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다가 불법인 나라…규제 공화국 대한민국"

[혁신이 죽었다④] 구태언 법무법인 린 테크총괄 변호사
규제는 혁신의 발목을 잡기 십상인데 국내선 혁신 살해

구태언 법무법인 린 TMT 그룹 총괄 변호사(코리아스타트업포럼 부의장)가 26일 서울 종로구 뉴스1 본사에서 인터뷰를 갖고 있다. 2024.12.26/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구태언 법무법인 린 TMT 그룹 총괄 변호사(코리아스타트업포럼 부의장)가 26일 서울 종로구 뉴스1 본사에서 인터뷰를 갖고 있다. 2024.12.26/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편집자주 ...'대한민국 혁신은 죽었다'는 탄식이 나온다. 전세계 혁신을 이끌고 있는 인공지능(AI) 대열에서 대한민국은 사실상 낙오됐고, 여타 산업에서도 기술 우위를 점한 분야를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아직 저력이 있다. 골든타임은 되살릴 수 있다. IMF도 극복해낸 민족이다. 은 2025년 새해를 맞아 대한민국 혁신산업의 현재를 진단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혁신, 정책, 자본시장 전문가를 만났다.

대한민국은 '타다'를 불법으로 만드는 나라입니다. 정치가 혁신에 끼어들어 훼방을 놓고 앞장서서 죽입니다. 규제 때문에 혁신적인 스타트업이 나오지 않고 있어요. 인구 절벽뿐만 아니라 스타트업 절벽까지 온 겁니다."

(서울=뉴스1) 대담=강은성 성장산업부장 이정후 박지혜 기자 = 혁신 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규제에 대해 꾸준히 목소리를 내온 구태언 법무법인 린 테크총괄 변호사(코리아스타트업포럼 부의장)는 "규제를 걷어 내지 않고는 더 이상 (스타트업을 키울) 방법이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구 변호사가 바라보는 우리나라 혁신 스타트업 생태계는 정부 부처의 규제에 막혀 글로벌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전 세계 혁신 기술이 한자리에 모이는 미국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삼정KPMG는 올해 CES 트렌드로 △AI·로보틱스 △모빌리티 △확장현실 △스마트홈 △디지털 헬스케어 △ESG 등 6가지를 제시했다. 구 변호사는 해당 키워드 6가지 중 경쟁력 있는 우리나라 스타트업은 없다고 강조했다. AI는 '개인정보보호법'과 '저작권법', 모빌리티는 '타다금지법', 디지털 헬스케어는 '비대면 진료 비제도화' 등으로 사업 진출이 막혀 있기 때문이다.

구 변호사는 "CES 키워드에 부합한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이미 나와 있어야 하지만 우린 전혀 준비돼 있지 않은 모습"이라며 "AI가 모든 산업에서 적용되고 있는 가운데 관련 규제는 부처마다 모두 있어 우려스럽다"고 개탄했다.

서울개인택시조합 비상대책위 조합원들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타다 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2020.3.3/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서울개인택시조합 비상대책위 조합원들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타다 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2020.3.3/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테슬라 성공의 비결은 소극적 간섭…우리나라는 '타다'가 불법

그는 대표적인 규제 산업으로 모빌리티를 꼽았다. 그중에서도 자율주행 분야는 정부의 규제로 인해 글로벌 경쟁력에서 뒤처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국토교통부의 허가 아래 자율주행을 제한적으로 시범 운행하고 있다. 2020년 12월 6곳의 시범운행지구를 선정한 이후 추가 지정을 통해 현재까지 17개 시·도, 총 34곳에서 시범 운행을 하고 있다.

이 같은 시범운행지구는 자율주행자동차법 제7조에 근거한다. 국토교통부는 해당 법을 통해 자율주행 자동차의 연구 및 실증을 위해 특례를 부여하는 구역을 마련했다.

우리나라가 자율주행 시범 운영의 법적 근거를 만드는 데 시간을 쏟은 사이, 미국에서는 법이 아닌 도로교통안전국의 관리와 지원 아래 테슬라가 완전자율주행(FSD)을 완성했다.

