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조현기 기자 =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조기 대선의 막이 오르면서 보수·진보 잠룡들이 잇따라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선거 기간이 짧은 조기 대선이지만 예상보다 많은 정치인들이 대통령 선거에 도전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지방자치단체장이 있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홍준표 대구시장을 비롯해 이철우 경북도지사, 유정복 인천시장 등이 대선 출마를 공식화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조만간 출마 의사를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진보 진영에서도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출사표를 던졌다. 김 지사는 이날 오전 인천공항 2터미널에서 열린 출마기자 회견에서 "정권교체 그 이상의 교체가 필요하다"며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지자체장 중 홍준표 시장과 오세훈 시장의 경쟁 구도가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의 당심(黨心)이 두 사람 중 어떤 사람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후 국민의힘의 방향성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만일 당심이 홍 시장으로 무게가 기울 경우 좀 더 보수 응집력에, 반대로 오 시장으로 기울 경우 확장성이 중심이 되는 분위기로 해석할 수 있다. 홍 시장은 TK(대구·경북), 친윤(친윤석열)을 기반으로 그동안 전통적인 보수 지지층에 호소력이 있는 메시지를 내놓았다. 반면 서울·수도권을 중심으로 활동한 오 시장은 중도 확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두 사람의 대결 결과는 단순히 이번 대선뿐만 아니라 향후 국민의힘의 변화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번 대선 직후 당 대표를 뽑기 위한 전당대회가 바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전당대회의 모의고사 성격이라는 해석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뉴스1과 통화에서 이번 경선 과정에서 "6~8월 사이 열리게 될 전당대회에서 일정 부분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동연·이철우 지사와 유정복 시장은 당내 경선에서 어떤 성과를 얻느냐에 따라 향후 정치 행보와 영향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또 이번 성과에 따라 1년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진보 진영의 대선주자에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통(通)이며 중도 확장성이 높은 김 지사가 당내 경선에서 어떤 결과를 받아 드는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철우 지사와 유정복 시장은 이번 경선에서 좋은 성과를 거둘 경우 사실상 1년 먼저 지방선거운동을 하는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실(失)보다 득(得)이 훨씬 더 많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당내 경선 기간 동안 여러 차례 여론 조사와 TV 토론을 비롯해 언론에 계속 언급되며 지역 유권자들에게 각인될 수 있다는 점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묘하게 지선이 1년 앞으로 다가왔다. 사실상 지자체장들은 미리 선거 운동을 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장우 대전시장, 박형준 부산시장 등을 비롯해 여러 지자체장들도 대선 출마를 두고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무엇보다 지자체장들이 릴레이 대선 출마를 선언하는 배경에는 '직'(職)을 유지하며 전국적인 정치 활동으로 존재감과 체급 향상을 노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6월3일이 조기 대선인 점을 고려하면 지자체장이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려면 5월4일까지 직에서 사퇴해야 한다. 하지만 거대 양당의 당내 경선이 모두 5월4일 전까지는 끝날 것으로 예상돼 지자체장들은 직을 유지하며 대선을 뛸 수 있다. 사퇴 결심을 밝힌 홍준표 시장 외에 나머지 잠룡들은 공무원 신분이기 때문에 연차를 내고 당내 경선 일정을 소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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