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서장원 기자 = 여자프로농구 아산 우리은행이 최약체라는 우려를 불식하며 통산 15번째 정규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린 원동력은 뭘까. 위성우 감독은 시즌을 돌아보며 강도 높은 훈련과 천금 같은 행운으로 두 번의 큰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게 주효했다고 강조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16일 청주 KB스타즈를 46-44로 꺾고 정규리그 우승 매직넘버 '1'을 지웠다. 지난 2022-23시즌 이후 두 시즌만이자 통산 15번째 정규리그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세웠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우승이었다. 2012년부터 10년 넘게 우리은행 지휘봉을 잡고 숱한 우승을 경험한 위 감독조차 "말이 안 되는 우승"이라고 말했다.
◇주축 대거 이탈로 전력 약화…"훈련의 힘을 믿었고, 그걸 증명했다"
위기는 시즌이 개막하기도 전에 찾아왔다. 해외리그에 진출한 박지현(토코미나와)을 비롯해 프리에이전트(FA)로 풀린 최이샘(인천 신한은행), 나윤정(KB스타즈), 박혜진(부산 BNK)이 떠나면서 반강제로 팀을 재편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심성영, 박혜미, 한엄지를 영입했고, 아시아쿼터로 스나가와 나쓰키와 미야사키 모모나를 데려왔지만 전력 약화를 피할 순 없었다.
위 감독은 "선수 현황판을 보는데 한숨이 나오더라. 이 스쿼드로 어떻게 시즌을 꾸려가야할지 막막했다"며 답답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위 감독은 결국 자신이 가장 믿는 훈련으로 위기를 돌파하기로 했다. '훈련과 노력은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는 것이 위 감독이 오랫동안 지켜온 철학이다.

위 감독은 "솔직히 난 선수들을 믿지 않는다. 그들이 소화한 훈련량을 믿을 뿐이다. 감독으로서 내가 할 줄 아는 건 훈련이고, 이번에도 그렇게 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훈련을 잘 따라와 준 선수들 덕분에 우승할 수 있었다.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단비도 "선수 입장에서는 (훈련이) 너무 힘드니까 '이게 맞나'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런데 결과로 증명했다. 비시즌, 그리고 시즌 중에도 훈련을 정말 많이 했다. 어떤 일이 일어나도 극복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게 우리은행의 강점"이라며 훈련이 우승의 밑거름이 됐다고 말했다.◇두 번째 위기, 이번엔 '운'이 우리은행을 구했다두 번째 위기는 순위 싸움이 한창이던 시즌 중반에 찾아왔다. 팀을 지탱하던 에이스 김단비가 팔꿈치 통증을 호소한 것.
김단비의 이탈은 우리은행으로선 큰 타격이었는데 이때 운이 따랐다.
위 감독은 "다행히 단비가 아픈 시점이 올스타 브레이크였다. 쉬면서 재정비를 할 수 있었다. 만약 시즌이 한창 진행 중일 때 빠졌다면 팀이 무너졌을 것이다. 위기가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경쟁팀 상황도 우리은행을 도왔다. 시즌 막판 BNK와 용인 삼성생명은 부상자가 나오면서 전력이 약화됐고, 우리은행이 선두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했다. 위 감독은 "이 또한 우리에게 운이 따라준 것"이라고 말했다.
훈련은 배신하지 않았고, 운은 준비된 팀에 찾아왔다. '약체'라는 평가를 뒤집고 우승을 일궈낸 우리은행은 이제 통산 11번째 통합 우승에 도전한다.
superpow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