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지현 기자 = 올해 긴 설 연휴로 국내 증시가 잠시 쉬어가는 가운데 연휴 이후 증시 흐름에 투자자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3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3년간(2022년, 2023년, 2024년) 설 연휴 동안 국내 증시가 휴장한 이후 미국 증시에 영향을 받았다.
지난 2022년 설 연휴 기간(1월 29일~2월 2일)에는 미국 증시가 큰 변동성을 보였는데 연준의 긴축 우려가 완화되며 상승 마감했다. 이에 국내 증시도 연휴 이후 상승 출발하며 강세를 보였다.
2023년 설 연휴 기간(1월 21일~24일)에 미국 증시는 혼조세를 나타냈지만, 기술주가 주도하는 강세장이 이어졌다. 이후 국내 증시 역시 IT 관련주가 상승하며 긍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지난해 설 연휴 기간(2월 9일~12일) 동안에는 미국 증시가 경제 지표 호조로 상승세를 이어갔고, 국내 증시도 개장 이후 상승 출발했으나 차익실현 매물로 상승 폭은 제한적이었다.
올해 설 연휴(1월27일~30일)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 직후라 '트럼프 수혜주'가 주목된다.
설 연휴 이후 31일 개장을 앞둔 증시는 '딥시크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티업 딥시크는 생성형 AI 및 금융 데이터 분석 분야에서 기존 빅테크 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는 차세대 플랫폼을 선보이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특히 딥시크의 AI 반도체 기술이 엔비디아의 GPU 시장 점유율을 위협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엔비디아 주가는 최근 5일간 10% 이상 폭락하며 나스닥 지수 하락을 부추겼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딥시크 충격은 공포가 공포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라며 "MSCI 한국지수 ETF는 2.42%, MSCI 신흥지수 ETF는 1.82% 하락했음을 감안할 때 코스피의 단기 충격은 불가피했을 것이다. 연휴라서 다행이라고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단기 충격은 있겠지만, 충격 강도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며 "딥시크발 쇼크는 빅테크, AI관련 산업에 국한됐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 등 매그니피센트7(M7·미국 7대 기술기업)을 중심으로 미국이 만들어낸 AI 투자 사이클에 의심을 키우고 흠집을 만들었다"라고 말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29일(현지시간) FOMC 정례회의에서 발표한 기준 금리 동결 발표도 국내 증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연준을 향해 '금리 인하 압박'을 가했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 체제가 돌입한 뒤 처음 맞이한 FOMC에서 연준은 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해당 발표 이후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는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31% 떨어졌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각각 0.47%, 0.51% 내린 채 거래를 마쳤다.
연준은 이번 FOMC 성명서에서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목표인 2%를 향해 진전을 이르렀다'는 기존 문구를 삭제했는데, 시장은 이를 두고 연준의 행보가 '매파적'이었다고 받아들였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미국 경제가 여전히 견고하다"며 "정책 입장을 조정하는 데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도이체방크는 "통화정책 결정문만 볼 때 인플레이션이 목표를 향해 가고 있다는 문구를 삭제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매파적이었다"며 "파월 의장이 추가 금리 인하를 서두를 것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기에 3월 금리 인하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해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조선업, 인공지능(AI) 산업을 발전시키는 정책 방향을 발표했는데, 최근 국내 증시에서도 관련 종목들의 상승세가 설 연휴 직전까지 나타났다.
이에 증권가에서는 설 연휴 이후 기간을 포함해 1분기까지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 명령 등 정책 방향에 따라 국내 증시도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놨다.
신한투자증권은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오픈AI, 오라클, 일본 소프트뱅크와 함께 미국 5000억달러(718조 4500억 원) 규모의 AI 산업 투자 계획을 발표한 것과 관련해 특히 전력기기주를 주목했다.
우선 신한투자증권은 "작년 바이든 정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인프라법(IIJA)에 따른 인프라 투자와 데이터센터 붐이 맞물려 랠리가 나타났었다"면서도 "전력 확보는 트럼프에 있어서도 핵심 어젠다인 만큼 재차 랠리를 기대하게 하는 요소"라고 짚었다.
이어 트럼프 정부가 발표한 해당 프로젝트와 관련해 "최초 1000억달러(143조2500억 원) 자금을 모아 텍사스에 데이터센터를 건립하는 것을 시작으로 앞으로 4년에 걸쳐 최대 5000억달러(716조 2500억원)를 투자해 AI 초격차를 유지하려는 전략"이라며 "설비투자 확대 과정에서 국내의 AI 반도체나 전력기기 중심 수혜가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AI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대규모 데이터센터 구축이 필요한데, 이 과정에서 데이터를 소화할 전략 소비량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해당 소비량을 소화할 국내 전력 기업의 수요도 크게 증가할 것이라는 시각이다.
하나증권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대상 방위비 인상 요구 등을 참고로 방산주에 주목했다.
하나증권은 이와 관련해 "현재 나토 32개국 중 23개국만 기존 2% 방위비 기준을 충족하고 있다"면서 "이를 5%로 상향할 경우 방위비 지출이 2배 이상 증가하게 된다"고 예상했다.
이어 "나토 회원국이 국방비를 1%포인트 올리면 약 5000억 달러 규모가 증액될 것으로 보인다"며 "국방비 인상으로 신규 무기 구매 시 'K-방산'의 유럽 수출 기회 확대가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한편 설 연휴 이후 미국 주요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발표도 줄줄이 예정돼 있다. 31일에는 애플, 아마존 등이 4분기 실적을 공개한다.
mine12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