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검은 사제들'(2015)의 스핀오프 영화 '검은 수녀들'은 '검은 사제들'의 구도를 유지하면서 수녀인 두 여주인공 유니아(송혜교 분)와 미카엘라(전여빈 분)를 내세워 새로운 재미를 꾀한 작품으로, 지난 24일 개봉했다.
류승완 감독의 조감독 출신인 권혁재 감독은 영화 '해결사'(2010)로 데뷔한 뒤 지난 2023년 '카운트'를 선보였으며, 세 번째 영화 '검은 수녀들'을 통해 미스터리 드라마라는 새로운 장르에 도전했다.
"너무 떨리고 설레요. 너무 많은 관심을 가져주고 계시니까요. 송혜교 배우님이 햇수로 치면 11년 만에 복귀하시는 거라 대중들을 만나고 활동하시는 것 자체가 신선하게 느껴지시나 봐요. 개봉 전에 GV도 하고 기자분들이 써주신 리뷰도 꼼꼼하게 읽어봤습니다."
'검은 수녀들'은 강력한 악령에 사로잡힌 소년을 구하기 위해 금지된 의식에 나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검은 사제들'의 스핀오프다 작품이다. 김윤석 강동원 주연의 '검은 사제들'은 오컬트 소재를 다룬 생소한 미스터리 영화임에도 무려 544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권혁재 감독은 자신 역시 '검은 사제들'의 팬이었다면서 '검은 수녀들'의 연출 제의를 흔쾌히 받아들일 수 있었던 이유를 전했다.
"이런 기회가 내게 올 수 있구나 싶었어요. '검은 사제들' 팬이었고 장재현 감독님의 행보를 지켜보면서 '대단하다' 했었거든요. '검은 수녀들'의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검은 사제들'과는 다른 어떤, '검은 수녀들'만의 이야기가 이렇게 풀어질 수도 있구나 신선했어요. 그래서 제작발표회 때나 언론 시사회 때마다 얘기하는 것은 최대한 시나리오에 충실하려 했다는 거예요."
인터뷰 당시는 전편을 연출했던 장재현 감독과 GV를 앞두고 있었던 상황.(장 감독과 권혁재 감독이 함께 하는 GV는 지난 26일에 진행됐다) 권혁재 감독은 영화를 본 장 감독과 통화를 했다면서 고마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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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현 감독님과는 같은 또래예요. 사석에서 만난 적도 있고요. 최근에 시사회를 보셨고 그 뒤에 짧게 통화를 했어요. 드라마 장르로 차별성 있게 만드셨구나, 하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검은 수녀들'을 찍으면서 가장 감탄했던 것은 배우 송혜교의 프로 의식이었다. 권 감독은 비흡연자인 송혜교가 배역을 위해 직접 흡연 연기를 하는가 하면, 상대방에 따라 매번 다른 호흡을 보여줬던 섬세함에 대해 언급하며 칭찬했다.
"'가짜로 보이기는 싫으니 연습하겠다'고 하셨어요. 굉장히 '쿨'하셨죠. 사실 비흡연자셔서 금연초 같은 걸 찾으실 수도 있고 CG를 활용할 수도 있어요. 그런데 그냥 연습해서 하시겠다고 했어요. 배우 본인의 의지가 강했기에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죠. 매 순간 고민을 많이 하는 배우였죠."
송혜교만큼이나 전여빈 역시 모두가 원하는 주인공이었다. 권혁재 감독은 송혜교와 제작진이 서로 이야기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모두 미카엘라 역으로 전여빈을 염두에 두고 있었던 사실을 전하며 눈길을 끌었다.
"미카엘라는 전여빈 씨가 떠오를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제작진도 염두에 두고 있었어요. 그런데 혜교 씨가 텔레파시가 통하신 것처럼 딱 얘기하셨죠. 주연 배우의 의견과 제작진의 방향이 일치하는 순간이었어요. 워낙 여빈 씨도 혜교 씨에 대한 존경의 마음이 있으셨고 미카엘라 캐릭터의 복잡한 내면을 보고 도전해 보겠다는 의식이 강하셨던 것 같아요."
'검은 수녀들'은 천주교식 구마 의식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무속 신앙과 타로 등 다양한 요소들이 등장한다. 여러 종교적 색채를 뒤섞은 부분에 대해서는 다양한 반응이 나올 수 있다. 권 감독은 "그 지점이 '검은 수녀들'의 신선한 지점"이라고 짚었다.
"자문을 여러 군데서 받았어요. 그분들의 의견을 들어봤을 때 어떤 종교든 오랫동안 전수돼 온 것들에 다 이유가 있기에 격식이라는 것이 중요해요. 그렇지만 한편으로 그분들은 (영화 속 종교적인 요소의 융합에 대해) 자유롭게 열려 있으셨어요. 절실한 마음이 제일 중요하다고요. 화려한 것보다는 마음이 중요하구나, 그런 부분을 영화에서도 잘 짚어내려고 노력했어요."
'검은 수녀들'에는 이 밖에도 여러 해석이 나올 수 있는 다양한 요소들이 있다. 유니아가 악령을 처리하는 방식을 비롯한 결말 부의 이야기들이 특히 그렇다. 스포일러를 우려한 탓인지 감독은 많은 설명을 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올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의견을 관객들과 나누고 싶다"고 밝혔다.
"유니아는 강력한 용기를 가진 수녀인데, 악령이 현재의 최고 취약점을 파고들어요. 그럼에도 유니아는 담대하게 바로 저항하고 응징하죠. 너의 노림수에 놀아나지 않고 나는 응징하겠다, 그게 이 영화에서 중요한 지점 같아요. 개봉 후에 다양한 해석이 더 궁금하네요."
eujene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