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조소영 강민경 기자 = 지난 2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인근에서 발생한 여객기와 군용 헬기 간 충돌·추락 사고를 두고 그 원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 연방 교통안전위원회(NTSB)가 관련 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전문가 등은 사고 원인에 관해 여러 가지 추측을 내놓고 있다.
30일 USA투데이 등 외신을 종합해 보면 여객기(64명)·헬기(3명) 탑승자 총 67명 전원의 사망을 불러온 이번 사고와 관련해 우선 '두 항공기가 제 위치의 길에서 운영됐느냐'는 조사 필요성이 제기된다.
USA투데이는 "조사관들이 가장 먼저 시도할 조사 중 하나는 두 항공기 중 어느 쪽이 권한이 없는 공역을 점유하고 있었는지에 대한 것"이라고 짚었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아메리칸항공 여객기는 로널드 레이건 공항에 착륙하기 위해 지정된 비행 경로를 따랐고 헬기 또한 허가된 지역에 있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실제로는 어느 한 쪽이 다른 고도(경로)에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항공 전문 변호사인 짐 브라우클은 "그들이 모두 있어야 할 곳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두 기의 간격은 61m 정도에 불과했다. 이것은 절대 큰 간격이 아니다"고 했다. 블랙호크 헬기 등을 조종한 적 있는 군인 출신의 태미 더크워스 상원의원(일리노이주)도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여객기와 헬기의 비행 경로에 대한 정보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동일선상에서 두 항공기가 서로의 위치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레이건 공항 관제사가 헬기 조종사에게 사고 여객기를 언급하며 "여객기가 보이는가"라고 묻자 헬기 조종사가 "보인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가운데, 브라우클은 "밤에는 그저 빛만 보일 뿐"이라며 "헬기를 타고 지상에서 크게 떨어져 있다면 도시 지역은 조명이 매우 밝아서 어떤 빛을 보고 있는지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헬기에 야시경이 탑재돼 있었으나 헬기 조종사가 사고 당시 야시경을 사용했는지는 불분명한 상태다.
아울러 CNN 방송에 출연한 민간기 조종사 조슈아 실라드는 "야간에는 헬기가 다른 항공기의 빛에 섞여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보통 위치 정보 신호로 (그 위치를) 확인한다"며 "(여객기) 조종사가 계기판으로 그 신호를 볼 수 있었는지가 큰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의문점 중 하나로 제기되는 것은 공중충돌방지장치(TCAS)가 제대로 작동했는지에 관한 것이다.
TCAS는 공중에서 복수의 항공기가 서로를 향해 접근할 때 조종사에게 경고하는 장치로, 미국 내 모든 상업용 항공기는 TCAS를 장착해야만 한다. 군용 항공기의 경우 일부에 한해 TCAS를 설치한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 장치가 완벽하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활주로에 가까이 접근하고 있는 등 여러 상황에 따라 경고음이 발생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전직 조종사인 로스 아이머는 MSNBC 방송을 통해 "민간기와 군용기는 관제사의 지시는 들을 수 있으나 (통신 시스템이 달라) 서로 직접 통신할 수 없다"며 이 또한 사고 발생의 원인이 됐을 수 있다고 짚었다.
이런 가운데 이번 사고 당시 레이건 공항 관제탑의 근무 상황이 비정상적이었다는 지적이 나와 이 문제도 사고 원인 중 하나로 중점적으로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뉴욕타임스(NYT)는 연방 항공 안전관리에 관한 미 연방 항공청(FAA) 내부 보고서를 통해 사고 당시 교통량 대비 관제탑 근무 인원 수가 정상적이지 않았다며, 통상 2명이 하는 업무를 1명이 맡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되면 관제사 한 명이 헬기 조종사 및 여객기 조종사와 동시에 소통해야 하는 등의 어려움이 생긴다.
더구나 레이건 공항 상공은 수많은 여객기에 공항 옆 국방부 청사(펜타곤)가 위치해 각종 군용기가 비행하는 등 "미국에서 가장 복잡한 상공 중 한 곳"이라는 평을 받는다.
공항 인근 자치단체 인사들로 구성된 모임 '미국의 지방공항을 지키는 연합'은 "해당 공항의 연간 이용자 수가 당초 예상보다 900만 명 더 많고 활주로당 발착(출발과 도착) 횟수는 미국 최다"라며 수용 능력을 초과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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