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發 관세전쟁에 세계무역 '시계 제로'…WTO는 무용지물

캐나다·멕시코·중국에 4일부터 추가관세 행정명령…한국 등 대미흑자국도 위험
中 WTO 제소에 美 WTO 탈퇴로 맞대응 가능성…美제품 수입 확대 등 양자간 해결 움직임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1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있는 마러라고 리조트로 가기 위해 워싱턴 백악관을 나서면서 취재진을 만나고 있다. 2025.02.02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1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있는 마러라고 리조트로 가기 위해 워싱턴 백악관을 나서면서 취재진을 만나고 있다. 2025.02.02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전세계에 무역전쟁의 개전을 알리는 총성이 울려퍼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2주 만에 중국, 캐나다, 멕시코에 관세 부과를 확정했고 3개국 모두 보복 대응에 나섰다.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부터 보복 관세 카드까지 나오면서 글로벌 무역시장은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시계 제로' 상태에 접어들었다. 대미 무역흑자국인 한국 역시 미국의 관세 위협에서 벗어날 수 없다.

하지만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트럼프 대통령이 WTO 탈퇴까지 거론한 바 있어 국제무역 분쟁해결 절차를 통한 해결이 아닌 양자간 정치적 타협으로 풀 수밖에 없어 보인다. 국내외 압박 속에서 일종의 타협안이 도출되기 전까지 당분간 강대강 '치킨 게임'이 계속될 전망이다.

"친구와 이웃, FTA 협정국들까지 트럼프 관세공격 사선에"

트럼프 대통령은 첫번째 임기(2017~2021년) 때보다 훨씬 빨리 관세전쟁을 선포했다. 1기 당시 중국에 관세부과를 명령한 행정명령은 취임 1년이 지난 시점이었지만 이번에 취임 2주만에 나왔다.

또 1기와 달리 가까운 동맹을 더 때리는 분위기다. 미국은 그간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멕시코와 캐나다 수입품에는 거의 관세를 부과하지 않았지만 이번에 25%라는 관세를 사실상 전면 부과했다.

캐나다산 에너지의 경우 10%의 관세만 부과하는데, 미국 내 유가에 미칠 영향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미 의회조사국에 따르면 미국은 원유의 약 60%를 캐나다에서 수입한다.

아시아 사회정책연구소의 웬디 커틀러 전 미국 무역협상가는 AFP통신에 이번 관세 조치에 대해 "우리의 친구, 이웃, FTA 협정 파트너들이 사선에 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 조치가 관세 전선에 대한 개막전"이라고 표현했다.

대미 무역흑자국 한국, 다음 타깃 위험

게다가 트럼프는 이번 관세 부과 결정을 일종의 국가 비상사태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국제비상경제수권법(IEEPA)에 따라 대통령이 모든 수입을 제한할 수 있다는 얘기다. 중국, 캐나다, 멕시코뿐 아니라 다른 모든 국가들도 언제든지 잠재적 관세 대상국이 될 수 있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주요 수출국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다음 관세 표적이 될 위험에 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과의 무역 불균형을 고려할 때 한국과 같은 무역에 의존하는 아시아 국가들도 트럼프 관세의 다음 표적이 될 수 있다.

본문 이미지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행정명령에 서명을 한 뒤 들어 보이고 있다. 2025.01.31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행정명령에 서명을 한 뒤 들어 보이고 있다. 2025.01.31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미국 경제분석국 데이터를 인용한 ING 이코노믹스 자료에 따르면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국가들도 최근 몇 년 동안 미국에서 늘어난 수입의 큰 부분을 차지했다.

특히 2023~2024년 미국의 대만산 수입은 31% 늘었다. 같은 기간 베트남 19%, 한국 14%, 태국 12%씩 늘었다. ING는 지난달 31일 투자 메모에서 "중국 제품이 미국 관세를 회피하기 위해 대만, 한국, 베트남, 태국을 경유지로 활용했다"는 강한 의심이 있다고 평가했다.

또 삼성전자와 같은 반도체 업체들은 조 바이든 전 대통령으로부터 보조금을 지급받기로 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미집행 보조금 지급을 보류할 가능성도 있다. 이로 인해 한국, 대만처럼 기술 중심의 수출 업계는 더 큰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트럼프 WTO 탈퇴할 수도…미국산 추가구매 '동분서주'

트럼프의 관세에 중국은 WTO 제소로 대응했고 캐나다는 25% 보복관세, 멕시코는 안보 및 공중보건 협상을 제시했다.

WTO 제소의 경우 무역분쟁 해결에 워낙 시간이 오래 걸릴 뿐 아니라 트럼프는 WTO 차원의 움직임이 있을 경우 탈퇴를 위협할 공산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에서도 WTO 체제 무역 질서 아래에서 미국이 적지 않은 손해를 보고 있다고 탈퇴를 위협한 바 있다.

트럼프를 지지하는 미국의 보수 세력은 WTO의 최혜국대우(MFN) 조치로 미국이 수입 상품에 비대칭적인 낮은 세율을 부과하고 있으며, 이는 무역수지 적자의 주요 원인이라고 비난한다.

자크 델로르 연구소 싱크탱크의 연구원 엘비어 파브리는 AFP통신에 "지금까지 발표된 관세 조치를 보면 트럼프가 어떤 규칙도 따를 의사가 없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WTO에서 탈퇴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라며 미국은 "WTO 규칙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각국 정부는 트럼프 1기에서 '중국과의 거래' 경험을 교훈 삼아 더 많이 구매할 수 있는 미국 상품목록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BBC방송에 따르면 유럽은 미국산 액화천연가스, 무기, 풍력 발전소용 특수 자석 등의 구매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베트남 외교부는 미국으로부터 항공기, 액화천연가스 등을 더 많이 구매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한국과 대만은 미국의 에너지 수입을 늘리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본문 이미지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9년 11월 13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모나카에 있는 셸 석유화학단지를 방문해 연설을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상태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미국은 WTO에서 탈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2019.8.14ⓒ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9년 11월 13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모나카에 있는 셸 석유화학단지를 방문해 연설을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상태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미국은 WTO에서 탈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2019.8.14ⓒ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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