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한송아 기자 = 영남 지역을 휩쓴 대형 산불이 모두 진화된 가운데, 어딘가로 피신했던 동물들이 하나둘 돌아오고 있다. 하지만 불길이 지나간 자리는 참혹했고, 가까스로 생존한 동물들의 상태는 산불이 남긴 상처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자원봉사자들은 피해 지역 곳곳에서 방황하는 다친 동물들을 발견하며 구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1일 동물자유연대와 위액트 등 동물보호단체에 따르면, 산불은 꺼졌지만 아직도 구조의 손길이 닿지 못한 곳이 많다. 이에 따라 이들은 지속적으로 수색을 진행하며 상처 입은 동물들을 구호하고 있다. 또한 늘어나는 구조 동물들이 보다 안전하고 체계적으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보호 공간과 인력을 정비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의료 지원이다. 동물들 대부분이 심각한 화상과 호흡기 손상을 입은 상태로, 시간이 지나면서 치료가 지연될 경우 생존율이 더욱 낮아질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이러한 절박한 상황 속에서 로얄동물메디컬그룹이 긴급히 의료 지원에 나섰다. 지난달 30일, 로얄동물메디컬그룹은 의료진을 경북 영덕으로 파견해 현장 의료 봉사를 진행했다. 이들은 이미 십여 마리의 화상 피해 동물을 치료하고 있었으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초기 응급 처치를 받지 못한 동물들이 속출하자 신속하게 봉사단을 조직해 추가 지원에 나섰다.

정인성 로얄동물메디컬센터 대표원장은 "산불 피해 지역에서 끝없이 다친 동물들이 발견되지만, 현장 의료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사람들도 돌보기 힘든 상황에서 더 쉽게 방치될 수 있는 동물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직접 현장으로 향했다"고 밝혔다.
현장에서 로얄동물메디컬센터 본원과 강동, 리베동물메디컬센터 의료진은 피해 동물들의 화상 부위를 치료하기 위해 소독과 엑소좀 냉동치료(크라이오 테라피), 화상 연고 처치 등을 진행했다. 상태가 비교적 안정적인 동물들에게는 보호자가 직접 치료를 이어갈 수 있도록 약품을 제공했다. 또한, 중증 상태의 개, 고양이, 토끼 약 10마리는 서울에 위치한 3곳의 동물병원으로 긴급 이송돼 현재 집중 치료를 받고 있다.


정인성 대표원장은 화상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화상을 입으면 피부 온도가 올라가는데 그대로 두면 염증과 괴사로 이어져 매우 위험하다"며 "겉으로 보기에 심하지 않아도 최대한 빠르게 화독을 빼주는 처치를 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의료진이 현장에서 만난 동물 중 일부는 이미 피부가 괴사해 벗겨지고 있는 심각한 상태였다.
이번 의료 봉사에는 유한양행도 뜻을 함께했다. 유한양행은 피부 치료 의료기기 '벳이즈'를 긴급 지원했다. 이 장비는 정밀 냉각 기술을 이용해 엑소좀 약물을 피부 깊숙이 전달해 화상 부위를 빠르게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다. 특히, 해당 제품이 현재 시장에서 수급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산불 피해 동물들을 위해 우선 지원된 것으로 알려져 더욱 의미를 더했다.

정 원장은 "산불 피해 지역에서 아픔을 겪고 있는 동물들을 보며 마음이 아팠지만, 한편으로는 수의사로서 이들에게 빚진 마음을 조금이나마 갚을 수 있어 보람을 느꼈다"며 "어제 하루의 봉사로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알기에, 직접 치료한 동물들이 제대로 회복할 수 있도록 다시 찾아가 살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동물단체 관계자는 "산불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고 고통받고 있는 동물들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민 의료진과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이 빛을 발하고 있다"며 "시간이 흐를수록 치료와 보호가 더욱 절실해지는 만큼,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해피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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