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밝음 김기성 기자 =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2명을 전격 지명하면서 헌재 구도에 지각 변동이 일어날 전망이다.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까지 임명하면서 헌재가 6개월 만에 '9인 완전체'가 됐지만 정치적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한 권한대행은 전날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지명했다. 오는 18일 임기가 종료되는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임이다.
야당에선 권한대행은 대통령 몫 재판관을 지명할 권한이 없다며 반발했지만 법조계에선 한 권한대행이 임명을 강행할 경우 별다른 방법이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헌법재판관 임명은 국회 동의가 필수 요건이 아니다.
문·이 재판관이 퇴임하고 한 권한대행이 보수 성향 후보자들을 임명하면 헌재 구도는 진보 성향 3명(정정미·정계선·마은혁 재판관), 중도 성향 2명(김형두·김복형 재판관), 보수 성향 4명(정형식·조한창 재판관, 이완규·함상훈 후보자)으로 재편된다.
헌재는 재판관 9명 중 6명 찬성이 있어야 인용 결정을 할 수 있는데, 중도·보수 성향 재판관 6명이 의견을 모으면 결정이 가능한 상황이다.
법조계에선 재판관 임명이 마무리되면 여야의 공수 교대도 이뤄질 것이라고 봤다. 더불어민주당보다 국민의힘에서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하는 횟수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헌재가 앞으로도 정치적 논란에서 자유롭기 힘들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특히 이 후보자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정직 2개월' 징계처분 취소소송의 대리인을 맡았을 정도로 윤 전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로 분류된다.
야권에서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 심판을 청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는 만큼, 정권이 바뀐 뒤 위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임명을 강행했다는 해석도 있다.
한 부장판사는 "민주당이 정계선·마은혁 재판관을 추천했을 때부터 정해진 수순이었다"며 "이미 헌재는 정치화된 상태"라고 말했다.

야권은 권한쟁의 심판과 가처분 신청을 예고했지만 법조계에선 현실적으로 임명을 막을 방법이 마땅치 않다고 보고 있다.
헌법 111조에 따라 헌법재판관 9명 중 국회와 대법원은 각각 3명을 추천할 수 있고, 나머지 3명은 대통령이 지명한다. 임명권자는 모두 대통령이다.
국회는 임명동의안이 제출되면 20일 이내에 인사청문을 마쳐야 한다. 부득이하게 이를 마치지 못할 경우 10일까지 연장할 수 있는데, 이후에도 국회가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송부하지 않으면 국회 동의 없이도 임명이 가능하다. 이르면 20여일 이내에 임명이 가능한 셈이다.
민주당이 헌재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해도 당사자 적격성(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자격)이 문제가 될 수 있다. 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는 것이 국회의 권한을 침해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의 재판관 지명으로 국회가 의무에 없는 인사청문회를 하도록 했고, 이로 인해 사실상 국회 권한을 침해했다는 논리를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권한쟁의 심판 청구 대상이 된다고 하더라도 당장 다음 주에 퇴임하는 문·이 재판관 임기 내에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고, 퇴임 후엔 남은 재판관들의 성향이 엇갈려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탄핵소추와 달리 권한쟁의 심판은 직무가 정지되지 않아 결과가 나오기 전 후보자들을 임명하면 직무 수행도 가능하다.
다만 민주당이 재판관들을 임명하기 전 한 권한대행 탄핵소추를 재추진하는 등의 선택지도 남아 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 대행의 재판관 지명 행위가 "위헌인 것 같다"면서도 "국회가 구체적으로 침해 당한 권한이 무엇인지 불분명해 청구 각하될 것이고, 본안 소송이 각하될 것이 명백하면 가처분 신청 역시 각하"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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