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뉴스1) 이성덕 기자 = 경북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닷새째 안동과 청송, 영양, 포항, 영덕 일대를 위협하고 있지만 일부 지자체는 주민 대피 인원수, 문화재 피해 규모, 사망자 수 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26일 경북 북부권 지자체 등에 따르면 전날 의성에서 산을 타고 넘어온 불이 안동 시내까지 확산하자 공무원들은 집 안에 남아 있는 주민들을 데리고 나오는 강제 집행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안동에서 화재 피해가 가장 컸던 마을 중 한 곳인 화계2리에 거주하는 임 모 씨는 거동이 불편해 집 밖으로 못 나오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지만, 경찰 공무원은 "119에 신고하는 게 빠르다", 행정 공무원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등 서로에게 일을 떠넘기는 모습만 보였다.
전날 일 최대 순간풍속이 8m의 서풍이 불면서 지원된 헬기 3대조차 띄우지 못하는 상황이 되자, 안동시는 진화할 수 없는 상황으로 판단하고 동네에 사이렌만 울리면서 "대피하라"는 안내만 했다.
안동시 문화재 소실도 적지 않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촬영지로 유명한 만휴정을 지키기 위해 공무원들이 살수 작업을 하면서 버텼지만 불길이 코 앞까지 번지자 이들은 현장을 벗어났다.
주민에 따르면 불길은 만휴정을 휩쓸고 지나갔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안동시 직원들은 확인조차 못 하고 있다.
경북 북부권에는 65세 이상 노인이 대부분 거주하고 있지만 몇 분 단위로 재난 문자만 발송할 뿐 멀리 떨어진 대피소에 있는 노인들에게 지속해서 식량을 공급하거나 세심한 돌봄을 찾아볼 수 없었다.
안동시 한 관계자는 "피해가 막대해 집계조차 안 되는 상황"이라며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대피에 행정력을 집중적으로 투입했다"고 말했다.
지자체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30분 기준으로 사망자는 안동 2명·청송 3명·영양5·영덕6 등 16명으로 집계됐다. 사망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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