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구·안동=뉴스1) 조현기 정지형 박소은 김대벽 김종엽 기자 = 국민의힘 잠룡들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보수 지지층의 분노를 의식한 듯 이틀 동안 조기 대선 언급을 자제했다. 하지만 촉박한 대선 일정 탓에 당내 잠룡들이 침묵을 깨고 출마 선언을 하는 모습이다.
'6월 3일'이 유력한 대선일로 거론되는 가운데 국민의힘 경선은 대략 3주 안팎으로 '단기전'이 될 공산이 크다. 이에 국민의힘은 6일 오후 윤 대통령 파면 후 열린 2차 의총에서 선관위 등 조기 대선 일정 등을 의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주요 잠룡들의 발걸음이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조기 대선 레이스에 가장 빨리 발을 디딘 잠룡은 당내 대구·경북(TK) 지자체장들이다. 홍준표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지사는 이날 조기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홍 시장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을 통해 "53년 전 동대구역에서 야간열차를 타고 상경했던 그 시절처럼 이번에도 동대구역에서 고속열차를 타고 상경한다"며 대선 출마를 공식화했다.
구체적으로 홍 시장은 4월 둘째 주 일정을 공유하며 "다음 주는 참 바쁜 한 주가 될 것 같다"며 "월요일(7일)은 꿈은 이루어진다 책 출간하고, 화요일(8일)은 퇴임 인사 다녀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목요일(10일)은 그동안 시정을 감시하고, 도와준 시의회에서 퇴임인사하고, 금요일(11일)은 그동안 같이 일했던 대구혁신 100+1 대구시청 직원들에게 감사 인사를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철우 경북지사도 이날 대권 도전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이 지사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현재 깊게 출마를 숙고하고 있지만 결심이 선다면 오는 9일 예비후보로 등록하겠다"고 말했다.

조기 대선 레이스에 본격적인 막이 오르면서 잠룡들은 여의도로 모여드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홍 시장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대권 명당'으로 불리는 여의도 대하빌딩에 선거사무실을 차릴 계획인 것으로 확인됐다.
정치권에 따르면 한 전 대표 측과 홍 시장 측은 각각 최근 대하빌딩에 사무실을 차리는 가계약을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홍 시장은 2017년 대선 당시에도 캠프를 대하빌딩에 차렸던 바 있다.
한 전 대표와 홍 시장은 12·3 비상계엄 후 서로를 향해 줄곧 불편한 심기를 내비친 만큼 짧은 대선 경선 기간 동안 불편한 동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대하빌딩은 역대 대선에서 유력 주자들이 캠프 사무실을 둔 곳으로 알려졌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을 비롯해 이명박·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대하빌딩에 캠프를 꾸렸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조기 대선 시 여권 지지율 1위를 기록해 온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전날(5일) 서울 관악구 자택 앞에서 자유민주시민연합, 대자연환경연합 등 보수단체 지지자들의 대선 출마 요청을 받고 "아무런 욕심이 없지만 이 나라가 이렇게 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날 김 장관의 발언은 대선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국민의힘 입당 여부에 대해 김 장관은 "아직 입당 신청을 안 했다. 하여튼 봐서 하겠다"고 답했다. 대선 출마에 대해서는 "특별히 지금 대통령 선거 계획한 건 없다"고 즉답을 피했다.
아직 말을 아낀 다른 잠룡들은 이날 오후 국민의힘 의총 결과를 지켜볼 것으로 보인다. 오세훈 서울시장·안철수 의원·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유승민 전 의원은 이날 의총 결과에 따라 행보를 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잠재적 대선 주자로 꼽히는 나경원 의원을 비롯해 김태흠 충남지사, 김진태 강원지사, 박형준 부산시장, 유정복 인천시장, 이장우 대전시장 등 당 광역단체장들도 이날 의총 결과를 예의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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