구 변호사는 테슬라의 완전자율주행이 정부의 '허가'가 아닌 '도움'으로 완성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도로교통안전국에는 자율주행 기술을 멈출 수 있는 권한이 있다"며 "그럼에도 '규정을 만들 때까지 하지 말라'가 아니라 모니터링과 서포트를 통해 기술이 발전하도록 도와준 것"이라고 말했다.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한 자율주행까지 갈 필요도 없다. 우리나라는 앱을 이용한 차량 호출 서비스마저 불법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금지한 바 있다. 2020년 3월 통과된 '타다금지법'이 대표적이다.

당시 국회는 택시업계의 반발에 못 이겨 11~15인승 승합차와 대리 기사를 함께 알선하는 '타다 베이직'을 겨냥한 타다금지법을 통과시켰다. 그 후 3년이 지난 2023년 6월 대법원은 타다의 서비스가 무죄라고 확정했다.

서울 도봉구 한 의원에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관련 비대면진료 실행과정을 시연하고 있다. 2023.5.30/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 도봉구 한 의원에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관련 비대면진료 실행과정을 시연하고 있다. 2023.5.30/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모든 산업 파고든 AI…규제 하나가 전체에 악영향

글로벌 흐름과 반대로 가는 규제 상황은 모빌리티뿐만 아니라 다른 산업에서도 마찬가지다. 구 변호사는 비대면 진료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비대면 진료는 현재 정부와 의료계 갈등이 계기가 돼 한시적으로 허용돼 있지만 언제 다시 제약이 생길지 모른다. 비대면 진료를 규제하는 법안이 여전히 그대로기 때문이다.

구 변호사는 "디지털 헬스케어로 혁신 기업 1만 개는 만들 수 있고 그 기업들이 나라의 산업을 지킬 수도 있는데 많이 늦었다"며 "이미 미국과 중국에서는 활발한 산업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시장이 열리는 순간 쓰나미처럼 들어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모빌리티나 디지털 헬스케어를 대표적으로 거론했지만 사실 더 큰 문제는 AI의 등장이다. 지금까지는 산업군의 경계가 그나마 뚜렷한 편이었지만 AI 시대가 열리면서 모든 산업에 AI가 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이다.

포지티브 규제(법률상 허용하는 것 외에 모든 것을 금지)를 적용하고 있는 우리나라가 AI와 관련된 통일된 법안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여러 산업에서 적용이 더딜 수 있다.

구 변호사는 "한 부처의 패악이 다른 부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규제는 각 부처에 있기 때문에 (AI기본법 마련 뒤에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풀 수 없는 규제들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수소충전소에서 셀프충전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2.8.30/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수소충전소에서 셀프충전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2.8.30/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규제샌드박스도 실패…"스타트업엔 사망선고나 다름없어"

구 변호사는 이처럼 규제 일변도의 모습이 '관치'에서 비롯됐다고 짚었다. 중앙 정부의 권한이 너무 크다 보니 규제가 일사불란하게 만들어지고 현장에 빠르게 적용된다는 점에서다.

규제로 고통을 호소하는 스타트업을 위해 마련한 규제샌드박스도 실효성이 낮다고 비판했다. 실증 특례 등으로 규제를 일부 풀어주는 시늉만 하고 실제로는 사업을 확장할 수 없을 정도로 여러 조건을 추가했다는 것이다.

스타트업이 예외 규정을 통해 사업을 추진하더라도 여러 제약 속에서 성장을 기대하긴 어렵다. 이는 외부로부터의 투자 유치를 어렵게 만든다. 사실상 규제샌드박스는 스타트업에 '사형선고'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2019년부터 규제샌드박스를 운영했는데 기업이 글로벌에 진출한 사례가 없습니다. 돈을 벌게 해줘야 하는데 망하게 만들어 놓은 거죠. 규제샌드박스에 추가된 요건을 지켜서는 절대 돈을 못 버는 구조입니다."

■대담=강은성 성장산업부장, 정리=이정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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