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강 기자
"매출 때문에 주휴수당 챙겨주기 어렵다."
서울의 한 디저트 프랜차이즈에서 4년째 근무 중인 임서연 씨(22·여)가 업주로부터 들은 말이다. 그는 주 14시간씩 같은 매장에서 일하지만 새로운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업주가 주휴수당과 퇴직금 지급을 피하기 위해 근무 일정을 조정했기 때문이다.
임 씨는 5일 "구인 공고를 보면 대부분 단시간 근무를 선호하고 피크 타임에 맞춘 근무 시간대를 지정하는 경우가 많다"며 "근로자에게 유연성을 제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제한적인 선택지만 남아 경제적 부담이 커진다"고 말했다.
박수진 씨(23·여)도 주 20시간을 일하지만 주휴수당을 받지 못한다. 주 15시간 이상 일해야 받을 수 있는 주휴수당을 회피하려는 '쪼개기 알바' 공고가 대부분이라 카페에서 주 3회 총 9시간, 제과점에서 주 2회 총 11시간씩 나눠 일한다.
박 씨는 "대부분의 알바는 주 15시간 이하 근무로 주휴수당을 받을 수 없는 조건이었다"며 "그러나 월급 차이로 따지면 꽤 큰 금액이기에 생활비와 학비 등 부담을 덜 수 있어 주휴수당은 매우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5일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주 15시간 미만 일하는 '쪼개기 근로자'는 지난해 174만 2000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체 취업자(2857만 6000명) 중 15시간 미만 근로자 비율은 6.1%로, 6%를 넘긴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올해 1월 기준으로도 전년 대비 6.6% 증가해 이러한 추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자영업자들은 주휴수당 회피를 위한 쪼개기 근로가 불가피한 현실이라고 말한다. 경기 침체와 인건비 상승에 더해 배달앱 수수료 부담까지 가중되면서다.
현행법상 직원이 주 15시간 이상 일하면 하루치 일당을 주휴수당으로 지급해야 한다. 올해 최저임금(1만 30원) 기준으로, 하루 8시간 주 5일 근무 시 월급은 174만 5022원이지만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209만 6270원으로 증가한다. 여기에 퇴직금과 4대 보험료까지 포함하면 인건비 부담은 더욱 커진다.
프랜차이즈 매장을 운영하는 이 모 씨(54·남)는 "아르바이트생 8명을 고용했는데 시급이 오를수록 주휴수당 부담도 함께 늘어난다"며 "숙련된 직원이 필요해 일부에게는 주휴수당을 지급하지만 나머지는 쪼개기 근무로 운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쪼개기 근로를 택하는 이유 중에는 '사직 리스크'도 있다. 이 씨는 "방학이 끝나거나 학기가 시작될 때마다 학생들이 갑자기 그만두는 경우가 많아 여러 명을 고용해 두는 편이 더 안정적"이라고 설명했다.
디저트 프랜차이즈 업주 남 모 씨(51·남)는 "주휴수당뿐 아니라 15시간 이상 근무하면 4대 보험료도 부담해야 해 더욱 어렵다"며 "법에 저촉되지 않도록 쪼개기 근로자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남 씨는 일부 알바생들도 15시간 이상 근무를 원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4대 보험료는 반반 부담하는 구조라 알바생들이 급여 신고를 줄여달라고 요청하기도 하지만 불법이라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배달의민족'이나 '쿠팡이츠' 같은 배달앱의 수수료가 너무 높아 4만 원어치를 팔아도 많아야 2만 7000원 남는 수준"이라며 "결국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딸과 아내까지 매장 일을 돕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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