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위한 주휴수당, '쪼개기 알바' 역풍으로[100만 폐업시대]③

초단기근로자 6년새 80% 늘어…주휴수당 주느니 '쪼개기고용'
소상공인업계 "폐지해야"…일각선 신중론 "폐지보단 유인책"

서울 종로구 한 식당에서 종업원이 일을 하고 있다. 2024.5.21/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 종로구 한 식당에서 종업원이 일을 하고 있다. 2024.5.21/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편집자주 ...단골 삼았던 동네 식당이 문을 닫았다. 사람 북적이는 번화가인데도 같은 자리에 서로 다른 가게가 몇 달 간격으로 교체된다. 작년 한 해 문을 닫은 소상공인이 100만 명에 육박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왜 이렇게까지 망가졌을까. 경기침체, 내수부진 탓을 하자니 '역대 최대' 규모가 걸린다. 문 닫는 소상공인의 이면엔 '지속 가능하지 않은' 제도가 있었다. <뉴스1>이 심층진단했다.

(서울=뉴스1) 장시온 김형준 기자

"누구를 위한 제도인가요?"

서울 관악구의 한 마케팅 회사에서 재택 프리랜서로 일하는 김미현 씨(26)는 두 달째 '알바'(아르바이트)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동네 편의점도, 번화가 식당이나 술집도 아르바이트를 뽑는다는 공고 자체가 드물다.

그나마 사람을 구한다는 곳도 하루 3시간씩 2~3일만 하는 '초단기 아르바이트'다. 삶이 곤궁하니 시간을 쪼개 단기 아르바이트라도 몇 개 하면 좋으련만, 사장님들이 구하는 시간대는 모두 '가장 바쁜' 저녁 시간대로 겹친다. 아르바이트를 몇 개씩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김 씨는 "프리랜서라 수입이 불안정해 주 20시간 이상은 아르바이트를 해 생계를 유지하고 싶은데, 공고 자체가 없다"면서 "요새는 단기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사장님들께 그냥 주휴수당  안 줘도 되니 뽑아달라고 한다"고 한숨을 쉬었다.

'쪼개기 알바생' 80% 늘어…근로자도 사장님도 손해

본문 이미지 -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근로자의 휴식을 보장하고 질 높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도입한 '주휴수당' 제도가 '쪼개기 알바 '로 변질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주 15시간 미만 일하는 초단시간 근로자는 174만 2000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초단시간 근로자는 전체 취업자 중 6.1%로, 통계 조사 이래 처음으로 6%대를 넘겼다.

현행 최저임금 법은 1주 평균 근로 시간이 15시간 이상이면 주급에 주휴수당을 추가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주 5일 일하더라도 하루치 급여를 더한 6일 치를 주는 식이다.

올해 최저임금인 시간당 1만 30원을 기준으로 하루 8시간 주 5일 일했다면 한 달 급여가 최저임금 174만 5022원에서 주휴수당 포함 209만 6270원으로 느는 셈이다.

주휴수당은 근로자의 유급휴일을 보장하겠단 취지였지만 오히려 안정적인 수익을 얻고자 하는 일부 구직자들에게 불똥이 튀었다.

시행령이 개정되기 전인 2018년 96만 명으로 100만 명이 채 안 됐던 초단기 근로자는 6년 만에 80% 늘어났다.

알바몬 조사에 따르면 20대 이상 성인 남녀 10명 중 8명은 주 15시간 미만의 초단기 근로 경험이 있었다.

이들의 절반은 초단기 근로의 단점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없어 불안하다'를 꼽았다. 32.7%는 '전문성과 경험을 쌓을 수 없다'고 답했고, 31.4%는 '주휴수당이 없다'고 응답했다.

본문 이미지 - 서울의 한 편의점에서 직원이 매대를 정리하고 있다. 2021.6.24/뉴스1 ⓒ News1 이성철 기자
서울의 한 편의점에서 직원이 매대를 정리하고 있다. 2021.6.24/뉴스1 ⓒ News1 이성철 기자

소상공인도 '억울'…"'쪼개기' 안 하면 월 60만 원 손해"

직원에게 주휴수당을 주기 싫어서 '쪼개기 고용'을 하는 '악덕 사장님'으로만 보기엔 소상공인도 억울하다. 쪼개기 고용을 하지 않으면 월 수십만 원의 인건비를 고스란히 추가로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장사가 잘되고 매출이 순조로우면 괜찮다. 문제는 경기침체로 코로나19 거리두기 시절보다 매출이 더 줄어 100만 명의 소상공인이 폐업하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서울 마포구에서 음식점을 하는 A 씨는 코로나 때 주휴수당 지급을 피하기 위해 주 15시간 미만으로만 직원을 뽑았다. 원래 직원 3명이 주 4일 출근했다면, 직원을 6명으로 늘리는 대신 일주일에 이틀만 일하도록 쪼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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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당시 시급 9000원을 줬던 A 씨 기준으로 쪼개기 고용을 하지 않으면 한 달에 주휴수당으로만 월 60만 원이 더 나간다. 홀 직원 1명을 추가로 뽑을 수 있는 금액이다.

