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뉴스1) 김종엽 기자 = 경북 의성발(發) '괴물 산불'이 1주일째 이어지면서 농심(農心)이 함께 타들어 가고 있다.
의성, 청송, 영양, 영덕의 대표 농작물인 마늘, 고추, 사과, 송이 등이 사상 최악의 화마(火魔)에 휩쓸려 초토화된 바람에 농민들이 수확을 포기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28일 의성군 안계면 들녘에서 만난 A 씨(66)는 불에 모조리 타버린 마늘 모종을 바라보며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4900여㎡ 밭에 마늘을 짓는다는 A씨는 "40년간 농사를 지었는데 이런 불은 난생 처음이다. 산불 재앙"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의성지역은 전국 최대의 한지형 마늘 주산지로 연간 생산량이 약 9700t에 달한다. 현재 피해 규모를 가늠할 수는 없지만 마늘이 농민들의 주수입원인 만큼 큰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영양군과 청송군의 고추, 사과 재배 농가 농민들도 화마 앞에 심장이 무너졌다.
국내 대표 고추생산지인 영양의 재배 면적은 1300여㏊로 2000여 농가에서 연간 4300~4500여톤을 생산하지만 이번 산불로 상당수 비닐하우스가 소실돼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전국 최대 사과 주산지인 청송에서는 파천면 등지의 과수원에 불 타 타격을 받았다. 이 지역의 사과 재배농가는 4500곳이 넘으며 지난해 생산량은 8000톤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덕군의 사정은 더 심각하다. 영덕 송이의 지난해 생산량은 1만2178㎏으로, 13년 연속 전국 생산량 1위다.
의성발 산불이 영덕지역 송이버섯 생산량의 60% 이상 차지하는 지품면 국사봉을 강타했다. 산불로 송이버섯이 정상화되기까지 짧게는 20년, 길게는 30년 걸릴 것으로 예상돼 생산 농가의 상심이 크다.
송이버섯 재배 농민 B 씨는 "지품면에서는 한집 건너 한집이 송이 농사를 할 정도로 농가 소득에 큰 역할을 한다"며 "3년 전 영덕읍 일대에서 발생한 산불 때는 운좋게 국사봉까지 확산되지 않았지만 올해는 생산량이 대폭 줄게 됐다"고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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