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황두현 김민재 홍유진 정재민 이세현 기자 =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마지막 변론에서 소추위원인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과 윤 대통령은 각각 탄핵 인용, 기각 필요성에 대한 주장을 펼쳤다.
정 위원장은 "탄핵이 기각돼 복직하면 또 계엄을 선포할 것"이라고 주장했고, 윤 대통령은 이를 "터무니없는 이야기"라고 일축하며 "비상계엄은 정당한 합법적 권한 행사"라고 반박했다. 헌재는 이날 변론을 종결하고 추후 선고 일정을 발표할 예정이다.
헌재는 25일 오후 윤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11차 변론에서 국회와 대통령 측 대리인단 종합 변론에 이어 정 위원장과 윤 대통령의 최후 진술을 들었다.
오후 9시 3분쯤 심판정에 입정한 윤 대통령은 3분 뒤 발언 기회를 얻어 67분여간 진술을 펼쳤다. 약 2만자 분량의 진술문에는 '계엄'이라는 단어가 67회, 간첩은 25회 등장했다.
윤 대통령은 우선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고 감사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리고 싶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12·3 비상계엄은 과거 계엄과 완전히 다른 것으로, 무력으로 국민을 억압하는 계엄이 아니라 계엄의 형식을 빌린 대국민 호소"라고 강조했다.
그는 "무엇보다 저 자신, 윤석열 개인을 위한 선택은 결코 아니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다"며 "저 개인의 삶만 생각한다면, 정치적 반대 세력의 거센 공격을 받을 수 있는 비상계엄을 선택할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거대 야당은 제가 독재를 하고 집권 연장을 위해 비상계엄을 했다고 주장하지만, 내란죄를 씌우려는 공작 프레임"이라고 비판했다. 280명의 소수 병력 투입, 주말이 아닌 평일 계엄 선포 등을 근거로 들었다.
윤 대통령은 "처음부터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이번 비상계엄 목적이 '대국민 호소용'임을 분명히 밝혔다"며 "병력 투입 시간이 불과 2시간도 안 되는데 2시간짜리 내란이 있는가"라고 되물었다.
윤 대통령은 또 북한을 비롯한 외부 주권 침탈 세력과 우리 사회 내부 반국가세력이 연계해 국가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은 국가위기 극복을 위해 선포했으며 이는 "대통령의 합법적 권한행사"라고 말했다.
계엄 선포 배경을 두고는 "국정 마비와 자유민주주의 헌정질서 붕괴를 막고 국가 기능을 정상화하기 위해 절박한 심정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이라며 "12·3 비상계엄 선포는 국가가 위기 상황과 비상사태에 처해 있음을 선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제가 직무에 복귀하게 되면 나중에 또다시 계엄을 선포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터무니없는 이야기"라며 "결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정 위원장은 윤 대통령에 앞서 8시 4분쯤 최종 변론에 나서 40분여간 탄핵 인용 필요성을 강조하며 혹시 모를 기각에 따른 후폭풍을 우려했다.
정 위원장은 "피청구인(윤 대통령)이 복직되면 또 계엄을 일으킬 것"이라며 "민주주의와 국가 발전을 위해 윤 대통령은 파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12·3 내란의 밤 전 국민이 TV 생중계를 통해 국회 침탈과 무장 계엄군의 폭력행위를 지켜봤다"며 "하늘은 계엄군 헬리콥터 굉음을 똑똑히 듣고, 땅은 무장 계엄군의 무장 군홧발을 봤다. 호수 위 달그림자도 목격자"라고 말했다.
이는 윤 대통령이 지난 4일 5차 변론기일에서 비상계엄의 불법성이 없다는 취지로 "실제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마치 호수 위에 떠 있는 달그림자를 쫓아가는 것 같다"고 말한 것을 빗댄 것이다.
정 위원장은 "다른 것과 틀린 것을 구별해야 한다. 내 생각과 다르다고 다른 사람이 틀리다고 차별해선 안 된다"며 "정치적 기호가 다르다고 멸칭하고 탄압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 대통령이 헌법에서 규정한 비상계엄의 조건을 위반했고, 절차적 정당성을 위반했으며, 비상계엄을 해지할 유일한 권한이 있는 국회를 침탈한 게 파면해야 할 이유라고 설명했다. 또 위헌·위법한 포고령을 발표하고 계엄군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침탈한 것도 파면 사유로 제시했다.
정 위원장은 "윤 대통령이 복직한다면 비상계엄을 또 일으킬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한 인물"이라며 "사람이라면 양심이 있어야 하는데, 피청구인은 사과는커녕 경고성 짧은 계엄이었다느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느니(라고 말해) 국민들은 계엄 그 이상의 충격을 받는 중"이라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또 과거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던 일을 떠올리기도 했다. 그는 "36년 전 1988년 6월의 밤이 악몽처럼 떠올랐다"면서 "새벽 1시 안기부에 잡혀가 지금도 알 수 없는 을지로의 한 장소로 끌려가 수건으로 눈을 가린 채, 속옷도 못 입은 채 4시간 동안 고문·폭행을 당했다"고 말하며 목이 멘 듯 약 20초간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피청구인을 하루라도 빨리 신속하게 만장일치로 파면해달라"면서 "동해물과 백두산이"로 시작하는 애국가 1절 가사로 입장을 마무리했다.
헌재는 이날 오후 10시 14분쯤 윤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 절차를 모두 종결하고 재판관 평의를 거쳐 추후 선고 일정을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종결에 앞서 "변론절차가 원만히 종결되도록 협력해주신 청구인 소추위원과 피청구인 본인, 양측 대리인께도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변론이 끝난 뒤 국회와 윤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각각 "재판관 전원일치로 탄핵이 인용될 것", "당연히 기각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국회 대리인단 장순욱 변호사는 취재진과 만나 "아는 건 답안지에 다 써놓고 나온 수험생 같은 심정"이라며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고 말했다.
국회 탄핵소추단 소속 최기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원일치로 인용될 것"이라며 "계엄의 형식을 빌린 대국민 호소라고 표현하는데 파면의 형식을 빌린 감옥에서의 오랜 요양"이라고 일갈했다.
반면 대통령 대리인단 윤갑근 변호사는 "헌법 테두리 내에서 진행됐으므로 당연히 탄핵은 기각되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정확하게 위기를 진단했던 대통령에게 결자해지할 수 있도록 국가 위기와 무질서를 극복할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며 "탄핵심판을 통해 감춰진 진실에 눈 뜬 국민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윤 변호사는 3월 선고 후 승복 여부를 두고는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결정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며 "공정한 재판이 이뤄져서 현명한 결론이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윤 대통령이 이날 최후 진술에서 언급한 개헌을 두고 "탄핵심판 결정 이후 로드맵이 결정될 것"이라며 "분명한 것은 개헌과 정치개혁에 매진할 것이라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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