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동=뉴스1) 이강 김민수 기자 = 괴물 산불이 휩쓸고 간 경북 일대에서 민간 주도의 동물 구호 활동이 전개되고 있는 모습이다. 동물보호단체와 시민 자원봉사자들이 피해 지역을 수색하고 임시 보호소를 설치하며 구조에 나서고 있다.
동물자유연대는 산불 경보 단계가 3단계로 격상된 지난 22일부터 경북 일대 산불 피해 지역에 활동가들을 투입해 구조 작업을 벌여 왔다. 현장에서는 방치된 개와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수색·구조했고, 대피소 인근에는 임시 보호소도 설치했다.
피해 동물 구조는 현재진행형이다. 정진아 동물자유연대 사회변화팀장은 "화상을 입은 고양이, 호흡이 곤란한 개를 비롯해 다양한 동물이 구조되고 있다"며 "재난이 발생하면 사람이 우선이기 때문에 행정적으로나 제도적으로 반려동물과 동물에 대해서는 공백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인수 동물자유연대 활동가는 "진입할 수 있는 피해 지역을 돌며 묶여 있거나 길을 잃은 반려동물을 수색하고 있다"면서 "화상을 입거나 당장 구호가 필요한 동물은 현장에서 구조해 인근 병원으로 이송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난상황에서 반려동물은 뒷전이 될 수밖에 없다. 최 활동가는 "재난 발생 시 대피소에 반려동물과 동반 입장이 사실상 어려워서 이렇게 보호소를 설치했다"며 "산불로 인해 많은 주민이 반려동물을 포기하거나 차량 내에서 숙박하며 지내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했다. 최 씨는 말을 마치고 하얀 강아지가 들어있는 철장을 보여줬다.
실제로 국민재난안전포털의 비상대처요령에 따르면 봉사용 동물을 제외한 애완동물은 대피소에 데려갈 수 없다.

시민단체 활동가들뿐만 아니라 자원봉사자의 손길도 이어졌다.
대학생 자원봉사자 최설 씨(24·여)도 구조 활동에 하루 동안 참여했다. 최 씨는 "산불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가 매우 컸다"며 "대피한 동물 중 일부는 화상을 입었고, 낯선 환경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뿐만 아니라 동물들이 정말 많이 죽고 다쳤다는 사실에 마음이 아팠다"면서도 "불이 더 번지지 않아 다행이고, 동물들도 다시 돌아갈 수 있게 된 건 정말 다행"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박호일 씨(46·여)는 "유기견 보호센터에서 대피해 온 개체들을 대학생 봉사자들과 함께 돌봤다"며 "처음에는 낯선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소화 장애를 겪는 등 어려움도 있었지만, 점차 안정을 되찾는 모습을 보였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최 활동가는 "자원봉사자들이 이동봉사를 해주시지 않았더라면 구조 활동 자체가 어려웠을 것"이라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동물자유연대는 의성군 보호소 유기견 22마리가 산불 영향권에 놓이자 이들을 인근 반려동물 테마공간 '펫월드'로 긴급 대피시키기도 했다.
반려동물을 위한 테마파크인 '펫월드'도 기꺼이 피해동물을 위한 공간을 제공했다. 유기견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 보니 의약품 등은 부족했지만, 자원봉사자의 손길이 이어져 위기는 넘겼다.
펫월드 관계자인 이민경 씨(26)는 "동물자유연대 측 요청에 따라 보호 공간 제공이 가능하다고 판단해 수용했다"며 "사람들이 상비약을 챙겨놓듯 재난 상황에 대비해 반려동물이 복용하는 약품을 챙겨놓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한편, 의성군은 동물자유연대의 요청을 받아 대피소 인근에 반려동물 임시 보호소 부스를 설치했으며, 유기견 보호소 및 펫월드 시설 일부를 구조 공간으로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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