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조현기 기자 =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조기 대선의 막이 오르면서 보수·진보 잠룡들이 잇따라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특히 후보들은 본인의 정체성과 철학을 보여줄 수 있는 출마 장소에 신경을 쓰는 가운데 캠프 이름까지 각별히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오후 2시 국회 본관 분수대 앞에서 대통령 선거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연다. 12·3 비상계엄 당시 여당 대표로서 국회에서 계엄 해제 표결에 앞장섰던 부분을 강조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 전 대표를 비롯해 국민의힘 유력 차기 대선 주자들은 대체로 전통적인 출마 장소인 여의도를 택했다.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9일 국회 소통관에서 출마를 선언했고, 홍준표 대구시장은 오는 14일 캠프를 꾸린 여의도 대하빌딩에서 출마를 선언할 예정이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여의도를 벗어나 지난 8일 서울 광화문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출마 선언을 했다. 탄핵 정국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찬성·반대로 나뉜 광화문 광장에서 갈등을 봉합하고 통합을 이룩하겠단 의미가 담겼다.
지자체장들은 각자 지역에서 자신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잘 드러낼 수 있는 장소에서 출마를 선언했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지난 9일 인천 중구 자유공원 맥아더 동상 앞에서 "인천상륙작전과 같은 대반전이 필요하다"며 출마를 선언했다. 이철우 지사도 같은 날 "새로운 박정희가 되겠다"며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가에서 출사표를 던졌다.
더불어민주당 주자이자 경제부총리 출신인 김동연 경기도지사 역시 같은 날 경제 전문가로서의 면모를 강조하기 위해 방미길 직전 인천국제공항에서 출마 선언을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디딤돌소득을 비롯해 서울런, 동행식당 등 약자와의 동행을 강조했던 만큼 이와 연관된 곳을 골라 대선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
오 시장 측은 9일 언론 공지를 통해 "(4월13일) 출마 선언 장소는 4선 오 시장 서울시정의 가장 중심축을 형성해 온 '약자 동행' 정책이 대한민국 정책으로 뻗어 나갈 수 있는 상징적인 곳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각 선거 캠프에서는 언론과 캠프 간 소통 창구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단체대화방 명칭에도 후보의 특색이 드러날 수 있도록 공을 들이고 있다. 홍 시장은 '무대홍'(무조건 대통령은 홍준표), 김 전 장관은 사자성어인 운수대통(運數大通)을 활용해 '문수 대통!'으로 작명했다.
여론 조사에 다소 지지율이 낮은 후보들은 본인들이 '역전'을 할 수 있다는 의지를 담은 작명에 힘을 쏟았다. 이철우 지사는 '기적캠프', 유정복 시장은 본인을 '뜻밖의 승부사'라고 칭하며 대통령이 될 수 있는 저력을 발휘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유 시장과 이 지사는 전날(9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본인들을 주식에 비유하기도 했다. 유 시장은 본인을 "아직 상장되지 않은 '초우량 급등주'라 표현할 수 있다"고 했다. 이 지사도 본인을 "저평가된 성장주이고, 상장하면 대박 난다"고 비유하며 '기적'을 만들 수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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