해야 한다.

관련 위원회의 실수로 인해 이러한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특정 개인이 책임을 져야 한다면 위원들은 적극적으로 대처하려 하지 않을 것이므로 긴급 상황의 경우에는 가급적 개인 책임은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제도가 의도한 대로 구성원들이 움직이도록 하려면 이상의 예시처럼 복잡계의 관점을 충분히 반영해 세심하게 설계해야 한다. 구성원들의 제도에 대한 적응 양태와 상호작용을 보면서 지속해서 수정·보완해 가야만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이외의 다양한 측면을 고려하며 정책과 제도를 세심하게 설계할 때 효과가 나타나고 오남용은 줄어들 것이다.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다'는 말은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과 제도 설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본문 이미지 -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전국 시도 교육감과 대전 초등학생 피살 사건 관련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공동취재) /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전국 시도 교육감과 대전 초등학생 피살 사건 관련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공동취재) /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큰 그림을 보는 제도 설계: 시스템 공학적 접근

법과 제도가 잘못 만들어지면 역으로 교직 근무 여건만 악화한다. 질환 교원의 복직을 어렵게 하는 정책과 제도를 설계할 때는 반드시 다른 관련 정책 및 제도와의 상호작용을 고려해야 한다.

근무 과정 중에 정신 질환이 발생하면 치료와 도움을 받기보다는 오히려 직을 상실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커지면 교원의 사기는 저하되고, 근무 여건은 악화한다. 이는 교직 지원자의 질 저하로 이어지게 될 것이고, 결국 교육의 질 저하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질환 교원 대상 업무 경감, 유급 휴직 등을 실시하려면 교원 정원을 늘려야 한다. 이러한 조치 없이 질환 교원을 지원하겠다고 하면 기존 교원의 부담만 커지게 된다. 교원 증원 요인을 반영하는 등의 추가 조치가 병행되도록 법이 만들어져야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제도와 정책을 설계할 때는 해당 문제 해결만이 아니라 큰 그림 속에서 그 제도와 정책이 전체 체제에 미칠 파장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타 정책과의 상호 관계 및 상충 등을 고려하는 시스템 공학적 접근을 해야만 정책은 고유 목적 달성과 함께 시스템 발전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다.

추가 대책: 예방책

교직은 스트레스가 가장 큰 직업의 하나가 됐다. 교원의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 건강이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일본에서도 정신질환으로 인한 교사 휴직이 급증하고 있다.

이에 일본 교육청은 교사들이 정상적으로 교단에 복귀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정신질환 휴직 교원 대상 복직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문부과학성은 교사의 정신 건강 대책의 하나로 업무 개선을 비롯한 관련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교원의 정신 건강 증진에 더 노력을 기울여 위험 교사가 느는 것을 예방할 필요가 있다.

물론 입직 단계에서는 전문적인 정신 건강 검진을 통해 '위험 교사'로 분류될 수 있는 후보를 거를 필요가 있다. 이는 교원만이 아니라 청소년과 고령자, 환자를 포함해 자기방어가 불가능한 사람을 다루는 모든 직업에 필요한 조치이다.

새 학기가 시작되면 정부가 내놓는 대책이 학교 현장을 어떻게 뒤흔들지 교사들은 벌써 걱정이 크다. 정부와 전문가만이 아니라 교직단체, 학부모, 학생들까지 머리를 모아 대책을 마련하길 바란다. 그리하면 제반 노력이 결실을 봐 학생과 교원 모두에게 더욱 안전하고 행복한 학교가 될 것이다.

☞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미국 피츠버그대에서 교육정책학 박사를 취득했고 교육부 정책자문위원회 디지털교육분과 위원장, 전남민관산학 교육협력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한국교육행정학회장, 대한교육법학회장, 한국교원교육학회장 등을 역임했다.

최고의 교수법, 리더십 등을 주제로 1000여 회 이상의 강연을 통해 세상과의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저서로는 실력의 배신(2018), 생성 AI 시대 최고의 교수법(2024) 등 20여 권이 있고, 100여 편의 논문과 1000여 편 이상의 각종 칼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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