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한상희 박소은 손승환 박기현 기자 =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들이 20일 토론회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 등을 둘러싸고 날 선 신경전을 벌였다. 탄핵 반대파 후보들은 '패션우파'라고 비판하며 '경솔하다' '대선 후보직을 포기하라'고 한동훈 후보를 몰아세웠다.
이날 토론회는 8명의 후보 중 B조(나경원·이철우·한동훈·홍준표) 차례로, 서울 강서구 ASSA아트홀에서 열렸다. 한 후보가 "우리 당이 배출한 대통령이 한 것이라 하더라도 비상계엄을 불법이라고 봤고, 앞장서서 막았다"며 "계엄에 반대하지만 이를 경미한 과오라고 생각하는 것은 결국 옹호하는 것과 다름 없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에 홍 후보는 "(비상계엄은) 2시간 정도의 해프닝이었다"며 "정치적 책임을 지고 자진 하야하라, 이제는 더이상 통치하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말씀을 드린 것"이라고 말했다.
나 후보는 "대선 경선을 하는데 왜 자꾸 윤석열 전 대통령을 끌어들이느냐"며 "한 후보가 내란몰이 탄핵을 선동한 것 때문에 이 지경을 만들었다. 대통령이 내란을 자백했다면서 내란몰이 탄핵을 선동하는데 굉장히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맞받았다.
이 후보도 "(국민들이 국민의힘 국회의원) 108명을 국회에 준 건 탄핵을 하지 마라, 대통령을 지키라는 얘긴데 왜 경솔하게 탄핵에 들어갔냐"고 지적했다. 이어 한 후보를 향해 "우리 당 후보라고 나온 것 자체가 잘못"이라고 날을 세웠다.
또 나 후보는 한 후보를 향해 "그동안 좋은 자리 많이 하셨는데 보수 통합을 위해 대통령 후보는 그만두시고 헌신하시면 어떻겠나"라고 대선 불출마를 압박했다.
그는 "국민의힘은 단순한 사교클럽이 아니라 이념 정당이고 가치 정당인데, 우린 늘 패션우파, 중도확장 이러면 표를 가져오는 줄 안다"며 외연 확장을 강조하는 한 후보를 겨냥한 발언을 이어갔다.
나 후보는 "우리 당 홈페이지 게시판에도 이상한 댓글이 많이 나왔다"며 한 후보의 '당원게시판' 논란을 거론하기도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를 향한 원색적 비난 글이 당원 게시판에 게시됐고, 작성자가 한 후보와 그 가족이라는 의혹이다.
또 홍 후보는 한 후보를 향해 총선 패배 책임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는 "지금 이재명을 잡으려고 나오는 선거다. 우리 한 후보는 법무부장관으로 계실 때 이재명 못 잡아넣어서 사법적으로 패배했다, 당 비대위워장으로 있으면서 총선에 참패했다"며 "이번에 어떻게 하실 생각이냐"고 물었다.
홍 후보는 "이번에는 이재명을 어떻게 잡을 생각이냐" "배신자 프레임을 어떻게 벗어날 것인가"라고 압박했다. 한 후보는 "저는 국민을 배반하지 않기 위해서 계엄을 저지했다"며 "12월 3일 10시 반 홍 후보가 당대표로서 제 입장이었으면 계엄을 막았겠나"라고 홍 후보에게 되물었다.
그러면서 "계엄에 대해 떳떳이 얘기할 수 있고, 윤 전 대통령과 이 후보를 같이 극복할 수 있는 사람이 이번 선거를 이길 수 있다. 그게 저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 특검에 참여했던 한 후보를 겨냥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가짜뉴스에 당할 때 칼춤을 춘 사람 있고 '화양연화'라 했던 (사람이) 우리 당 후보로 와있단 걸 굉장히 부끄럽게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다만 예상과 달리 후보 간 공방은 두드러지지 않았다. 폭로와 비방으로 얼룩졌던 지난해 '자폭 전대'와 비교하면 이날 공방은 짧고 수위도 비교적 낮았다는 평가다. 특히 평소 대립각을 세워 온 홍 후보는 한 후보와 우호적인 태도를 보였다.
한 후보가 홍 후보를 향해 "홍 선배님께서 쓰신 '제7공화국 선진대국 시대를 열다'를 자세히 봤다. 저도 선배님을 좋아한다"고 했고, 홍 후보도 "옛날엔 그랬지만 지금은 좋아한다"고 화답했다.
사회를 맡은 호준석 대변인이 "두 후보가 크게 싸울 것으로 본 기자들의 실망이 역력하다"고 농담을 건네자 홍 후보는 "사이 좋다 현재는"이라고 답했고, 한 후보는 "앞으로도 좋을 것"이라고 했다.
토론회 중 가장 눈길을 끈 장면은 홍 후보가 한 후보를 향해 "키도 큰데 왜 키높이 구두를 신냐"고 "생머리냐, 보정속옷 입었느냐"며 외모 논란을 건드린 장면이었다. 홍 후보는 청년들이 궁금해한다고 했고, 한 후보는 "청년이 아니신 것 같다"며 "유치하시다"고 받아쳤다.
이에 대해 홍 후보는 토론회 후 기자들과 만나 "이번 선거는 탄핵 찬반에 대한 선거가 아니다"라며 "새롭게 찬반 논쟁을 하는 건 옳지 않다. 지나갔다"고 밝혔다. 홍 후보는 '생머리' 관련 질문한 이유를 묻자 "옆에서 보니까 맞긴 맞더라"라며 "재밌으라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angela0204@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