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배지윤 기자 = 지난해 국내 커피 전문점 시장에서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스타벅스와 투썸플레이스 등 고가 프랜차이즈는 꾸준히 매출을 끌어올렸고 메가MGC커피와 컴포즈커피 등 저가 브랜드도 가성비를 앞세워 급성장했다.
반면 중가 커피 브랜드로 자리 잡은 이디야는 매출과 가맹점 수가 모두 줄며 부진을 면치 못했다. 고가 브랜드 간의 경쟁에서도 폴바셋·커피빈 등은 상대적으로 브랜드 파워에서 밀리며 영업이익이 역성장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SCK컴퍼니가 운영하는 스타벅스코리아는 지난해 3조 1001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매출 3조 원을 넘어섰다. 영업이익 역시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가며 국내 커피 업계 1위 자리를 굳혔다.
투썸플레이스도 지난해 매출이 8.3% 늘어난 5200억 원, 영업이익은 25.3% 증가한 326억 원을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매출 5000억 원을 돌파했다.
저가 커피 브랜드의 성장세도 두드러졌다. 메가MGC커피 운영사 앤하우스의 지난해 매출은 36.4% 증가한 4660억 원을, 영업이익은 55.1% 증가한 1076억 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컴포즈커피는 매출이 0.8% 증가한 897억 원을 기록하는 데 그쳤지만, 영업이익은 8.9% 증가했다. 매출 2위 투썸플레이스를 앞서는 수익성을 기록한 셈이다.
반면 이디야는 지난해 매출이 242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2.2% 줄며 2년 연속 매출 역성장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97억 원으로 소폭 개선됐지만, 수익성 회복만으로는 성장 정체를 돌파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고가 프랜차이즈 간 경쟁에서도 희비가 엇갈렸다. 커피빈코리아는 지난해 매출이 3.3% 감소한 1528억 원에 그쳤고,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폴바셋도 매출은 전년 수준을 유지했으나, 영업이익은 7.5% 감소한 79억 원으로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커피빈이 스타벅스·투썸플레이스 등과의 프리미엄 경쟁에서 브랜드 파워가 상대적으로 약한 점이 실적 부진의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가맹점 수 변동에서도 커피 전문점 시장의 흐름은 뚜렷했다. 직영 체제를 유지하는 스타벅스·폴바셋·커피빈 등 프리미엄 브랜드를 제외하면 저가 커피 브랜드들의 공격적인 가맹점 확장이 두드러졌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정보공개서에 따르면 메가MGC커피의 지난해 가맹점 수는 2681개로 전년보다 500개 이상 증가했다. 컴포즈커피와 빽다방도 각각 약 400개, 200개씩 매장이 늘었다. 지난 한해 동안 전국에 저가 커피 3사의 매장만 1000개 이상 생겨난 셈이다.
반면 한때 전국 3000개 이상 매장을 운영했던 이디야는 2805개로 줄었다. 1년 새 200개 가까운 가맹점이 문을 닫은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디야의 부진을 두고 저가 커피의 가성비와 고가 브랜드의 프리미엄 이미지 사이에서 브랜드 포지션이 모호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계속되는 경기 침체 속에 고가·저가 커피 브랜드 간 양극화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실제 과열 경쟁의 여파로 커피 전문점 수 자체가 줄어드는 추세다.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인허가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 커피숍 수는 7만 9350개로 전년보다 1526개 감소했다.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래 커피숍 수가 역성장한 것은 60년 만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커피 전문점 시장은 고가 브랜드와 저가 브랜드 중심으로 소비자 선택이 극단적으로 갈리고 있다"며 "이런 양극화 흐름 속에서 중간 가격대나 브랜드 색이 뚜렷하지 않은 업체들은 점점 설 자리를 잃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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