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워싱턴=뉴스1) 권영미 기자 류정민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 실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22일(현지시간) 트럼프의 720조 규모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계획이 나오자마자 찬물을 끼얹어 그 이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오픈 AI의 샘 올트먼 CEO와 관계가 좋지 않은 점과 함께 실제로 머스크 말처럼 투자사 소프트뱅크의 현금 부족도 지적되고 있다.
머스크는 전날 자정 무렵부터 이날 새벽까지 이틀에 걸쳐 엑스(X, 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오픈AI, 오라클, 일본 소프트뱅크가 전날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발표한 5000억 달러(약 718조 원) 규모의 투자 계획과 관련, "그들은 실제로는 그만큼 돈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소프트뱅크는 100억 달러 미만의 돈을 갖고 있다"라면서 "나는 믿을 만한 소식통으로부터 이를 들었다"라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에서 챗GPT 개발사인 오픈AI, 소프트웨어 기업 오라클, 손 마사요시(한국명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가 합작사 '스타게이트'(Stargate)를 만들고 이를 통해 AI의 기반이 되는 데이터센터 등을 미국에 구축하는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올트먼 오픈AI CEO는 소프트뱅크 유동성을 지적한 머스크의 주장에 대해 엑스에 답글 형태로 "당신도 알다시피 틀렸다"라면서 "이것은 국가에 좋은 일이다. 국가에 좋은 일이 항상 회사에도 최적인 건 아니라는 건 알지만, 새로운 역할에서는 미국을 우선시하기를 바란다"라는 반박성 글을 올렸다.
머스크가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을 갑자기 비판한 이유는 올트먼과 오래된 악연 때문이란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머스크는 2015년 오픈AI 설립에 깊이 관여했지만, 갈등으로 회사를 떠났다. 오픈AI 이사였던 머스크가 회사에 대한 절대적인 통제권을 가지려고 시도했다가 나가게 됐다는 후문이다.
머스크는 그 후 자신의 AI 회사인 xAI를 설립했다. 머스크는 지난해 12월 올트먼이 비영리 조직으로 운영하겠다는 약속을 어기고 오픈AI를 영리 기업으로 전환하자 "그가 처음부터 거짓말을 했다"면서 '사기'라고 비난했다.
머스크의 xAI가 사실상 오픈AI와 스타게이트의 경쟁사란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xAI는 챗GPT와 유사한 그록(Grok)이라는 앱을 제공하고 있으며, 미국 남부 테네시주에 '콜로세우스'라는 데이터센터를 설립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머스크와 올트먼의 다툼이 "트럼프 2기를 지배할지도 모를 긴장, 그리고 트럼프 1기에서 직면했던 문제를 다시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1기 당시 트럼프는 자신을 '협상가'로 묘사하면서 실제로 이뤄지기 힘든 약속을 하는데 이번 계획도 그러리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트럼프는 2018년 '세계 8대 불가사의'라고 칭찬하며 위스콘신 폭스콘 LCD 공장 신축 기념식에 참석했다. 트럼프는 2016년 대선에서 이기자마자 손 회장을 만났고 당시 소프트뱅크와 제휴 중이던 폭스콘의 이 투자를 끌어냈다. 하지만 이 공장은 계획대로 투자나 일자리 창출이 이뤄지지 않아 결국 흉물스러운 건물만 남았다. 이에 따라 '정치적 목표로 무리하게 추진한 사업이 재앙이 됐다'고 민주당으로부터 공격도 받았다.
블룸버그는 게다가 이번에 소프트뱅크는 손 회장의 약속을 이행할 현금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9월 말 기준으로 회사의 대차대조표에는 250억 달러의 현금 및 등가물이 있었다고 전했다.
소프트뱅크는 잘나가는 칩 설계자산 회사인 암(Arm)을 자회사로 두고 세계 4대 하이퍼스케일러(AI 산업에 필요한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기업)로 꼽히는 알파벳(구글), 메타(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을 고객으로 삼고 있어 수백억 달러를 수천억 달러로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향후 더 높은 수익률로 소프트뱅크의 채권을 발행해야 할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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