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형기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자동차와 부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자 미국에서 파는 모든 차량을 미국에서 생산하는 테슬라가 가장 큰 수혜주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실제 테슬라는 미국, 중국, 독일에 각각 기가팩토리를 건설하고, 미국에서 파는 차량은 미국에서, 중국에서 파는 차량은 중국에서, 유럽에서 파는 차량은 독일에서 각각 생산한다.
트럼프가 미국에 수입되는 모든 차량에 25%의 관세를 물려도 큰 피해를 입지 않는 구조다.
그러나 자동차뿐만 아니라 부품에도 25%의 관세가 부과되기 때문에 테슬라도 관세 폭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테슬라는 부품을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대거 수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트럼프 자동차 관세의 무풍지대가 하나 있다. 바로 중국 비야디(BYD)다. BYD의 대미 차량 수출이 ‘제로’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이전부터 저가 중국 전기차의 공습을 막기 위해 중국산 자동차에 100%의 관세를 부과했었다. 이번에 또 수입되는 모든 차량에 25%의 관세를 매겼으니 중국산 전기차는 125%의 관세를 물리는 셈이다.

이같이 막대한 관세 폭탄에도 BYD는 대미 수출이 거의 없어 트럼프 관세 폭탄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비해 트럼프 관세에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을 업체가 바로 한국과 일본의 자동차 업체들이다.
현대-기아차가 지난해 미국에서 판매한 차량 170만8293대 중 한국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한 물량은 99만5577대다. 판매량의 약 58%가 관세 영향을 받는 것이다. 토요타도 2023년 미국에서 판매한 233만대 차량 중 44%를 미국 이외 지역에서 생산했다.
한국은 58%, 도요타는 44%가 관세에 직접 노출되는 셈이다.

이에 따라 한일 업체들은 트럼프 관세로 당분간 어려운 시기를 보낼 수밖에 없다.
미국의 블룸버그통신은 전기차 배터리에서 압도적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중국에 유일하게 맞설 수 있는 세력이 바로 한국과 일본 업체들인 상황에서 트럼프의 관세 부과는 한일 업체만 힘들게 해 중국 업체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도 미국 관세로 글로벌 자동차 업체가 BYD 같은 중국 전기차업체에 더 뒤처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쟁업체들이 관세와 씨름하는 사이,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더 저렴한 가격과 혁신적인 기술을 바탕으로 전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점유율을 더욱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BYD 등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고관세로 미국 수출길이 막혀있기 때문에 브라질, 남아공 등 브릭스(Bircs)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BYD는 미국 이외의 시장에서 선전하며 지난해 매출이 1000억달러를 돌파한 1070억달러를 기록, 테슬라(970억달러)를 제쳤다. 세계 전기차업체 중 연간 매출이 1000억달러를 넘어선 것은 BYD가 처음이다.
BYD는 올해도 잘나가고 있다. 최근 5분 충전 시 470㎞를 주행할 수 있는 새 충전 시스템을 발표해 전 세계 전기차 업계에 충격을 주었다. ‘신의 눈’이라 불리는 자율주행 시스템도 전 차종에 무료로 탑재했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5분 충전에 470km를 주행하는 새로운 배터리 시스템은 전기차 업계의 ‘딥시크 충격’이라며 BYD가 테슬라와 격차를 더욱 벌릴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트럼프의 자동차 관세 폭탄은 BYD의 질주를 더욱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주가 흐름도 이를 반영하고 있다. 최근 한 달간 테슬라는 10% 정도 급락했다. 같은 기간 BYD는 홍콩증시에서 9.5% 급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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