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수보다 싼 철근" 철강업계 자조…中공세 피해 해외로 눈돌려

지난해 中 철강재 수입 878만톤…2년 전 대비 30% 증가
포스코·현대제철, 수요 확실한 인도·미국 진출 검토…국내 부진 만회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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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철강업계가 저가 중국산 공세에 밀리자 공장 폐쇄까지 나섰다. 생산량 조절로 재고를 줄이고 추가적인 시장 가격 하락을 저지하기 위한 결정이다. 대신 해외에 직접 생산기지를 건설해 실적을 챙기려는 계획을 서두르고 있다. 국내 생산만으로 더 이상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는 절박함이 깔려 있다.

中 수입 늘자 시황 악화…공장 가동 축소

16일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서 수입한 철강재는 878만 7000톤으로 지난 2022년(675만 6000톤) 대비 30% 증가했다.

중국은 경기침체와 건설 경기 불황으로 자국 소비가 크게 꺾이자 남은 물량을 저가로 밀어내고 있다. 가격 경쟁력에 밀린 국내 철강업계 위기가 커질 수밖에 없었다.

기업들은 공장 셧다운 혹은 가동률 축소로 대응하고 있다. 시황 악화로 제값을 받지 못하는 데다 재고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자구책이다. 국내 철강 수요의 30% 안팎을 차지하는 건설 산업이 당장 회복하기 어렵다는 판단도 작용하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 11월 포항제철소 1선재공장을 폐쇄했다. 약 1억 4000만 톤의 생산능력을 보유한 중국이 저가로 물량을 밀어내자 시황 악화를 이겨내지 못했다. 현대제철은 설 연휴를 앞두고 인천과 포항의 철근 공장 휴직기를 일주일 가량 더 늘리기로 했다. 동국제강도 철근 공장 가동률을 50%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최근 철근 시황은 급락세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이달 둘째 주 1㎏당 철근 시세는 690원으로 지난 2023년 12월(821원)보다 16% 하락했다. 전방산업인 건설업 불황 장기화와 저가의 중국산이 시세 하락을 부추겼다. 업계에선 '생수보다 싼 철근'이라는 자조적인 목소리까지 나온다.

포스코그룹과 JSW그룹이 철강, 이차전지소재, 재생에너지 분야 사업 협력에 관한 MOU를 체결했다. 사진 오른쪽 부터 포스코그룹 장인화 회장, JSW그룹 사잔 진달 회장.(포스코그룹 제공)
포스코그룹과 JSW그룹이 철강, 이차전지소재, 재생에너지 분야 사업 협력에 관한 MOU를 체결했다. 사진 오른쪽 부터 포스코그룹 장인화 회장, JSW그룹 사잔 진달 회장.(포스코그룹 제공)

수요 확실한 해외에 생산기지 구축…리스크 최소화

철강업계는 위기 타개책으로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현지 수요가 충분한 국가에 생산 체계를 갖추고 수익성 개선을 시도하기로 했다.

포스코는 지난해 인도 1위 철강사인 JSW그룹과 손을 잡았다. 양사는 인도에 일관제철소를 합작 건설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했다. 일관제철소란 철광석으로부터 쇳물을 뽑아내고 제품을 만드는 모든 공정을 갖춘 곳을 말한다. 1단계로 연산 500만 톤 규모로 건설을 추진하고 추가 확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인도는 세계 최대 성장 시장으로 꼽힌다. 오는 2030년까지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6.7%에 달할 전망이다. 철강 전문 분석 기관 WSD에 따르면 인도 철강 수요는 연평균 7%씩 증가해 2030년 1억 9000만톤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은 적극적인 해외 시장 공략을 주문했다. 올해 신년사에서 "국내에서 생산한 소재를 해외 생산 기지로 수출하는 과거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인도와 북미 등 글로벌 시장에서 현지화 전략으로 성과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제철(004020)은 미국 남동부에 전기로 방식의 제철소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현지 현대차 공장이란 확실한 수요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자국 보호주의를 선언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응 성격도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모든 수입품에 10∼20% 관세를 부과하는 보편 관세를 예고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중국·일본산 제품에 대한 반덤핑 제소 결과가 적정 수준에서 발표되면 시황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며 "중국의 경기 부양 정책에 기대기보단 정부와 함께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passionkj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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