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한병찬 한재준 이기림 기자 =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4일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 본회의장 연단에 서자 더불어민주당 등 진보 진영 5개 정당은 항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고성으로 시작한 한 권한대행의 시정연설은 이에 항의하는 삿대질로 끝났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오전 국회를 찾아 추경 편성 협조를 촉구하는 시정연설을 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안 기각으로 직무에 복귀한 후 국회를 찾은 건 이날이 처음이다.
당초 민주당 지도부는 한 권한대행의 시정연설에 침묵으로 대응할 것을 소속 의원에게 권고했지만 한 권한대행이 연단에 오르자 반발이 터져 나왔다. 조국혁신당, 진보당, 사회민주당은 "내란대행 사퇴하라"며 고성이 나왔다. 한 권한대행 시정연설에 반발하며 본회의장을 빠져나가기도 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에 반발하며 장내 소란은 지속됐다.
한 권한대행은 본회의장 소란에도 정면을 응시하며 단호한 목소리로 준비한 연설문을 읽어 나갔다. 그는 "정부 재정이라는 도움의 손길이 절실한 이들에게 닿아야 할 시점은 바로 지금"이라며 "정부가 제출한 추가경정예산안을 조속히 심의·의결해 줄 것을 간곡히 부탁한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의 경쟁력 강화 예산을 거론할 때는 방청석에 위치한 초등학생들을 바라보며 원고에 없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한 권한대행은 "AI와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산업은 국가의 미래 성장과 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인 만큼 방청석에 와 있는 젊은 세대 청년을 위해 절실한 투자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한 권한대행은 영남 지역에서 발생한 초대형 산불 피해를 언급할 때도 즉흥적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무엇보다 감동적인 것은 전국 각 곳에서 많은 국민들과 자원봉사자들이 어려운 지역에 몰렸다. 그리고 헌신적으로 봉사했다"며 "여기 계신 국회의원, 정당 관계자도 전부 따뜻한 마음을 갖고 산불 지역을 방문해 많은 지원과 도움을 줬다. 정말 감동적인 우리 대한민국의 한 장면이었다"고 말했다.
한 권한대행이 "과거 국가 위기 극복 과정에 정부와 국회가 긴밀하게 협력했고 국민께서 지지하고 응원했다. 이번에도 협력할 때 우리 앞에 놓인 난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하자 민주당 의원들은 "국회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볼멘소리를 내기도 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한 권한대행 연설 중간마다 손뼉을 치며 한 권한대행을 옹호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우원식 국회의장의 발언으로 또 고성을 주고받기도 했다.
우 의장은 한 권한대행을 겨냥해 "헌법재판소 판결에서도 확인됐지만 대통령과 권한대행의 권한이 동일하다는 것은 헌법에 위배되는 발상"이라며 "상설특검 추천 의뢰 등 해야 할 일과 헌법 재판관 지명 등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잘 구별하시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형수 원내수석부대표는 연단 앞으로 나와 우 의장의 발언에 삿대질하며 불만을 표출했다. 박찬대 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와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도 연단 앞으로 나가 권 원내대표 항의에 대응하며 우 의장 발언에 힘을 보탰다.
우 의장은 국민의힘의 항의에 "정파를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엄중한 비상계엄과 탄핵, 또 대통령 파면을 거치며 국민의 삶이 도탄에 빠졌다. 대통령을 보좌했던 국무총리로서 권한대행으로서 책임감을 느끼고 잘 처리해야 한다는 것은 국민을 대표해 국회의장이 말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한 권한대행과 국무위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본회의장을 떠났다.
한편 한 권한대행은 이날 본회의장을 나오며 대선 출마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고생 많으셨다"고만 답하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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