A 씨는 "주 15시간 이상은 주휴수당뿐만 아니라 4대보험에 퇴직금도 더해져 영세 자영업자에겐 큰 부담"이라고 했다.

'나 홀로 사장님'도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2018년 165만 1000명에서 지난해 422만 5000명으로 156% 폭증했다. 전체 자영업자 10명 중 7명 이상이 '나 홀로 사장님'인 상황이다.

매출이 줄면 비용을 줄일 수밖에 없는데, 재룟값과 임대료 등은 마음대로 줄일 수가 없다. 결국 직원을 줄이고 사장이 직접 매장에 보는 식으로 인건비 줄이기에 나선 것이다.

본문 이미지 - 서울 시내 한 식당가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5.2.25/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서울 시내 한 식당가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5.2.25/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직원을 여러 명 둘 수밖에 없는 대형 매장에선 오히려 직원보다 사장의 수입이 더 적은 경우까지 생겼다.

은평구에서 4년째 순대국밥집을 하는 이승연 씨(52)는 직원 3명을 주 6일 출근시키면서 월 300만 원 이상을 주고 있다. 주휴수당에 최저임금 급등이 겹쳐 오히려 직원 월급보다 본인 몫이 더 적어졌다.

이 씨는 "매장 규모가 있어서 매출이 아무리 줄어도 최소 3명은 써야 한다"며 "직원보다도 돈을 못 벌고 대출로 근근이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소공연 "폐지 못하면 정부가 보조" 전문가 "영세 업종 유인책 펴야"

본문 이미지 - 송치영 소상공인연합회장이 15일 서울 영등포구 소상공인연합회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4.15/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송치영 소상공인연합회장이 15일 서울 영등포구 소상공인연합회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4.15/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소상공인 업계는 '주휴수당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송치영 소상공인연합회장은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은 90년대에 주휴수당을 폐지했고 현재 운영 중인 곳도 태국이나 멕시코 정도"라며 "고용을 활성화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고용을 죽이고 근로자에도 손해"라고 했다.

이어 "주휴수당이 필요하다는 게 정부 판단이라면 비용을 소상공인한테 미루지 말고 정부가 책임지고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송 회장은 지난 2일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에게 "소상공인과 취약 근로자 모두 불행한 쪼개기 근로를 양산하는 주휴수당은 폐지돼야 한다"고 건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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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를 폐지하기보다는 영세 업장이 많은 업종 위주로 주휴수당 지급률을 높이는 유인책을 펴야 한다는 전문가 지적도 나온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대형 사업장은 강제화 전부터 이미 주휴수당 지급률이 높았다"며 "그동안 영세 자영업자를 보호한다는 취지로 사문화됐던 조항을 되살리자는 취지"라고 했다.

알바노조가 주휴수당 강제화 전인 2017년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402명을 조사한 결과 10명 9명이 주휴수당을 받지 못한다고 답했다.

반면 서울의 주요 프랜차이즈 기간제 직원 대상 조사에서는 주휴수당을 받지 못했다는 비율이 21%에 불과했다.(서울YWCA, 2015년) 강제화 전부터 업종 간 차이가 있었단 해석이 가능하다.

이 교수는 "초단시간 근로자가 많아진 건 고용시장의 구조적 변화 영향도 있다"며 과거 4대보험 가입률을 높이기 위해 폈던 유인책을 언급했다.

그는 "여력이 없는 영세 자영업자까지 일괄적으로 강제하면서 지출 증가가 뻔한데도 대책이 없었던 게 문제의 핵심"이라며 "4대보험 가입률을 높이기 위해 일정 기간 보험료를 보조했던 방식을 주휴수당에도 적용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언했다.

본문 이미지 - 이인재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이 22일 오후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열린 2026년 최저임금위원회 제1차 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5.4.22/뉴스1 ⓒ News1 김기남 기자
이인재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이 22일 오후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열린 2026년 최저임금위원회 제1차 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5.4.22/뉴스1 ⓒ News1 김기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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