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정재민 김기성 기자 =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심판을 마무리한 가운데 법조계에선 헌재를 향한 국민 신뢰 회복이 우선 과제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정치권에서 논의 중인 개헌 절차를 통해 폐쇄적인 인적 구성을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지난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열린 윤 전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기일에서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파면 결정을 내렸다.
선고는 지난해 12월 3일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122일, 12월 14일 윤 대통령이 탄핵 소추된 지 111일, 지난 2월 25일 변론을 종결한 지 38일 만에 이뤄졌다.
탄핵 소추 기준, 변론 종결 이후 선고까지 걸린 시간 기준 등에서 모두 역대 대통령 탄핵 심판 중 최장기간이다.
각종 최장 기록이 이어지면서 헌재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는 정치권은 물론 여론으로도 감지됐다.
당초 헌재는 윤 대통령 사건 접수 직후 '최우선 심리' 원칙을 밝혔지만 최재해 감사원장,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탄핵 심판 결정을 먼저 했다.
이 기간 국민의힘에선 헌재 무용론을 꺼내 들었고, 더불어민주당에선 마은혁 헌재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압박하는 등 정치권의 헌재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다.
아울러 사회적 피로도가 높아지며 헌재를 향한 불만이 고조됐고 헌법재판관 간 갈등설은 물론 헌법재판관의 성향에 따른 갖가지 시나리오도 제기됐다.
윤 전 대통령 파면으로 한고비를 넘겼지만 정치권의 헌재를 향한 비판은 계속되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개헌 시 최우선 고려 요소로 헌재 '폐지'를 주장하며 대법관 4명을 증원해 대법원에 헌법재판부를 신설하자고 제안했다.
법조계에선 헌재가 각종 탄핵 심판 과정에서 스스로 신뢰를 잃게 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차진아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치권의 헌재 도구화, 일부 강성 지지층의 과도한 행동도 문제였지만 80~90%는 헌재가 자초한 부분"이라며 "30여년 동안 쌓아 올린 신뢰를 몇 달 만에 스스로 무너뜨려 회복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문재완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치권이 탄핵이란 방식으로 헌재를 적극적으로 이용했다"며 "정치적 분쟁 성격을 담은 탄핵 사건으로 헌법 재판이란 고유의 기능까지 훼손당했다"고 진단했다.
법조계는 정치권에서 논의 중인 개헌을 통한 인적 쇄신 등 갖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문 교수는 "개헌을 통해 탄핵 기능과 권한쟁의 등 정치적 성격이 있는 사건은 국민의 기본권 보호를 위해 만든 제도와 분리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개헌 논의 때 정치적 의사 결정을 해야 하는 사건 영역은 다른 기관에 넘기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차 교수는 "정치권에서 사법부 코드 인사를 멈춰야 하고 특정 정치세력에 어필하는 인사보다 어느 쪽도 반대하지 않는 인사를 고르는 데 힘써야 한다"고 했다.
김선택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재 재판관을 모두 판사로 임명하는 것이 큰 문제"라며 "개헌 또는 법 개정을 통해 폐쇄적인 인적 구성을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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