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박소은 기자 = 문화체육관광부는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대한축구협회장에 취임 후 HDC 소속의 임원을 협회에 파견하고 자문료를 지급한 것은 편법이라는 감사 결과를 확정했다.
해당 과정에서 축구협회에 파견된 A 씨는 11년간 10억 원의 자문료를 받았고, 비상근부회장 B 씨는 골프장이나 가족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법인카드를 부적정하게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17일 뉴스1에 입수한 '대한축구협회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문체부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HDC현대산업개발 직원 파견 및 법인카드 문제 관련 총 7건의 위법·부당 사안을 확인했다.
문체부는 정몽규 회장의 축구협회가 인사규정상 근거 없이 회장사 직원을 파견하고 자문료를 지급했다고 판단했다. 정 회장이 경영하는 HDC현대산업개발의 상무보 A 씨는 지난 2013년 3월부터 협회에 파견돼 행정지원팀장이라는 보직으로 근무했고, 11년간 약 10억 원 상당을 지급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A 씨의 2013년 월 자문료는 250만 원이었으나, 2018·2020·2023년 계약을 거듭하며 월 800만원으로 올랐다. 약 220%의 인상률을 보인 셈이다.
문체부는 축구협회가 자문료를 인상하기 위해서는 인상 계획에 대한 내부 결재와 인사위원회 개최가 필요하고, 사전에 결재를 받아 결과물을 전자문서에 첨부해야 한다고 봤다. 감사 결과 축구협회는 자문료를 올리는 계약서를 체결하는 과정에서 인사위 의결이나 전자결재를 거치지 않았다.
나아가 문체부는 A 씨의 파견이 규정에도 없는 대상을 편법적으로 파견한 것이며, 축구협회 인사규정상 적정한 파견 대상으로 처리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라고 주문했다.
문체부는 감사 결과 지난 2020년 천안축구종합센터 건립사업 중 비밀유지 조항 또한 어겼다고 지적했다. 축구협회는 국제설계공모로 선정된 UN스튜디오와 계획설계를 추진했는데, A 씨가 원활한 설계업무 관리를 명목으로 현산에 구두로 조언을 요청했고 현산 직원이 별도 계약 없이 자문을 수행했다는 것이다.
해당 과정에서 축구협회와 UN스튜디오 간 주고받은 47건의 설계 관련 수발신 메일 중 30건이 현산에 직접 전달된 것으로 확인됐다. 문체부는 향후 공사입찰 과정에서 현산이 사전에 보유한 정보를 부정하게 사용해 경쟁에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A 씨는 지난해 11월 19일 자로 축구협회를 퇴사한 상태다.
감사 결과 비상근부회장 B 씨가 부적정하게 법인카드를 사용한 점도 드러났다. B 씨는 2017년부터 월 최대 350만 원 한도의 법인카드를 지급받았는데, B 씨의 배우자가 운영하는 일식당에서 3년간 약 1000만 원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체부는 협회 업무와 상관없이 법인카드 사용이 금지된 골프연습장에서 개인적인 목적으로 카드를 사용한 내역도 지적했다.
한편 이번 감사는 지난해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지적한 내용을 토대로 이뤄졌다. 당시 배 의원은 A 씨가 대한축구협회 정관이나 예산, 징계 등 협회의 민감 서류까지 결재에 참여하고 월급 및 부대비용을 받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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