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뉴스1) 이상철 기자 = 부산 BNK의 벽을 넘지 못해 챔피언결정전 3연패가 무산된 위성우 아산 우리은행 감독은 아픈 결과에도 "지도자로서 가장 보람찬 시즌을 보냈다"고 자평했다.
위성우 감독이 이끄는 우리은행은 20일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열린 하나은행 2024-25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5전 3선승제) 3차전에서 BNK에 54-55로 졌다.
챔피언결정전에서 3전 전패를 당한 우리은행은 정상을 지키지 못했다.
경기 후 위 감독은 "BNK의 창단 첫 우승을 축하한다. 여성 최초 우승 사령탑이 된 박정은 감독에게도 축하의 말을 전한다"고 했다.
우리은행이 챔피언결정전 준우승을 이룬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성과라는 평가다.
12차례나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하며 '왕조'를 구축했던 우리은행은 지난 시즌 종료 후 박혜진(BNK), 최이샘(인천 신한은행), 나윤정(청주 KB)이 이적하고 핵심 박지현(마요르카)도 해외 무대로 나가 전력이 약화됐다.

올 시즌에는 우리은행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는데, 위 감독은 팀을 끈끈하게 만들어 깜짝 정규리그 우승을 일궜다.
우리은행은 플레이오프에서 KB와 5차전까지 가는 혈투 끝에 챔피언결정전까지 올랐다. 비록 1경기도 이기진 못했으나 우리은행은 BNK를 상대로도 매 경기 접전을 펼쳤다. 이날 3차전도 후반전 들어 김단비를 중심으로 대반격을 펼쳐 승리를 눈앞에 뒀으나 막판 박혜진에게 역전 3점포를 맞아 석패했다.
위 감독은 "올 시즌 멤버 구성이 약해 한 발 더 뛰는 농구로 여기까지 왔다. 이번 챔피언결정전을 치르면서 5대1로 하는 느낌을 받았다"며 "'우리 팀이 너무 못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했는데, 정말 멋지게 졌다"고 활짝 웃었다.
이어 "3차전을 이겼어도 역전 우승은 힘들었을 것이다. (우승하지 못했지만) 0.1%도 기분 나쁘지 않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며 좋은 경기를 펼친 선수들을 칭찬해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 시즌을 마친 위 감독은 "여자농구 감독 생활을 13년째 하고 있는데, 보람을 많이 느낀 시즌이었다"고 복기했다.
그는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 이후 많은 선수가 나가고 들어오면서 어떻게 팀을 꾸려야 할지 걱정이 많았다. '백지상태'에서 끌고 가느라 운동할 때마다 한숨을 많이 쉬었다"며 "그런데 경기를 치를수록 선수들이 성장하는 게 보였다. '내가 열심히 가르치면 뭔가 얻는구나'라고 느꼈다. 우승보다도 더 남은 게 많았다"고 밝혔다.
위 감독은 팀을 이끌어 준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김단비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그는 "(김)단비가 없었으면 내가 이 자리에 있을 수 없었다. 임영희(현 우리은행 코치)도 있지만 내 최고의 제자는 김단비"라며 극찬했다.
이어 "김단비가 주장인데도 내게 많이 혼난다. 선수들이 잘못하면 단비부터 혼낸다. 그렇게 해야 후배들이 따라오기 때문"이라며 "김단비가 우리 팀으로 왔을 때 많이 힘들어했다. 팀을 위해 와준 마음을 잘 알기 때문에 더더욱 고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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