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초고령사회 보루'가 무너진다…요양병원 사흘에 1곳씩 폐업

작년 폐업 96곳, 개업 46곳…"수가 10% 오를 때 임금 40%↑"
의료계 "노인 환자 의료공백 이어질 것…정부 보조금 늘려야"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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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했지만, 노인 의료 서비스와 직결된 요양병원은 사흘에 한 군데꼴로 폐업하고 있다. 지난해 폐업한 요양병원은 약 100개소로, 새롭게 문을 연 요양병원이 46개소인 점에 비춰보면 약 2배 차이가 나는 셈이다.

14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20~2024년 연도별 요양병원 현황'에 따르면 연도별로 폐업한 요양병원 수는 △2020년 77개소 △2021년 73개소 △2022년 94개소 △2023년 106개소 △2024년 96개소에 달했다.

반면 개업한 요양병원 수는 절반 수준으로 △2020년 82개소 △2021년 63개소 △2022년 65개소 △ 2023년 63개소 △2024년 46개소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65세 이상 주민등록인구가 1024만 명을 넘어서며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지만, 고령 환자들을 수용하는 요양병원은 5년 새 감소세에 접어들고 있다. 구체적으로 △2020년 1582개소 △2021년 1462개소 △2022년 1435개소 △2023년 1392개소 △2024년 1342개소로 조사됐다.

"수가 10% 올랐는데, 최저시급은 40% 올라…직원들 임금도 못줘"

요양병원이 감소세에 들어선 배경엔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한 요양병원의 경영난 여파가 크다. 지난 2022년 요양병원을 폐업한 60대 의사 A 씨는 "(요양병원은) 고령의 환자들이 모여있기 때문에 코로나19가 금방 퍼졌고, 한 달 만에 입원 환자 수는 한 자릿수로 감소했다"며 "요양병원은 당시 면회도 자유롭지 않았기 때문에 보호자들은 대부분 (환자를 퇴원시키고) 집으로 데려갔다"고 토로했다.

몇 달 만에 A 씨의 요양병원은 텅 비게 되었고, 빚에 시달리던 A 씨는 파산신청을 했다. 결국 그는 지난 2020년부터 약 2년간 직원들에게 수억 원 상당의 월급을 주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대법원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확정받았다. 다만 법원은 A 씨가 의도적이거나 계획적으로 임금 등을 체불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의료계에선 낮은 수가와 높은 인건비도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본다. 요양병원의 수가는 '행위별수가제'를 적용받는 다른 요양기관과 다르게 1일당 정액 수가를 적용받는 '일당정액수가제'로 운영된다. 일당정액수가는 환자의 질병에 따라 진료 행위와 이에 드는 재료 및 약품 등을 통째로 묶어 일정 금액으로 수가를 책정한다. 이와 반대로 행위별수가는 의료 서비스별로 가격을 정하고 사용량과 가격에 따라 진료비를 지불하는 제도다.

임선재 대한요양병원협회 수석 부회장(더세인트요양병원장)은 "급성기병원은 의료행위를 할 때마다 수가를 청구할 수 있지만, 요양병원은 일당정액수가로 묶여 있어서 중환자를 치료할수록 적자"라며 "의료 수가를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 소재 요양병원장 B 씨도 "지난 10년 동안 최저시급은 40% 가까이 올랐지만, 의료수가는 약 10%밖에 오르지 않았다"며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투자를 적게 하고, 진료를 적게 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간병비 등 높은 인건비도 요양병원 급감에 영향을 미쳤다. 요양병원 간병비는 건강보험 혜택이 적용되지 않는다. 반면 요양원은 돌봄비용이 장기요양보험으로 지급되면서 돌봄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요양병원 대신 '비의료기관'인 요양원을 선택하는 노인 환자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본문 이미지 -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2025.2.19/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2025.2.19/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의료계 "요양병원은 임종 전 마지막으로 가는 곳…노인 의료는 '복지'"

의료계는 요양병원 감소 폭이 더 늘어날 것이며, 이는 곧 '노인 의료공백'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성근 대한의사협회(의협) 대변인은 "요양병원은 노인 의료 서비스 중에서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의료기관인데, 요양병원이 사라지게 되면 노인 환자들은 아플 때마다 급성기병원(응급 혹은 수술을 담당하는 병원)을 찾아야 한다"며 "하지만 고령층은 거동이 불편한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에 '의료 사각지대'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백순영 가톨릭대 의대 명예교수도 "(일반, 종합) 병원은 치료를 마치면 퇴원하기 때문에, 요양병원으로 가야 한다. 요양병원은 (병원에서) 쫓겨나서 (임종 전) 마지막으로 환자들이 가는 곳"이라며 "돈이 없는 서민층도 요양병원에 갈 수 있도록 정부 보조금을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도 "요양병원에서 치료받던 환자 치료의 연속성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며 "(요양병원이 폐업해도) 환자가 적절한 병원에서 치료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n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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