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맞춤형 교육, 미래 교육의 지향점 [박남기의 미래 나침반]

편집자주 ...나침반은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는 방향을 안내하는 도구입니다. 방향은 제시하지만, 특정 경로를 제시하지는 않습니다. 이 칼럼이 우리 사회가 직면한 과제와 나아갈 길에 대해 함께 성찰하는 장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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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기 광주교대 교수/전 총장 = 개인차가 있을 수는 있지만 가장 효과적인 수업은 1 대 1 수업이다. 특히 학습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거나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 학습 속도가 늦은 학생 등 특별한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의 경우에는 개인 맞춤형 수업이 바람직하다. 맞춤형 수업을 통해 그 학생의 특성에 맞게 수업내용과 계획을 수립해 진행하고, 결과를 봐 가며 계속 보완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반 학교 교실에서 1 대 1로 수업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수업을 포함한 교육에서 학생 맞춤형 교육이란 학생의 개별적인 요구와 특성, 능력, 관심과 학습 스타일에 맞게 교육과정과 학습경험을 제공하고, 학생 개인에게 적합한 교수법을 사용하는 교육을 의미한다. 학생 맞춤형 교육이 추구하는 일차적 목표는 학생 참여를 최적화하고, 내재적 동기를 부여하며, 학습자 간의 다양성을 인식하고 해결함으로써 학업 성취도를 높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단순히 학습 속도나 난이도만 조절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의 관심사, 학습 스타일, 강점과 약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개별화된 교육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학생의 자기 주도적 학습 역량을 길러주는 것이다. 학생 맞춤형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면 학생들의 사회 정서적 역량 발달, 학습 동기 강화, 학업 성취도 향상, 메타인지 능력과 자기조절 학습 능력 향상, 자기주도 학습 능력 증대 등의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학생 맞춤형 교육' 요구가 커지는 이유

최근 들어 학생 맞춤형 교육에 대한 시대적 요구는 점차 커지고 있다. 시대적 요구는 개인(학생과 학부모), 사회·문화, 기술 발달 차원으로 크게 나눠볼 수 있다. 경제력이 약할 때는 공립학교에서 개인 맞춤형 교육을 한다는 것을 상상하기 어려웠고, 학생과 학부모도 그러한 기대를 할 수 없었다. 경제력 향상과 함께 교육 투자가 증가하고, 교육 수요도 고급화되고 있다.

이와 함께 학생 개개인의 특성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고, 특별한 도움이 필요한 학생 비율도 늘고 있다. 특히 학생들의 학습 동기와 참여도 저하는 우리 교육이 직면한 주요 문제가 됐다. 이들의 학습 토대를 이루고 있는 정서와 사회성 발달을 위해서도 개인 맞춤형 교육이 절실해졌다. 특수교육 대상 학생들의 경우 맞춤형 교육이 실시되면 일반 교실에서 더 효과적으로 학습할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사회문화 차원에서 보면 다양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이주 배경 학생 등을 포함해 다양한 배경과 능력을 갖춘 학생들에게 각자의 필요에 맞는 교육 기회를 제공할 때 보다 포용적인 교육 환경 조성이라는 시대 흐름에 부응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출산 인구 급감은 모든 학생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도와야 하는 이유이자 기회가 되고 있다. 학생들 간의 학습 격차가 증가하면서 그 차이를 줄이고자 하는 교육 형평성에 대한 관심도 함께 커지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가 급변하면서 개인의 지속적인 학습과 적응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다. 학생 맞춤형 교육은 학생들이 자신의 학습 과정을 주도적으로 설계하고 관리하는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평생학습에 필요한 자기 주도적 학습 능력을 개발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학생 맞춤형 교육이 성과를 내려면

맞춤형 교육에 대한 요구가 높더라도 너무 큰 비용을 지불해야 하거나, 기술적으로 어렵다면 교실 안에서 이를 구현할 수 없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가상현실(VR) 등 첨단 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인해 학생 맞춤형 교육을 실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온라인 학습 플랫폼, 모바일 학습 앱 등을 통해 학생들은 언제 어디서나 자신의 필요에 맞는 학습을 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열리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를 반영해 2025 개정 교육과정도 맞춤형 교육을 위한 기본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학생 맞춤형 교육이 성과를 내려면 필요한 인프라가 갖춰지고 지속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교육과정 및 관련 정책의 유연화다. 2025 개정 교육과정에 반영돼 있기는 하지만 맞춤형 교육과정 운영 과정에서 교사가 겪는 어려움은 없는지를 잘 살펴 해결해 줘야 한다. 물론 평가체계의 유연성 확보 또한 꼭 필요하다.

다음으로 필요한 것은 맞춤형 교육을 실시하는 데 필요한 역량을 갖춘 교사와 개인 교사의 부담 적정화다. 필요한 연수와 더불어 필요한 숫자의 보조교사가 제공돼야 교실 내에서 맞춤형 교육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다.

이와 함께 학습 환경 개선도 필요하다. 유연한 학습 공간 구성, 다양한 학습 자료 제공 등 개별화된 학습을 지원하는 물리적 환경의 조성은 필수조건의 하나다. 아울러 학습 분석 기술, 글로벌 학습 네트워크 등 디지털 AI 활용 여건도 갖춰져야 한다. 아직 한계가 많기는 하지만 생성 AI를 활용해 학생 맞춤형의 수업 준비, 수업 진행, 평가, 생활지도를 포함한 학급경영 등에 투자하는 시간과 노력을 크게 줄일 수 있게 됐다.

마지막으로 필요한 것은 학부모와 지역사회의 참여다. 교육이 성공하려면 당연히 학부모와 지역사회의 참여가 필수적인데, 학생 맞춤형 교육을 위해서는 더욱 필요하다. 학교와 교사는 이들의 참여를 끌어낼 수 있는 역량도 함께 갖춰야 한다.

교사 헌신만 강요하면 부작용만 커져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학생 맞춤형 교육을 시도하고자 하면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음을 국가와 교육청, 학교 경영자, 학생, 학부모가 인지해야 한다. 미비한 여건에서 교사의 헌신만 강요하면 오히려 소진 현상이 나타나 부작용이 더 커질 수도 있다.

교사들이 맞춤형 교육을 통해 교육자로서의 보람과 긍지를 느낄 수 있도록 국가와 교육청은 필요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지속해서 지원하길 기대한다. 교육 관계자들이 서로를 인정하며 최선을 다한다면 우리 교육은 세계 교육이 나아가야 할 길을 안내하는 나침반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전 총장)는… 미국 피츠버그대에서 교육정책학 박사를 취득했고 교육부 정책자문위원회 디지털교육분과 위원장, 전남민관산학 교육협력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한국교육행정학회장, 대한교육법학회장, 한국교원교육학회장 등을 역임했다. 최고의 교수법, 리더십 등을 주제로 1000여 회 이상의 강연을 통해 세상과의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저서로는 실력의 배신(2018), 생성 AI 시대 최고의 교수법(2024) 등 20여 권이 있고, 100여 편의 논문과 1000여 편 이상의 각종 칼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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