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우크라이나 전쟁과 트럼프 리스크로 인해 국제질서가 흔들리는 가운데 한국의 차기 정부는 중국, 일본 등 동북아시아 국가들과의 '역내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전문가 제언이 23일 나왔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이날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아산 플래넘 2025'에 참석해 현재 국제정세를 '무질서의 시대'로 규정했다.
그는 "규칙 기반 질서가 중요했던 과거와 달리 오늘날 유엔(UN), 세계무역기구(WTO) 등의 국제기구들이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미국이 관세전쟁을 촉발하고 국제 통상에 '큰 구멍'을 내며 "국제 사회 전반에 경쟁적인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고려대학교 교수)은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 질서 확립을 위한 노력에 별로 관심이 없어 보인다"면서 한국과 유럽 등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이 '패자'가 됐다고 평가했다.
김 전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과 적국을 구분하지 않으면서 전통적 우방국들은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는 반면, 러시아와 북한이 틈새를 노려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라고 봤다. 또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인 터키가 러시아로부터 무기를 수입하는 등 이른바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이 중립적 위치에서 수혜를 보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우리 정부가 "한미일 협력에 방점을 두되 이것이 한중일 협력으로도 반드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며 "현재 미국은 중국과 경쟁해야 하는 부분과 협력해야 하는 부분을 구분하지 못하고 있는데, 한국이 이 부분에서 미국을 도울 필요성이 있다"라고 제언했다.
이에 수 하오 중국 외교학원 교수는 얼마 전 시진핑 주석이 베트남, 말레이시아, 캄보디아를 잇달아 방문한 사실을 언급하며 "최근 중국이 동아시아 역내 협력에 집중하고 있다"라고 짚었다.
그는 "중국은 트럼프 시대에서 한중일 등 동아시아가 많은 걸 공유하고 협력해야 한다고 본다"면서 "특히 공급망 구축 등 경제 분야에서의 동북아 지역에서의 관여(engagement)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안드레이 코르투노프 전 러시아 국제문제위원회 사무총장은 "(중국, 러시아 등이 일시적으로 수혜를 받는 것처럼 보이지만) 모든 나라는 안정적인 국제 환경이 뒷받침돼야 발전이 가능하다"며 "장기적으로 승자는 없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중소국들이 더 이상 강대국들의 '그랜드 바겐'(일괄 타결)을 지지하지 않는다"면서 국제 질서의 논의는 탑다운(하향식)이 아닌 바텀업(상향식) 접근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북러 밀착과 관련해서는 "러시아가 과거보다 북한에 기울어진 건 사실이지만, 러시아는 여전히 핵 확산에 대한 우려를 갖고 있다"며 "둘의 관계가 어디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밝혔다. 이어 "중국은 여전히 러시아에게 중요한 파트너이기 때문에 크렘린궁에 있는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중국의 신경을 건드리지 않기 위해 신경 쓸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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